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대한민국 선거에 있어 아주 묘한 위치를 가진 공간이다. 넓은 지역, 그리고 각 지역별로 매우 다른 정치적 성향이 강하고 그에 바람을 많이 타는 듯도 하지만 의외로 강한 안정감을 가지기도 하는 곳이 경기도다. 물론 사건 사고도 그만큼 많다.
1.24 합의에 의해 경기도는 20대 총선에서 의석이 왕창 늘어난다. 8석이나 늘어나서 60석이다.
60석이란 숫자에 일단 유의해야 한다. 지역구 253석 가운데 60석은 23.7%에 해당한다. 비례대표를 선정하는 정당 지지율까지 합쳐서 순수하게 의석이 차지하는 비율로 본다면 11석을 더 보태어서 경기도가 전체 300석 국회의원 자리 중에서 71석을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지역임을 다시 계산하면서 봐야 한다. 그만큼 중요하다. 숫자도 숫자지만 이 정도면 한국 정치를 결정할만한 대단히 강한 힘을 지닌 곳이다. 그렇지만 앞서 설명한대로 이 지역의 정치적 성향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렇지만 60석도 이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면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5년 10월말 현재 주민등록인구 기준 적정의석은 61.36석. 상한인구 초과 선거구가 18개에 이른다. 수원시 갑을병정, 용인시 갑을병,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시 일산서구, 남양주시 갑을, 성남시 분당구 갑, 화성시 을, 군포시, 김포시, 광주시, 양주시-동두천시, 여주시-양평군-가평군, 부천시 원미구 을 등이다.
상황은 이렇지만 대체로 늘어나는 8석은 수원, 용인, 화성, 군포, 김포, 양주, 남양주, 광주에서 1석씩 증가하는 것으로 결정되는 듯하다.
우선 경기도의 정치 1번지랄 수 있는 수원시는 일단 인구 118.2만명으로 선거구 평균 인구의 5.81배라서 선거구를 최소 5석을 배정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선거구 평균의 1.16배가 된다. 5개 선거구로 나뉘는 방법은 여러 예측이 있지만 수원시가 2030년을 예측하는 도시계획을 수립하면서 생활권을 기준으로 북수원, 남수원, 화성, 동수원, 서수원의 5개 권역으로 나눈 걸 참고할 수 있다. 생활권역을 중심으로 편제된 행정권역이란 점에서 이 계획이 아주 유용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용인시의 경우는 갑을병 3개 선거구지만 19대 총선에서도 수지, 기흥구의 경우 단일 선거구로 각 38만, 37만명으로 인구가 적은 처인구와 합쳐서 갑을병으로 나눠 선거를 치른 것이었다. 현재는 인구 97만명 정도지만 경기도 전체 선거구 증설이 너무 많다고 봐서 1석 늘어난 4석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고 본다. 유력한 형태는 죽전 1,2동과 구성동, 보정동, 마북동, 동백동(265,745명), 상한 2동을 포함한 수지구의 나머지(264,440명), 기흥구 나머지 지역(221,951명), 처인구(222,941명)의 4개 선거구로 재편하면 된다.
남양주시는 인구 상한선의 2배를 넘겨서 기존 갑을 선거구에서 3분구해서 갑을병 선거구로 조정된다. 시 지역 내에 천마산이 있어 동남서로 분구하는 방식이 될 듯하다.
화성시의 경우는 2015년 4월 선거구 상한의 2배를 넘겼기에 현재의 화성시 갑을을 갑을병 3구로 분구해야 한다.
양주-동두천시는 인구상한선을 넘겨 갑을로 증설되고, 김포의 경우는 인접한 광역자치단체가 다르기 때문에 단독 분리될 전망이다. 남북으로 분리된 선거구 구성이 될 듯하다.
광주시는 상한선을 넘겼으나 과소한 하남시 선거구가 있어 분구 가능성이 없을 전망도 있었지만 일단 단독 분리된다. 군포시의 경우도 인구가 상한선에서 10,000명 정도 초과하여 인구증가세나 남은 개발가능지역 등을 고려하여 너무 많은 선거구 증설을 억제한다는 명분이 적용되어 다른 방식의 이합집산을 검토도 했으나 일단 분구로 결정되는 듯하다. 화성시는 갑을 선거구에서 갑을병 선거구로 된다.
