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나뭇잎조차 흔들리지 않는 염천炎天입니다. 지구가 열감기에 걸렸나봅니다 세상의 질서가 비논리적이라 어제의 결과가 춤추고 있습니다 신기루의 먼지 속에 혓바닥이 신맛을 내품습니다 절망과 희망의 반복 속에 구름이 질곡하고 남쪽에서 목마른 저수지가 바닥을 갈랐습니다 북쪽 천둥번개는 축축한 습기를 매단 채 불빛을 흩뜨립니다. 못 견딘 밤벌레가 으르렁거립니다. 새로운 생태적 변태들이 자꾸 생겨나고 죄가 많은 왕이 기우제를 지낸다고 떠들썩합니다 제사장이 모세의 지팡이를 들고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선악과를 먹은 인류의 전략이 종기처럼 곪아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달랑달랑 떠 있던 별들은 멀어지고 달의 왈츠가 멈췄습니다 며칠 동안 검은 비가 내렸습니다 하늘은 제 슬픔에 우렛소리를 냅니다. 빙하를 녹이는 엘니뇨, 인간의 뒤통수를 날름거릴 황무지 같은 것. 사람과 자연 사이에 새로운 질서를 재촉하고 노아의 방주는 비를 갈무리합니다. 곧 빙하기가 올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