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필자는 PBL학습을 적용하여
아이들의 상상력에 놀이의 요소를 결합해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맘껏 놀며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수업 방법을 제안하였다. 이번 편에서는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여 논의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신비한
식물사전》에 담긴 상상력을 PBL로 연결시키기
어느 날 반에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를 아주
좋아하는 아이가 최근에 영화로도 개봉한 《신비한 동물 사전》이라는 책을 읽어봤냐며 가져왔다. 난 책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굉장히 기발한 점들을
발견하고, 그 상상력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 저자의 이름이 실제 이 책을 만든 조앤.K 롤링이 아니라 ‘뉴톤 아르테미스 피도
스캐맨더 (Newton Artemis Fido Scamander)’였는데 알고 보니 그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등장인물이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나오는 교과서였고, 그 가상의 책을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출간한 것이다.
추천사에는 덤블도어 교수의 사인이 적혀있었으며, 맨 앞에는 소유자가 해리포터의 것이라고 되어있고, 헤르미온느의 낙서까지 적혀있다. 책의 내용은
알파벳 순서로 신비한 동물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었다.
조앤.K 롤링은 과연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만들었을까? 어떻게 보면 쓸데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 일이 실제로는 굉장히 창의적인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녀는 이 생각을 통해
‘신비한 동물사전’이라는 영화까지 만들었고, 앞으로 거두어들일 수익의 규모도 엄청난 수준이다. 누구에게는 하나의 장난 정도로 생각될 수 있는
이러한 창작물들은 사실은 무한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창의적인 생각이 현재는 책이나 영화의 형태를 띠고 있을 뿐이지만 생각의
방법은 얼마든지 다른 분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이와 같은 상상력은 결코 장난이나 놀이의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아이들이
이러한 작업을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다. 그러나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서 시행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대신에 교사가 아이들이 다양한 주제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기본적인 틀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이와 같은 작은 책을 만드는 것이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에게는 만화나 웹툰의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나 메모의 형태도 그대로 인정해주어야 할
것이다.
《신비한
식물사전》을 한번 만들어볼까?
어쨌건 지금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창의적
기법들을 통한 결과물보다는 아이들의 자발적인 흥미와 상상력을 기반으로 텍스트를 가지고 놀게 만드는 것이 더 많은 창의적인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연구나 프로젝트라고 해서 따분하고 어려운 것을 하는 것보다는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내어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연구는 어떨까? <식물은 어떤 땅에서 잘 자랄까?> 이런 과학 보고서도 물론 의미가 있겠지만, 조앤.K.롤링의 《신비한
동물사전》과 같은 책에 힌트를 얻어 《신비한 식물사전》을 만들어보는 일은 어떨까? 각종 식물의 모습을 그리고,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적어보는 것이다. 있지도 않은 어떤 세계를 상상하면 이를 위해 반드시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될 수밖에
없다.
이를 교실에 적용한다면 다음과 같은 형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1~2개씩 자신이 상상하는 《신비한 식물사전》을 만들기 위해 식물의 그림과 설명을 창의적으로 생각하여 적게
한다. 이 때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교사의 충분한 지도가 필요하다. 모둠별로 어느 정도 식물을 분류하여 토의하고 사고를 모아 결과물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교사는 이를 다 모아 한 권의 산출물로 만든다. 이제 책이 만들어졌으면 가상의 이야기를 덧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학생들과 협력하여 한 권의 작은 책을 만들어낸다면 크게 힘들지 않게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수업 시간에 직접적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일정한 기간을 할애하여 프로젝트로 잡고 한 가지씩 산출물을 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프로젝트는 개인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지만 여러 명이 협업을 통해서도 가능하며 이때는 각자의 산출물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관련된 프로젝트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여러 이야기나 창의적 사고의 산출물이 서로 연관되고 연결된다는 것은 굉장한 장점이다. 애플이 창의적인 기업으로 인정받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애플만의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점을 꼽는 사람이 많다. 또한 마블이라는 회사가 연일 영화를 통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유도 그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 연결된 이야기에 열광하고 있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서 얻은 하나의 아이디어를
다른 아이디어와 결합시켜 무한한 확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을 서로 결합시켜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이
수업의 핵심이며 교사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가상 상황 창조하기 - 좀비가 쳐들어온다고?
