그동안 보도된 촌지, 왕따, 체벌 등의 교실붕괴 기사는 교육 현장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 듯하다. 친구라는 의미, 사제간의 존중과 믿음이 깨져나가게 부채질한 면도 적지 않았다. 물론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며 모든 일을 우리 학생들 탓으로 돌리는 일부 어른들도 있었고, 스승을 존경보다는 친구 정도로만 생각하는 학생들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직 교실붕괴를 일반화하기는 이르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학교는 지난 8월27일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그 동안 학급 임원을 맡으면서도 담임 선생님과 함께 하는 시간도, 진솔한 대화도 적었던 나는 수학여행 마지막날 밤 아직은 교실이 붕괴되지 않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선생님과 함께 한 댄스 타임에서 요즘 학생들이 잘 추는 신세대 춤을 배워보려는 선생님의 모습. 그때 본 선생님의 모습은 예전의 무뚝뚝한 선생님이 아닌 학생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우리들 사이에서 선생님을 비웃는 그런 학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사제지간의 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작년 이맘때의 일도 생각난다. 그때 나는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학교를 결석해야만 했다. 그때도 담임 선생님이 입원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와 환하게 웃어주셨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의 손에는 작은 꽃바구니 하나가 들려 있었고, 그 꽃에서 선생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건강하라는 말과 함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선생님의 손은 부모님의 손만큼이나 따뜻했다.
어른들은 예전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안밟았는데 요즘 아이들은 스승에 대한 존경을 모른다고들 한다. 이런 어른들께 아니라는 말을 할 수는 없어도 나는 최소한 우리 교실에서만은 존경보다 더 큰 무엇인가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바로 신뢰와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