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 세금으로 은행은 안정 수익…금고 제도, 누구를 위한 구조인가
지방자치단체 금고는 시민의 세금과 각종 기금을 관리하는 핵심 금융 창구다.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각종 기금까지 포함되는 금고 자금은 규모가 크고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자산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금고가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공 자금인 만큼, 금고를 취득한 금융기관이 얻는 이익이 적정한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6년 2월 기준 시금고 약정 적용 금리를 보면, 24개월 이상 정기예금 금리는 2.72% 수준이다. 얼핏 보면 시중 예금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비교 자체가 문제다. 시금고 자금은 일반 예금이 아니다. 수천억 원 규모의 자금이 장기간 묶이고, 인출 위험도 없다. 은행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이런 자금에 적용되는 금리가 과연 시장 논리로 설명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은행은 시청에 약정한 금리만큼의 이자만 지급하면 된다. 하지만 그 자금을 어떻게 굴릴지는 은행의 선택이다. 대출로, 금융시장 운용으로, 각종 투자 상품으로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시청에 지급한 이자와 실제 운용 수익 사이의 차이, 이 금리 격차는 고스란히 은행의 몫이 된다. 시민의 세금이 은행의 저원가 자금 조달 수단으로 기능하는 구조다.
이 구조는 단기 예치 구간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1개월에서 6개월 사이 단기 예치 금리는 장기 예치보다 훨씬 낮다. 은행은 거의 공짜에 가까운 비용으로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한다. 단기 금융시장에서는 하루, 일주일만 운용해도 수익이 발생한다. 시민의 세금이 은행의 유동성 관리와 수익 창출을 동시에 떠받치는 셈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시민에게 돌아오는 몫은 어디에도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구조적 이익이 공식적인 평가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점이다. 시금고 선정 과정에서 경쟁의 기준은 여전히 ‘금리 몇 bp 차이’(베이시스 포인트, basis point 금리·수익률·비율의 아주 작은 변화를 표현하는 단위)다.
어느 은행이 0.01%포인트를 더 얹어주느냐가 모든 판단을 좌우한다. 은행이 시금고를 통해 확보하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 효과, 금리 차이로 발생하는 운용 수익, 그리고 파생 거래에서 쌓이는 장기적 이익은 철저히 외면된다.
시금고를 맡은 은행은 이자 수익만 얻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 급여 이체, 산하기관 금융 거래, 공공사업 금융 참여까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시금고는 은행의 종합 영업 확장을 위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수적 이익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시민 환원 장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시민은 모른 채로 지나간다. 시청이 얼마의 이자를 받았는지는 공개되지만, 은행이 그 자금으로 얼마를 벌었는지는 알 수 없다. 투명성은 없고, 견제 장치는 작동하지 않는다. 공공 자금이 민간 금융기관의 수익 구조를 조용히 지탱하고 있다는 비판이 반복되는 이유다.
시금고는 은행의 금고가 아니다. 시민의 세금이며, 시민의 자산이다. 은행이 이 자산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환원이 뒤따라야 한다. 금리를 조금 더 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금리 차이로 발생하는 막대한 이익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제는 분명히 해야 한다. 시금고 제도는 은행의 가장 안전한 수익 모델이어서는 안 된다. 금고 운영으로 발생하는 모든 이익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에게 실질적으로 환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시금고는 더 이상 공공 금융이 아니라, 시민의 세금을 담보로 한 은행의 특권 사업일 뿐이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시금고는 과연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은행을 위해 유지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시금고 제도의 정당성은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
출처 : 영남투데이(https://www.yn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