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그래도] 오묘한 우주·치밀한 DNA… 설계자 없이 존재할 수 없다
<19> 과학과 신앙이 만날 때
이명희2026. 2. 4. 03:09
“무에서 유는 나올 수 없다. 빅뱅이론이 성립하기 위해선 최초의 순간에 에너지나 물질이 있어야 가능한데 에너지나 물질은 스스로 존재할 수 없다.”
세계적인 원자력 공학자이자 카이스트 부총장, 한동대 총장 등을 지낸 장순흥 부산외대 총장은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또 “무신론적 진화론자들은 물질에서 저절로 최초의 세포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생명체를 이루고 있는 기본 단백질이 스스로 만들어질 확률은 거의 제로이고 간단한 세포 하나가 스스로 만들어질 확률은 없다”고 단언한다.
창조를 믿는 세 번째 이유로 그는 중간화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든다. 진화론에 따르면 무척추동물 척추동물(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유인원 현생인류에 이르는 점진적 진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진화를 입증할 무수한 중간단계의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고 발견된 생물들의 화석은 대부분 현재에도 존재하는 생물이라는 것이다.
그가 내세우는 창조론의 네 번째 근거는 모든 생명체는 설계됐다는 것이다. 집을 지을 때 설계도면이 필요하듯 각 세포마다 DNA와 RNA로 구성된 설계도가 있고 끊임없이 전달되고 있는데 이는 설계자 창조주가 존재한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구와 태양 간의 거리나 기온, 이산화탄소 등 우주와 지구는 생명체가 살아가도록 완벽히 설계된 환경이라는 것이 창조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신앙을 가진 과학자들
게티이미지뱅크
과학자들이 진화론을 신봉하고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오히려 인간의 DNA 구조를 연구하고 우주를 탐구하다가 회심하고 크리스천으로 돌아선 과학자들이 많다. 2018년 MIT 교수인 이안 허친슨은 ‘과학자가 기적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책을 냈다. 그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지 않았으나 케임브리지대학 학부 시절 기독교인이 됐다. 수십 년 동안 최고 수준으로 과학연구를 하고 나서 허친슨은 ‘과학자가 부활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단호하게 “그렇다”라고 대답한다.(‘기독교가 직면한 12가지 질문’, 레베카 맥클러플린)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기독교인이었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태양 중심설) 때문에 성경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처음 지동설을 주창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교회의 수사신부였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갈릴레오의 이론을 적용해 천체를 관측함으로써 행성들이 타원 궤도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냈는데 그의 과학 연구는 “하나님을 따라 하나님의 생각을 생각한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으며 그의 과학 연구는 신의 창조 질서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는 물리학보다 신학에 관한 글을 더 많이 썼다.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의 가장 가까운 공동연구자이자 하버드대 교수이며 식물학자였던 아사 그레이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다윈과 달리 그는 자연에 “오류의 여지가 없고 뿌리칠 수 없는 설계의 증거”가 가득하다고 봤고 “하나님이 바로 최종적이고 환원 불가능한 요인이며 따라서 모든 진화 과정 변화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레베카 맥클러플린은 “우리(인간)가 과학으로 기술될 수 있는 여러 특징일 뿐이라면, 또 우리에 대한 유일한 설명이 진화론뿐이라면 인간 평등이나 약자 보호, 여성에 대한 동등한 대우, 그 밖에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윤리적 신념을 주장할 근거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인간은 다른 피조물과 근본적인 차원에서 구별되는데 이에 대한, 인간성에 대한 설명이 진화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유일무이한 존재기 때문이다.
우주의 기원에 대한 해석
세상의 기원을 말할 때 성경과 과학이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 1:1) 성경학자들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하나님의 창조사역이 시작된 출발점을 6000년 전쯤으로 추정한다. 성경에는 개인 연대부터 왕이나 국가의 연대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어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다.
과학계는 우주가 138억 년 전 생성됐다고 본다. 별은 빅뱅 직후 처음 형성되기 시작했다. 2024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우리 은하(은하수)에서 130억 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별 3개를 발견했다. 창세기 1장의 시간 문제는 큰 논쟁거리 중 하나다.
