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서 안동 예안면에 벽걸이 선풍기를 주문했다며 가보자고 한다.
가는 시골길이 운치 있을 것 같아 나들이 삼아 출발했다.
그런데 갈수록 골짜기로 들어가고 길은 험했다.
꽃이라도 피었으면 눈요기라도 하겠지만 썰렁한 겨울 비탈이라 볼 것도 없었다.
도착해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구형 선풍기를 싸게 인수했다.
돌아오는 길이 엄두가 나지 않아 안동으로 둘러 가기로 했다.
그래도 안동을 지나가는데 그냥 갈 수는 없어
평소에 가던 맛집에 들러 이른 저녁을 먹었다.
덕분에 산천 구경도 하고 맛있는 식사도 오붓하게 나누었다.
이런 재미도 괜찮다며 벌써 어른 흉내를 내보았다.
앞으로 이런 날들이 많아질 텐데 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산천에 쌓여 살고 있는데도 낯선 시골이 좋아 보이는 것은 왜일까?
늘 보던 것과 달라서 새롭게 느껴지는 걸까?
구형 선풍기인데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니 좋아 보이듯 세상 이치가 다 그런가 보다.
매일 보는 형제보다 가끔 만나는 친구가 더 반갑긴 하다.
생각과 느낌 차이일 뿐 언제나 내 주변 가까이 있으면 제일 편하고 귀하다.
말씀에 동생이 허랑방탕하여 집에 돌아왔을 때 화가 난 맏아들에게
너는 항상 나와 함께 있으니 내 것이 다 네 것이 아니냐 하였다.
늘 곁에 있던 맏아들보다 죽었다가 돌아온 아들이 더 반가운 아버지였지만
맏형의 마음은 달랐던 모양이다.
맏형의 심정이 우리는 아닌지 돌아보고
다 하나님이 주신 것인데 욕심내지 말고
언제나 주변 가까이 있어도 늘 새로운듯 감사하며 살아가자.
얘 너는 항상 나와 함께 있으니 내 것이 다 네 것이로되 [눅1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