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띤시절을 같이한 고교동창들과
육십갑자를 한바퀴 돌아든 나이에
곰배령으로 길을 나선다.
정년을 앞둔 모교선생님 훈작가,
열정적 삶 그 자체인 소비자운동 길호,
먼길 마다않고 같이한 포항의 형권,
그리고 허접대기 나까지...
첫차를 타고 6시에 맞춰 판교로 모인다.
걸어서 2-3분거리인 나는 늦지않게 1번,
수원의 애들집에서 온다는 형권은 2번,
차를 가지고 차량봉사나온 길호는 3번,
첫차로 왔지만 4번 훈작가까지 도착.
자, 떠나자...곰배령으로
가을의 새볔다운 짙은 안개속 길을 뚫고
멋진 내린천휴게소에서는
휴게소 음식점의 경영난으로 문 닫은
곳이 많아 간신히 우동 한그릇으로
허기를 채운다.
약 3시간 걸려 진동계곡의 주차장에
9시 15분경에 도착하여
9시 30분경부터 곰배령을 향해
예약사항을 확인하고 출입증도 받아
발걸음을 옮겨간다.
해발고도 400여m를 넘어들어야
하지만 초반은 편안한 산책길이다.
경사도도 못 느끼며 신선한 바람느끼며
기분 좋은 발걸음을 옮겨간다.
맹독식물인 투구꽃이 한창이고
거의 져 가는 엉겅퀴가 반긴다.
산길 한켠에는 쇠뜨기가 널려있고
신갈나무는 부지기수이다.
왼편으로는 계곡이 있어
물 흐르는 소리가 요란하고
산길은 한없이 편안하다.
마가목, 회나무의 열매가 발길을
마음의 길을 붙들어 맨다.
2-30분여 걷다보니 나타난 주막에서
참새가 방앗간 들리듯
참취를 주재료로 한 향긋한 전에
막걸리 한잔을 나눈다.
느긋한 발걸음을 민드는 전초전이다.
1,000m가 넘는 곰배령까지는
아무리 천천히라도 발품을 팔아야 한다.
다른 님들이야 한시간 반 정도면 되겠지만
느긋함을 장착하여 느림의 기쁨을
드문드문한 들꽃과
조금 조금씩 물드는 단풍을 만끽하며
곰배령을 향하여 한걸음, 한걸음이다.
마지막 계단을 올라서면
그동안의 나무들은 자춰가 없고
들꽃들의 꽃밭인데
시절을 못 맟춘 탓인지 들꽃은 별로지만
가슴 뻥뚫리는 시원스러움과
거칠것 없는 동서남북 전망은 압권이다.
그래도 꽃밭의 엉겅퀴라도 같이하여
발걸음을 전망대로 옮겨간다.
전망대로 향한다.
실상 고갯마루 올라선 전망과
다를바 없지만 설악의 전망은 굿이다.
대청이와 중청이가 눈 앞에 있고
점봉산과 작은점봉산도 나란히 있다.
전망대에서 한시를 조금지난 시간에
반대편의 능선하산로를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능선의 편안안(?) 산길이다.
물론 산객들에게는
산객이 아닌 방문객들에게는
오르락, 내리락 힘들게 생각될 듯 하다.
능선길의 초입에 또 한번의 전망대는
설악산배경의 포토라인에 좋고
내려선 고갯마루에선
꽤나 오래된 주목나무와의 만남이 있다.
이후엔
부드러운 산 능선길을 걸으며
나무들의 식생과의 만남이다.
산길 좌우로 들꽃들이 있음직한 곳도
지금은 시기가 아닌듯이다.
계곡으로 내려서니 오르던 계곡의
맞은편이다.
다 내려선 시간이 3시 30분여이니
6시간여의 곰배령탐방이다.
실상 산악회에서 온다면
3시간여면 가능하겠지만
느긋하게 돌아봄이 넘 좋은 일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돌아가는 도로상에 있는
고향집이란 두부집에 들러
두부구이, 모두부, 두부전골,
막국수, 막걸리까지...
먹거리마져 만족스런 날이다.
어디 하나라도 고장난 친구들
불편할 듯 한 일이 있을 듯도 한데
세월의 배움인지, 친구간의 배려인지
서로의 이해속에 행복한 여행길이었다.
오며, 가며
힘든 운전 감행한 (?) 길호에
감사하며 다음을 기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