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왜 달고 사세요?
재채기와 콧물로 고생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코감기와 헷갈리기 쉬운 알레르기 비염은 야외활동이 잦은 3~4월에 급증하는데 꽃가루, 황사, 미세먼지 등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물질은 매우 다양하며 모든 사람이 알레르기 물질에 반응하는 것도 아니다. 체질적으로 알레르기 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알레르기 반응이 없다가도 나이가 들면서 갑자기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정확한 원인물질과 예방, 해결책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 알레르기, 어디서 나오는걸까
알레르기(allergy)는 그리스어인 'allos', 즉 '변형되다'에서 유래됐다. 우리 몸이 외부물질로 인해 '변화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외부에서 침입한 나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그 기능이 떨어지면 질병에 쉽게 노출된다. 두드러기나 수포, 즉 면역체계의 과민반응이 바로 알레르기다.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으로는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천식, 알레르기성 쇼크, 알레르기 결막염, 아토피 피부염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봄철에 주로 발병하는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로 인해 과민반응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구별하기 어렵지만 발작적인 재채기를 계속 한다거나 콧물이 흘러내리고 코가 막힐 때, 또는 가려운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할 만하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크게 식물, 균, 동물, 식품, 환경, 기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식물은 봄·가을에 날리는 나무 꽃가루와 잡초 꽃가루가 있다. 이르면 3월, 보통은 4~5월에 많이 날리는 나무 꽃가루는 공기 중으로 멀리 날아가기 때문에 외출 후 반드시 손발과 목 등 피부 노출부위를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 균은 집먼지 진드기, 바퀴벌레, 곰팡이 등 여러 종류가 있다. 특히 진드기의 경우 사람 몸에서 떨어진 각질을 먹고 살기 때문에 평소 청소를 깨끗이 하고 55도 이상의 뜨거운 물에서 일주일에 1번 이상 침구류를 세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실내습도를 조절하는 등의 관리가 더해진다면 더 효과적이다. 동물의 경우에는 고양이의 침과 개의 비듬·털, 쥐의 배설물 등이 원인이다.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은 애완동물을 실외에서 키우는 것이 좋고 규칙적으로 목욕을 시키고 침대나 소파 등에는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우리가 먹는 식품 중에서도 원인물질을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 흔한 알레르기 원인 식품은 계란 흰자, 우유, 밀, 땅콩, 콩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평소 섭취하는 음식 가운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환경적인 요인은 더위나 햇볕, 봄철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와 황사 등이 있으며 고무, 가죽, 향수, 화장품, 세제, 니켈, 혈관 조영제, 액세서리, 방사선 등도 알레르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원인 물질 피하기
알레르기 질환의 기본적인 치료법은 원인물질을 제거하거나 피하는 것이다. 따라서 내 몸에 반응을 일으키는 알레르기 물질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한 뒤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알레르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면역글로불린(IgE) 검사에는 마스트 알레르기 검사와 이뮤노캡 검사가 있다. IgE는 알레르기 질환의 발생과 연관이 있는 항체로 혈청 내 특이 IgE가 조금이라도 존재하면(≥0.1 kUA/L, 유럽기준) 알레르기 증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마스트 알레르기 검사는 여러 종류의 알레르겐과 혈중 총 IgE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 원인 알레르기 물질을 예측하기 어렵거나 다수의 알레르기 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유용하다.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흡입성 및 식품 알레르기 물질로 구성되며 한번의 채혈로 알레르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러 항원을 동시에 검색하기 때문에 매우 경제적인 검사로 불린다. 검사 다음날 바로 결과를 받아볼 수 있고 62종까지 급여로 인정된다.
반면 이뮤노캡 검사는 원인이 되는 알레르기 물질에 대한 특이 IgE 정량을 측정하는 검사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을 정확히 규명하며 환자의 병력, 증상, 계절, 지역 등에 따라 필요한 항목만 선택 가능하다. 전세계 알레르기 검사의 75%를 차지하는 이뮤노캡 검사는 정량 수치를 통한 최상의 치료법 선택과 약물 처방이 가능하고 검사결과 또한 바로 다음날 받아볼 수 있다. 12종까지 급여로 인정된다.
앞서 강조한 대로 알레르기 비염을 비롯한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원인이 되는 알레르기 항원을 찾아야 한다. 감기와 알레르기 비염처럼 증상이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 질환을 구별할 수 있고 면역치료와 회피요법 중 내게 맞는 치료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처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녹십자의료재단에서 실시하는 마스트 검사와 이뮤노캡 검사를 통해 원인 알레르기 물질을 정확하게 찾아내면 그것에 노출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지고 약을 복용하는 횟수도 줄일 수 있다.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 그림자처럼 우리를 따라다니는 알레르기를 어쩔 수 없는 존재로 여겨 방치하지 말고 내 몸이 먼저 알고 피할 수 있도록 드러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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