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엄마의 입장에서는 고열이 나면 병이 심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고, 또 아이가 오한이 들어서 덜덜 떨고, 기운이 없이 처지고, 잘 먹지도 않는다면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그래서 병원에 내원하는 엄마들은 열을 빨리 떨어뜨려 주길 기대합니다.
그러나 엄마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열 자체만을 내리는 치료는 좋지 않습니다. 열만 내린다고 아이의 병이 낫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열의 원인을 찾아 치료를 해서 열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또 열이 나는 모양을 보고 병을 진단하기도 합니다.
최근에 나온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열 자체가 인체의 면역학적인 방어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발열이 인체 방어에 유리하게 작용하여 백혈구의 식균작용을 촉진해서 우리 몸에 침입한 병균을 쉽게 제거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38\'C 이상의 고열이 나서 힘들어 하고, 열성경련을 일으킬 수도 있는데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에 열이 심하면 우선 열이 내리도록 조치를 취해줘야 합니다. 해열제를 복용하는 것 외에도 열이 내리도록 하는 많은 대증요법 들이 있습니다.
1) 집안의 온도 및 습도 조절
아이가 열이 나면 오한이 생겨서 춥다고 하는데 할머니들이 춥다고 옷이나 담요로 싸주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하면 열이 발산되지 않아서 오히려 열이 더 오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너무 덥게 싸주지 말고 방의 온도를 20\'C 정도로 서늘하게 해주고 습도를 낮추고 방안의 공기를 충분히 환기시키는 것이 열을 내리는데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열이 난다고 옷을 모두 벗겨 버리면 피부의 혈관이 수축이 되어서 피부를 만져 보면 차갑게 느껴지는데 이는 열이 내린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몸 밖으로 열이 발산되지 못해서 조금 있으면 다시 더 오르게 됩니다. 사람의 몸은 땀이 나야 체온이 떨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열이 날 때는 통풍이 잘되는 옷을 조금 헐렁하게 입히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2) 충분한 수분 공급
열이 높으면 신체 내의 수분 손실이 많아져서 탈수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열이 높을 때, 우유를 먹는 아이에겐 우유를 더 묽게 희석시켜 먹이고, 모유를 먹는 아이에겐 보리차 등을 따로 더 먹이도록 해서 탈수를 방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열이 심해서 잘 먹지 못하는 아이에게 병원에서 수액 주사를 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치 때문입니다. 수액 주사는 탈수를 교정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열도 내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3) 미온수 마사지
거즈나 수건을 미지근한 물에 적셔서 피부에 골고루 문질러 주면 열을 발산시켜서 내려가게 합니다. 이 때 알코올을 섞은 물을 이용해 문질러 주면 더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알코올을 이용하면 알코올의 냄새에 아이가 불쾌해 하고, 아이가 심하게 덜덜 떠는 수가 있어서 가정에서 알코올을 이용해서 마사지 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운물\"을 쓰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체온보다 높을 경우 전도열이 환자의 몸 쪽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 입니다.
4) 해열제
해열제를 먹은 후에 금방 열이 내리지 않는다고 다시 해열제를 먹이는 것은 곤란합니다. 해열제를 먹었다고 곧 열이 내리는 것도 아니고 또 염증이 심한 경우에는 열이 내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열제는 4-6시간 간격을 유지해서 사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열이 내리지 않는다고 바로 해열제를 다시 먹이지 말고 적어도 4시간 정도 지나서 먹이고 앞에서 말씀드린 대증요법을 이용해서 열이 내리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