안산시의 경우 4석은 많고 3석은 적은 감이 있는 등 조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없지 않으나 253석 지역구에서는 4석이 유지된다. 평택시의 경우는 내부 조정이 될 전망이고, 고양시의 경우는 일산동구와 서구가 현재 결정 인구기준을 넘어서긴 하지만 선거구 증설이 여의치 않으면 현행대로 가자는 의견을 수용하여 4석 유지가 된다. 성남시 분당구 갑은 분당구 을과 지역 조정이 필요하고, 부천시 원미구 을도 관내 조정으로 편차를 막으면서 선거구를 조정해야 한다.
여주-양평군-가평군 지역구는 지역이 넓기로 유명한데, 2015년 6월말 인구 상한을 초과했으므로 일단 가평이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 남양주가 1석 신설되므로 현 상태에서는 남양주와 가평군이 묶이는 것이 바람직하게 보인다. 가평군 주민들이 경춘선, 46번 국도로 교류가 잦은 남양주와 묶이는 걸 선호하는 반면 남양주시에서는 회의적인 입장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1석이 증가되는 상태라면 가평군이 남양주와 합쳐지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력한 방안이다.
60개 선거구를 한 번에 모두 점검해보는 일은 만만치가 않을 정도로 경기도는 지역과 그 성향 등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치적 접근이 여의치 않는 묘한 지역이다. 19대 총선의 결과를 보면 서울특별시를 둘러싸고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그 외곽은 새누리당이 차지하는 식이었다.
그림 자체만으로도 아주 흥미로운 모양이 나타난다. 16대~18대 총선 경기도 당선분포도를 보자.
대통령 탄핵바람을 탔던 17대 총선 열린우리당의 예를 제외하면 대체로 19대 총선의 그림이 유지된 편이다. 세밀하게 보면 경기도가 야권 성향이 무척 강하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묘한 대목도 눈에 금방 띈다. 의석수는 분명 야권이 우세한데 정당 지지율은 대체로 여당이 강세다.
19대 총선에서 나타난 여야의 선호군을 토대로 해서 경기도의 성향을 한 번 분석해보자. 선거 당시 기준 21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의 선거 지역과 당선자, 득표율이다.
2014년 7.30 재보선으로 변동이 있었다. 수원시 을 선거구는 새정치연합 신장용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되면서 재선거가 치러져 새누리당 정미경 후보가 55.7%로 당선되었다. 수원시 병 선거구는 남경필 의원이 경기지사 후보자로 등록하여 보궐선거가 치러졌고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가 52.81% 득표로 당선되었다. 수원시 정 선거구는 새정치연합 김진표 의원이 경기지사 후보 등록하며 보궐선거를 치러 새정치연합 박광은 후보가 52.87%로 자리를 이어 받았다.
평택시 을 선거구의 경우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등으로 당선 무효가 되어 재선거가 있었다. 새누리당 유의동 후보가 52.05% 득표로 당선되었다. 김포시의 경우, 유정복 의원이 인천광역시장 후보자로 등록하여 보궐선거가 있었고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가 53.45% 득표하였다.
19대 총선에서 야권의 당선자들을 보자. 서울 중심의 가까운 도시에 대부분 포진해있다.
20대 총선의 경향을 보면, 경기도의 경우 늘어나는 지역구들의 유입인구가 젊은 층이 많은 것으로 판단되어 여당에게 유리한 여건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특히 서울권 도시 중심의 야권의 포진은 세대 구성면에서 경기도의 주요 도시에서는 야당 선호층이 늘어난다는 의미일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그간 여당이 영향력이 크던 지역인 고양시 갑은 물론이고 성남 중원, 수원을, 수원병, 안산단원갑, 안양동안을 등 여당 지역들의 의석도 사수에 비상이 걸린 것이 아닌가 예상도 나온다.
