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이번엔 변종파리떼 습격 -국제신문
작년 깔따구떼 악몽 준설토투기장 인근 창궐
당국, 약제살포 급급… 주민들 근본대책 요구
지난해 여름 '해충 폭탄'을 맞은 진해 신항만 준설토 투기장 인근 마을에 변종 파리떼가 창궐해 1년 전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7일 오후 경남 진해시 괴정마을 앞 부둣가에는 회색 날개를 가진 '미니' 파리떼가 무리를 지어 날아다녔다. 크기가 1~2㎜에 불과한 이 미니 파리는 한국곤충학회도 딱히 이름을 알 수 없다고 밝혀 마을 주민은 '변종 파리'라고 부르고 있다.
이 파리는 작고 가벼워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떼를 지어 괴정마을과 준설토 투기장을 싸고 있는 바닷가 수도 영길 안골 안성마을까지 공습하고 있다. 크기가 너무 작아 방충망을 뚫고 들어가는 바람에 주민들은 속수무책이다.
이 파리떼 때문에 지난달 말부터 영길 안골 안성마을 횟집들은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 주민들은 이 파리가 사람을 물어 가려움증을 유발시키는가 하면 선박이나 횟집 마루 구석구석에 소복하게 앉아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마을 부둣가나 산 인근에 유충이 대량 서식하고 있어 언제 다시 '해충 폭탄'을 맞을지 불안하다고 했다.
영길마을 이원국(51) 통장은 "지난해 기승을 부린 깔따구떼보다 작긴 하지만 한번 날아들면 옷에 새까맣게 달라붙어 주민들에게 불쾌감과 공포를 준다"며 "신항만 준설토투기장 공사로 생전에 보지도 못한 곤충의 습격을 연이어 받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금까지 해양수산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창궐한 물가파리와 깔따구 대책에만 급급한 나머지 투기장이 담수화되면서 또 다른 해충이 발생할 여지를 감지하거나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변종파리떼 창궐 소식이 알려지자 이번 주 안으로 또 다시 약품을 살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오히려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는 해수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1년 간 해충 방제를 위해 성장억제제인 스미라브 약품을 3차례에 걸쳐 51t을 살포하는 등 51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지난달 집중호우 때 이 약품이 배수로를 통해 인근 바다로 빠져 나가면서 유충 제거는커녕 오히려 바다를 오염시켜 인근 양식장 어패류의 폐사를 불러 왔기 때문이다.
정판용(진해1) 경남도의원은 "정부가 해충방제에 51억 원을 들였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복토 공사 등 해충 창궐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당국의 실효성없는 행정을 질책했다.
진해소멸어업인 생계대책위 이성섭 사무처장은 "스미라브가 친환경 약품이라지만 최근 어패류 폐사를 불러일으키는 등 주민들의 불신을 샀다"며 "정부는 지난해 약속했던 복토공사 예산도 확보하지 않는 등 대책 마련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