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파(熱波, heat wave)
누가 하늘을 아름답다 했는가
누가 하늘을 아름답다 했는가
차라리 차라리 마음을 성급히 내어
오열의 눈물 단어 드리우지 말고
요한계시록처럼 될 것 같은 소멸의 세상
하루 빨리 우리를 잠들게 하라
기온이 올라가면 인체는 온열 스트레스를 겪고
더 심해지면 열사병으로 나아가고
탈수 증상, 발한(땀), 구토, 두통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혈액을 바깥 피부로 내보내려고
체내 온도가 올라가고
내부 장기가 망가지고 그리고 심장마비
(구정은의 ‘수상한 GPS’ - 열파에 덮여가는 지구)
누가 하늘을 아름답다 했는가
누가 하늘을 아름답다 했는가
봄 햇살 흩날리는 눈꽃 사이로 부푼 연애의 감정
뙤약볕 여름 느티나무 그늘 아래 나란히 그리던 하트
낙엽 더미 산책길 프렌치 코트 품으로 들어오던 온기
비탈진 겨울 스키장에서 달구고 달군 연애의 결실
박물관에서 꺼내온 시네마천국의 찢어진 필름일까
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 하늘은 난리가 아닌데
누가 하늘을 아름답다 했는가
누가 하늘을 아름답다 했는가
열파는 지상 3,000~7,600미터
그곳에서 형성된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쏟아 부으면서 일어나고
공기가 압축될수록 더 뜨거워지고
주변의 구름과 바람을 몰아내 고온 현상이
며칠씩 계속되고
그러면 고기압이 냄비 뚜껑처럼 열기를 덮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일어나고
그러면 습기가 증발하면서 더 더워지고
(구정은의 ‘수상한 GPS’ - 열파에 덮여가는 지구)
누가 하늘을 아름답다 했는가
누가 하늘을 아름답다 했는가
그래도 그대의 흰 손에 눈물 강물 만들지 않으려면
단 한순간이라도 아름답게 잠들려면
열나게 생산하지 말고 열나게 소비하지 말고
열나게 사랑하지 말고 열나게 이별하지 말고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나무 사이를 걷기만 해야 하는데
기후재앙으로 경제적 손실도 늘고 있다
NOAA(미 해양대기청)는 미국에서 1980년부터
지금까지 285건의 기후재해가 일어나
총 1조 9000달러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산
에어컨 없는 사람들이 무더위에 가장 고통 받듯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기후재앙의 피해를 더 많이 입을 수밖에 없다
(구정은의 ‘수상한 GPS’ - 열파에 덮여가는 지구)
1조 9000달러가 사라졌다는 건
1조 9000달러의 물건들이 못 쓰게 되었다는 건가
거기에는 에어컨도 있었을까
천문학의 돈들이 돌아가는 그 순환에
찬바람 한 번 제대로 쐬지 못한 이들은
죽는 순서도 가장 빠르구나
누가 하늘을 아름답다 했는가
누가 하늘을 아름답다 했는가
이제 하늘 보며 하늘이 만든 하늘 아래 보며
무슨 노래를 불러야 할까
차라리 차라리
아, 하늘 아래 살 곳은 정녕 없구나
차라리 차라리
그냥 하늘이 아름답다고 하는 게 나을까
차라리 차라리
오늘도 열파로 낮기온은 고온이라고 한다
아, 우리 집에는 아직 에어컨을 달지 않는데
차라리 차라리
(아침 뉴스에서 열파로 인한 고온 현상 뉴스를 보았습니다. 열파가 무엇인지 궁금해 자료를 보았고, 이를 시로 옮기고 싶었습니다. 환경 문제를 다루는 책들과 기사들이 분투하는 모습에 저도 무언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정보와 설명, 이를 잘 받아들이려면 감각을 앞세운 감정 글쓰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를 떠올려 적절히 섞어 봤습니다. 그런데 역시 아직 환경 문제에 대한 감각적 접근은 쉽지 않네요. 일상에서 민감하게 느끼는 환경 문제를 형상화하기에는 환경 문제에 대한 근본 공부가 필요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 많은 공부를 통해 감각 묘사에 힘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