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 SUV 차량인 스포티지 조립공장을 세웠다. 지난 10일 현지에서 열린 준공식에는 우스켄바예프 산업인프라개발부 장관 등 카자흐 정부 인사들과 구홍석 주 카자흐대사, 기아차 관계자 등 80여명이 참가했다.
기아 스포티지/사진출처:기아차 홈페이지
러시아와 국경지역인 카자흐스탄 북서부 코스타나이주(州)에 건설된 이 공장은 스포티지를 '완전분해 조립'(CKD)방식으로 생산한다. 연간 1만대 규모다.
기아차가 러시아 접경지역에, 그것도 스포티지 조립 공장은 세운 것은 궁극적으로 러시아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쟁으로 막힌 러시아 시장의 혈(血)을 뚫는 처방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서방의 대러 제재 조치에 맞춰 지난 3월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공장의 가동과 수출을 중단하고, 현지의 재고 판매에 의존해왔다. 재고가 거의 소진된 지난 8월, 9월 모델별로 판매 제로(0)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아스포티지, 2022년 11월 러시아에서 가장 잘 팔린 한국 자동차/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이같은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가 '병행 수입' 조치를 도입하면서, 현대기아차에게도 제재 조치를 피해 러시아 시장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겼고, 카자흐스탄에 조립 생산 시설을 확보함으로써 그 기회를 잡은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기아 스포티지는 러시아에서 꾸준히 잘 팔리는 '베스트셀링 자동차'다. 현지 자동차 전문 매체에 따르면 기아 스포티지는 지난 11월에도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한국 차 순위 1위에 올랐다. 작년 11월 1,593대에서 지난 11월 781대로 반토막이 났지만, 1위를 지켰다는 게 현지 매체 보도다.
현대기아차의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공장이 언제 가동을 재개할 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제 2의 현지 공장'으로 간주된 '아프토토르'마저 중국 자동차의 조립으로 돌아선 상태에서 현대기아차의 선택은 단순할 수 밖에 없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서부 대도시에서 가장 가까운 카자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자동차 브랜드를 조립해 '병행 수입' 방식으로 러시아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프토토르 공장, 중국 3개 자동차 브랜드 조립 시작/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아프토토르 공장의 현대기아차 조립 모습/사진출처: 아프토토르 홈페이지
현지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의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있는 '아프토토르' 공장은 지난 4월 현대기아차의 조립 생산을 사실상 중단한 뒤, 중국 자동차 업체들과 위탁 협상을 해왔으며 최근 3곳과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안톤 알리하노프 칼리닌그라드 주지사는 13일 현지 TV 채널 '러시아-24'와의 인터뷰에서 "아프토토르가 중국 자동차 브랜드 3곳과 생산 계약을 맺었다"며 "브랜드 이름을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연말까지 최대 2,000 대를 조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에는 최소 5만대, 최대 10만대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올해 중반 러시아 시장에 자사의 대표 전기차량인 아이오닉5를 출시하려다 출시를 중단한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이미 형식승인을 받은 상태여서 언제든지 출시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자동차도 재고 물량이 모두 소진되며 직접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병행 수입'을 통해 수입된 자동차들만 '현대차 이름'으로 팔리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