20대 총선을 대비하는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야권 분할 상태에서 과연 어떤 인물들을 내놓고 경쟁을 할 것인지 주목이 되지만, 국민의당이 인천 지역에서의 일련의 기세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에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긴 하다. 전윤철 공직심사위원장이나 혹은 국민의당 차원에서의 인물영입과 선정이 과연 현재의 경기도 지역 야권 의원들의 의석과 경쟁 가능한 인물일지, 여당 지역구에서 경합이 가능한 정도의 인물일지 우선 봐야 할 필요가 있지만 총선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마저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좋은 인물을 꺼낸다 하더라도 짧은 선거운동기간에서 힘든 상황이고, 더군다나 20대 총선은 예비후보자들에겐 정말 깜깜이 선거와 같은 일이 벌어져 있다. 인지도를 높이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어지간한 전국구로 알려진 인물이 아니라면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새정치연합 시절에서 경기도에서 생긴 몇 가지 잡음들이 있다. 박기춘 전 의원의 뇌물수수사건이나 로스쿨 졸업 자녀들의 취업청탁 의혹이 불거진 파주갑의 윤후덕 의원 사건,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고양 덕양을의 김태원 의원이 비슷한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공천에 따라 문화체육부 장관 청문회에서 떨어졌던 정성근 전 SBS앵커의 추문도 다시 불거질 공산이 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이 의원 갑질로 파장을 일으켰던 김현 의원을 안산시 단원갑에 공천할 것인지도 많은 이들에겐 지속적인 관심사다.(*주; 1심 판결에서 무죄가 나왔지만 정작 세월효 유족회는 실형을 선고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단히 애매한 상황이고 아직 상급심이 남아 있다.) 그 과정이나 결과에 따라 구설수를 남기지 않을 수는 없다.
공천기준이 뭔가 따질만한 대상들은 많다. 이런 논란이 당장에 대두될 수밖에 없는 여러 총선후보들이 비단 경기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에 이와 비슷한 후보들은 많다. 그들도 사실 수도권 선거에는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수도권은 공정성 문제, 공천의 원칙문제 등에 꽤나 민감한다. 단순한 인물 선거만은 아닌 곳이라는 건 정보 유통량이 많다는 걸 뜻하는지도 모른다. 각당의 공천심사 위원회는 이 점을 놓치면 특정한 몇 사람의 잘못된 인물의 공천으로 선거 전체를 망쳤다는 평가를 듣을 소지도 크다.
2016.2.14 로스쿨 아들 구제 의혹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배제 움직임이 강해지자 신기남 의원은 ‘정치적 음모’이며 ‘해야할 일 남았다’며 더민주를 탈당한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당장 원내교섭단체 의석 20석을 채우면 90억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기남의 영입을 거부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새누리당은 “국민의당은 이(보조금)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하는 현역의원이 없는지 눈치만 보고 있다고 한다”며 비판했다. 꼴이 좀 우습게 된 것이다.
총선 전쟁에 들어간 각당의 모습은 칼날 위를 걷는 자들의 모습과 심정이 보인다.
새누리당은 경기도 의석의 최소 40% 사수를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이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이 발을 못 뻗도록 경기도에서 통제해서 최소 60% 의석을 차지한다는 총선 목표를 내밀하게 가진 것으로 보인다. 늘어난 의석만큼 선거의 결과에 따라 양당의 입장은 매우 달라진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에게 호남의 상당 부분을 놓친다 하더라도 경기도에서 그를 만회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야만 한다. 이미 인천의 경우는 국민의당의 기세가 상당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경기-인천의 수도권에서 완벽한 승리를 위해서는 경기도에 공을 더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호남 표의 향배다.
경기도 지역은 호남출신 인구 숫자가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016년 2월 들어 나름 지지를 회복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호남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의구심은 짙어지고 있고 천정배 국민의당 대표의 주도로 목포 출신에 김대중노벨평화상 기념관 이사장인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당 공천심사위원장으로까지 들어온 상태에서 주승용 원내대표는 아예 2/3 물갈이론을 외치고 천정배 대표는 ‘뉴DJ’라는 구호를 앞세워 호남 인재의 발굴이란 기치를 높이 들고 있다. 호남표가 경기도 지역이라 해서 일방적으로 더불어민주당으로 쏠릴 수 없는 이유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20대 총선이 19대 총선과 다른 점은 일단 MB정권 5년에 대한 심판론이 19대 총선에서 강하게 작동했다면 20대 총선에 과연 박근혜 정부 심판론이 제대로 작동하겠는가 하는 점이다. 그보다는 전체적으로 20~40대에서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반감이 쭉 늘어나온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권심판론이란 거대 이슈가 총선에서는 잘 먹히지 않을 공산도 크다.
경기도의 경우도 이 추세를 비껴가기는 어렵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보 수요에 노출된 지역이 많고, 상대적으로 노동문제 및 주택 등 민생 문제의 최전선에 경기도는 위치해 있다. 당연히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의 추세로 보자면 경기도는 지역에의 인물 중심으로 선거를 한 흔적들이 역력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거시적 주제보다는 미시적 과제들이 보다 영향을 미칠 공산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