위에서 든 예가 하나의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가상의 상황을 창조해내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예전에 우연히 도서관에서 재미있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라는 책이었다. 대충 훑어보니 이 책은 좀비가 있을 것이라는 엉뚱한 상상에 근거하여 좀비에 대처하고 살아남는 방법을 쓴 책이었다.
처음에는 ‘아니 뭐 이런 책이 나있나?’하는 생각으로 펴 보았지만, 저자는 사뭇 진지하게 좀비에 관련한 모든 것을 망라하고 있었다. 좀비에 대한
치밀한 분석은 물론이고, 재난 시에 필요한 각종 도구, 피난 요령, 공격과 방어 방법 외에도 6만 년 전 중앙아프리카에서부터 2002년 미국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기록과 사건들에서 발견되는 좀비 바이러스의 징후 등을 분석하고 있었다. 어쨌건 중요한 것은 작가의 엉뚱한 상상을 책으로 정리
했다는 것이고 이를 하나의 산출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주목할 점은 책이 생각보다 대단히
논리적이고 짜임새 있으며 체계적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단순히 상상하여 글쓰기의 수준이 아니라, 하나의 상황을 가정 한 후에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좀비에 대처하는 무기들을 삽화와 함께 설명해놓은 부분을 보면 정말 좀비가 있다는 가정
하에는 정말 이 책이 유용할 수도 있겠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결국 이 저자는 이 책을 바탕으로 <세계대전Z>라는 책을
출간하였고 ‘월드워Z (World War Z)’라는 영화가 제작되기에 이르러 세계적으로 흥행 열풍을 일으켰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글을 쓰게 한다면 어떨까? 나름의 상상의 상황들을 만들어 내고 거기에 대한 글이나 기타 산출물들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했더니 한 학생이 이렇게 대답했다. 초능력자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상황을 만들고, 그것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자신이 그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교사는 반드시 그 생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더하라고 했더니 ‘초능력자의 수는 얼마나 될까?’, ‘초능력을 따로 가르쳐주는 학교도 있을까?’, ‘왜 그들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할까?’와 같은 질문들이 나왔다. 이런 창의적 질문들은 생각을 확장시키는데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충분히 추가되었다고 판단할 때
아이들에게 글과 아이디어의 개요를 작성하게 한 후 모둠별로 글이나 다양한 산출물을 만들게 하면 된다.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주자!
결론적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맘껏 펼치게
하여 하나의 프로젝트 산출물로 만들어내는 것은 창의성 교육의 한 가지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창의성 기법을 사용하여 무슨 발명을 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그냥 하나의 장난이나 놀이로 생각될 정도의 상상력을 무한히 확장시켜 나가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바로 놀이로부터 시작되는 상상력의
확장이다. 놀이와 창의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애플과 구글 같은 회사는 내부 공간도 마치 놀이터나 카페처럼
만들어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만든다고 한다. 또한 일도 자율적이고 창의적이고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해 일과 놀이가 하나가 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마 구글하면 가장 화제가 되는 이야기는 일을 안 하고 노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루 근무 시간의 20%는 자신의 업무를
중단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20% 프로젝트라 불린다. 물론 이 시간에 아예 노는 것은 아니다. 서로 이야기하면서 아이디어가
나오면 서로 나누고 공유하는 일을 하다가 프로젝트로 발전시킨다.
그러므로 앞에서 논의한 것처럼 학교에서도
아이들의 창의적 놀이를 산출물로 만들어가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과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특히, 어떻게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프로젝트를 제시하며, 어떻게 구체적인 산출물을 만들어내느냐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쨌건 당장은
아주 초보적인 수준의 산출물은 가능할 것이며, 이러한 단순한 산출물도 창의적인 생각을 맘껏 발휘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우선 학교 교육 현장에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상상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일이
시급하다.
21세기 교육 패러다임 (출처
: EBS
다큐프라임)
글_ 박 민 영
(와우초등학교)
수도‧중부권 초등 창의교육 거점센터
(서울교대)
출처_ 크레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