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마지막 수련의식 修鍊儀式
담비 일행은 이중부와 우문청아의 사라진 흔적 痕迹을 뒤쫓아 남쪽으로 계속 내려갔다.
사정 沙井에서 만리장성까지는 말을 타고 달리면 하루면 충분한 거리다.
정오 무렵까지는 100여 명이 이동한 흔적이 뚜렷하였으나, 음산 陰山 부근에 다다르니 이동 흔적이 세 갈래로 갈라져 버렸다.
음산만 지나면 만리장성이다.
수색조 搜索組들은 하는 수 없이 주위만 헤매다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한편, 서누리와 발렬마호는 급히 말을 몰아 설걸우 천부장을 찾아가니, 안면 있는 한준과 혈창루 모용척이 그들을 맞이한다.
‘이중부와 우문청아가 지난 밤에 한군으로 의심되는 무리에 피랍된 것 같다’고 보고하였다.
모용척은 향기를 불러 한준과 함께 중걸 백 부장에게 군사 100명을 데리고, 수색하라고 명하였다.
즉시 향기는 한준과 사정 수련원으로 가서 박지형과 이슬비에게 사건의 시초 始初를 듣고 실종 장소까지 확인하였다.
그때 담비 일행이 그곳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한준과 중걸 백부장은 담비 일행이 추적한 경로로 다시 재수색하면서 남쪽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음산 산맥까지 내려갔던 수색대는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고, 중걸 백 부장의 인솔로 다시 돌아와서 하는 말이 허황 虛荒 하다.
한 무리 인원들의 이동 흔적을 찾아 세 갈래로 나누어 추적하였더니, 큰 원을 그리며 다시 제자리로 모두가 되돌아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거리 교차지점이다.
동쪽은 금성부, 서쪽은 장안에서 곧바로 왔던 투후부다.
일단 그곳에서 야영하고 다음 날 다시 수색을 재개하기로 하였다.
향기와 한준은 중부를 찾기 위해 같은 동료로서 협력하여 수색은 함께하고 있지만 서로의 마음은 혼잡스럽기 그지없었다.
새벽녘에 향기는 여명이 트기 전에 벌써 주위를 직접 걸어 다니며 주변을 다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한준에게 병사 70명을 데리고 먼저 출발하라고 하였다.
한준은 중걸 백 부장과 담비와 이태를 데리고 재차 남쪽으로 출발하였다.
그러자 향기는 돌식이와 삼중과 함께 병사 30명을 인솔 引率하여 금성부의 막사가 있는 동쪽으로 출발한다.
돌식이와 삼중은 의아심이 들어
“모든 흔적이 남쪽을 가리키고 있는데 왜 우리 진영 쪽으로 가지요?”하고 물었다.
향기는 도리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단정을 짓지요?” 되묻는다.
“들풀들이 말발굽에 밟혀 남쪽으로 누워있으니, 당연히 그쪽으로 간 게 아닌가요?” 되묻는다.
“예. 얼른 보기에는 그렇게 보이는데... ”
“얼른이고 자세히고 간에 풀의 방향이 일정한 방향으로 넘어져 있는데...”
“확실한 건 아닌데, 어떤 속임수가 있는 것 같아 이쪽부터 확인하고자 합니다”
“무슨 속임수요?”
“그건 나중에 설명해 드릴게요”
천부장의 책사가 그렇다는데 아무런 직책 없는 수련생이 뭘 더 따지겠냐?.
그렇게 동쪽으로 한 시진을 가니, 언덕배기에 큰 막사가 버티고 있다.
만부장 즉, 을지담열 소왕 小王의 막사다.
저 멀리는 금성부의 커다란 막사도 보인다.
을지담열 소왕은 설걸우 천부장의 직속상관이다.
막사 주변은 소왕의 정예 병사들이 질서 정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태반은 훈련에 여념이 없다.
이를 확인한 향기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더니, 언덕 아래 낮은 저지대에 병사들을 쉬게 하고는,
병사 두 명을 별도로 불러 은밀하게 명령을 내린 후, 전령 傳令으로 다른 수색대에게 보낸다.
그리고 돌식이와 병사 2명만 데리고 말에서 내려, 다시 땅바닥을 중심으로 하여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다가 구릉지대 아래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게르를 한 채 발견한다.
주위를 돌아보며 이곳저곳을 다시 확인하는 향기.
돌식이는 향기의 모든 행동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적군 즉, 남쪽의 한군에게 잡혀간 친구를 빨리 구해야 하는데, 천부장의 책사라는 계집애는 자신의 진영 내에서 할 일 없이 땅만 바라보며, 여기저기로 왔다갔다 하기만 한다.