무신론 과학자들은 우주는 늘 존재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빅뱅 이론은 우주가 특정한 시점에서 시작됐음을 시사하며 이는 하나님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셨다는 근거가 된다고 유신론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스티븐 호킹은 ‘쉽고 짧게 쓴 시간의 역사’에서 “당시에는 시간에 시작이 있다는 발상을 많은 사람이 좋아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신적 개입이 있다는 기미가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 따라서 빅뱅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리지 않으려는 시도가 많았다”고 했다.
C S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에서 하나님의 시간과 과학자들이 추정하는 시간과의 차이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작가가 소설 속 가상의 시간에 쫓기지 않는 것처럼 하나님도 시간의 흐름에 쫓기지 않는다.” 하나님은 우리의 시간 안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시간 밖에 계신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모든 날이 지금이다. 시간을 초월하는 다차원적인 존재여서 일직선상의 시간 연대기로 설명될 수 없다.
생명체에 대한 해석
크리스천 과학자 25명의 신앙 고백을 담은 책 ‘과학자, 하나님을 만나다’에서 강준원 충남대 의대 교수는 “건물을 지을 때 설계도가 필요하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다. DNA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설계도가 있는데 DNA라는 설계도를 만드신 분이 바로 하나님”이라고 했다.
인간은 23쌍의 염색체를 가진다. 23쌍의 염색체에 약 6만여 개의 유전자가 있고, 반수체로 했을 때 약 33억 쌍의 염기 서열을 가지는 DNA로 구성돼 있다. 유전자는 정상적으로도 사람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중요한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다양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그는 “수만 개의 유전자들이, 수십억 개의 염기 서열들이 톱니바퀴처럼 서로 연계되는 과정이 그저 ‘자연적으로’ 된다고 할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를 없다고 말할 수 없듯이, 유전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사람에게 설계도가 없다고 말할 수 없듯이, 하나님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과학의 연구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을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은혜를 입었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우주의 기원이나 생명의 기원 등을 좇다 보면 신적 존재가 있지 않고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는 생명체가 존재하기에 적합한 물리적 상수들이 매우 정밀하게 맞춰져 있다. 이러한 우주의 미세 조정(fine-tuning)은 지적인 설계자의 존재를 암시한다는 것이다. 생명의 복잡함과 DNA의 정보량도 자연적인 과정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 이 또한 지적인 설계자의 존재를 방증한다.
성경 속 과학
성경에 기록된 내용들이 현대 과학의 발견과 일치해 성경의 신뢰성과 하나님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되기도 한다.
고대인들은 지구가 무엇인가 거대한 기둥이나 생명체에 의해 받쳐져 있다고 믿었다. 지구가 중력에 의해 우주 공간에 떠 있다는 사실은 근대 과학이 정립된 후에야 보편화됐다. 하지만 욥기에는 현대 우주 과학의 관점과 일치하는 묘사가 나온다. “그는 북쪽 하늘을 허공에 펴시며 땅을 아무것도 없는 곳에 매다시며”(욥 26:7) 구름에서 비가 내리고, 그 물이 다시 증발해 구름이 되는 ‘물의 순환’ 과정은 16~17세기 피에르 페로와 에드메 마리오트의 연구로 확립됐다. 그러나 성경은 이를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그가 물방울을 가늘게 하시며 그것이 증발하여 비가 되게 하시도다 그것이 구름에서 내려 많은 사람에게 쏟아지느니라.”(욥 36:27~28)
근대 해양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매튜 모리는 성경 시편의 한 구절을 읽고 영감을 얻어 해류를 연구했다고 알려져 있다. “공중의 새와 바다의 물고기와 바닷길에 다니는 것이니이다.”(시 8:8) 레위기에는 전염병 환자를 격리하는 등 파격적인 위생지침이 나온다. “전염병(나병 등) 환자를 진영 밖으로 격리하고, 환자가 만진 옷이나 그릇을 빨거나 깨뜨리라는 지침”(레 13~15) 우주 전체의 에너지 총량은 변하지 않고 새로 생성되지도 않는다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열역학 제1법칙)과 맞아떨어지는 성경 구절도 있다. “천지와 만물이 다 이루어지니라.”(창 2:1)
이명희 논설위원·종교전문기자 mheel@kmib.co.kr
기사원문 : https://v.daum.net/v/202602040309368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