마음 같아서는 헛짓거리만 하는 책사인지, 책 장사인지 하는 계집애의 지시를 무시해 버리고 다른 수색 요원들과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어쩔 수 없이 참고 있었다.
속으로는 ‘여기는 이미 틀렸다, 담비야 너라도 빨리 중부를 찾아다오’라고 담비 일행에게 기대할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돌식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 돌연, 향기가 돌식이를 바라보더니,
“뻐꾸기 소리 낼 수 있어요?” 하고 묻는다.
“네, 한번 해 볼까요?”
“그럼, 저쪽 작은 게르를 향해 세 번만 뻐꾸기 우는소리를 내봐요?”
“뻐~국, 뻐꾹, 뻐뻐꾹”
잠시 후, 게르 안에서 “뻐~꾹, 뻐국, 뻐뻐꾹” 약하게 답이 온다.
“한 번만 소리를 내봐요”
“뻐~꾹”
게르에서 바로 답이 온다.
“뻐~꾹”
“안에 누가 있는지 알겠어요?”
“햐~. 알고 말고요. 내 동무, 중부가 여기 있었네”
“이제 다 해결되었어요”
“네”
“저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죠?”
“우리는 이제 철수할 테니, 수련생 여러분이 을지 소왕을 찾아뵙고 ‘이중부 사부를 데리러 왔습니다’ 하면 이번 수련은 끝나는 겁니다.”
“...”
“그리고 저와 우리 혈창루 모용 어르신이 이번 사건에 개입 介入했다는 건 절대 비밀입니다”
“왜요?”
“우리가 개입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서로에게 안 좋은 결과가 올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중부를 찾았냐고 물으면 뭐라 답을 하죠?”
“갈림길마다, 표식을 해두어서 그걸 보고 찾았다고 하세요”
그러자, 돌식이는 오른손바닥으로 자신의 이마를 강하게 때린다.
“아~ 맞네, 다급한 마음에 그걸 놓쳐 버렸네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사건에 대하여, 저와 우리 군사들이 개입했다는 것을 비밀로 해주세요”
“어, 왜요?”
“자세한 내막은 차후에 얘기합시다, 우리가 빨리 이곳에서 사라져야지만 되니까요”
“네,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사거리 교차로 지점으로 가니 한준과 담비 일행이 벌써 대기하고 있다.
향기가 보낸 군사로부터 전령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다.
박지형과 돌식이. 두 명이 을지 소왕야 막사로 가고, 수련원에 남은 나머지는 완전 무장 자세로 경비를 서고 있다.
한편, 중부와 청아는 어두운 밤에 포로로 잡혀가니 황망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적들은 포로를 잡아 놓고, 이상하게도 아무런 말이 없다.
보통은 포로를 고압적 高壓的으로 대할 터인데 일언반구 一言半句도 없다.
일각을 끌려가니 말에 태운다.
중부는 순간적으로 비밀 표식인 검은 실과 흰 실을 교차로 꼬아서 묶은 오뚜기 모양의 새끼손가락 크기보다도 작은 조그만 돌을 방향이 바뀔 때마다 1개씩 떨어뜨린다.
보통 5개 정도는 늘 소지하고 다닌다.
이는 2기생 돌팔매질의 귀재인 족제비의 건의로 사용하게 되었다.
유사시 有事時에는 암기로도 사용할 수 있는 암호 표기용이었다.
그러나 마음이 다급한 수련생들은 적군의 소행이라 지레짐작하고, 이들 발견하지 못하고 적군의 주둔지 방향으로만 추적하였던 것이다.
그러자, 동방향기는 후한군이 이곳에 나타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박달촌에서 배웠던 수색 방법을 떠올리고, 기억을 더듬어 중부가 갇힌 곳을 찾아낸 것이다.
그런데, 이번 마지막 수련 의식에 향기가 수련생들에게 도움을 준 것이 머지않아 큰 풍파를 일으키며 된다.
동북아 전체를 서로가 반목 反目하고, 죽이고 죽는 대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가게 되는 하나의 계기가 된다.
이번 포로 구출 작전은 수련생들의 마지막 수련 관문이었다.
만일 중부와 청아가 그날 수련원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소왕부에서는 밤에 수련원을 습격하여 2, 3명을 생포해 갈 계획이었다.
그러데 중부와 우문청하.
두 명의 수련생이 스스로 수련원을 이탈하여, 야간에 초원으로 나와주니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없었다.
하여튼, 수련생들이 소왕이 예상하였던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자, 을지 소왕은 대단히 만족한다. 수련생들이 대견스럽기 그지없다.
소왕은 수련생들이 실종자를 찾는 기일을 오 일을 합격선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내심 內心, 칠 주야까지는 봐주기로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정 수련생들은 사흘 만에 문제를 해결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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