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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진도초등학교 총동문회 원문보기 글쓴이: 56이세진
송년산행은 장려했다 – 속리산 천왕봉,불목이,갈목재,회엄이재,말티고개(한남금북정맥 1구간)
1. 천왕봉에서 바라본 속리주릉
대설(大雪)이 만산(滿山)한데, 흑초구(黑貂裘)를 떨쳐입고, 백우장전(白羽長箭) 허리에 띠고, 천근각궁(千斤角弓)
팔에 걸고, 철총마(鐵驄馬)를 빗겨놓아 간학(澗壑)으로 들어가니, 크나큰 돛이 내닫거늘 첩발시인만사에(輒拔矢引
滿射殪)어늘 장곶에 꿰어 구워내니, 고혈(膏血)이 점적(點滴)커늘 거호상절이담지(踞虎床截而啖之)하고 대은완(大
銀碗)에 자하주(紫霞酒)를 취하도록 먹으리라.
아마도 장쾌호유(壯快豪遊)는 이뿐인가 하노라.
―― 작자미상, 해동가요 악학습령(樂學拾零)
주1) 첩발시인만사예(輒拔矢引滿射殪) : 곧 화살을 뽑아 재고 힘껏 당겨 쏘아 잡음.
주2) 거호상절이담지(踞胡床切而啖之) : 호상에 걸터앉아 잘라 먹음. 호상은 북방 유목민들이 사용하던 앉는 부분
이 천이나 가죽으로 된 접이식 간이 의자로 야외에서 주로 쓰임.
▶ 산행일시 : 2024년 12월 28일(일), 오전에는 맑다가 오후에 흐림
▶ 산행코스 : 도화리 윗마을,천황사,최첨지골,백두대간 형제봉 갈림길,천왕봉,922.9m봉,불목이,579.4m봉,
갈목재,△544.1m봉(서원봉),회엄이재,564.2m봉,말티고개
▶ 산행인원 : 2명(킬문, 악수)
▶ 산행거리 : 도상 17.3km(트랭글 18km)
▶ 산행시간 : 7시간 22분(09 : 38 ~ 17 : 00)
▶ 교 통 편 : 신사산악회(29명) 버스로 가고 옴
▶ 구간별 시간
07 : 00 – 신사역 5번 출구
08 : 17 - 옥산휴게소( ~ 08 : 35)
09 : 38 – 도화리 윗마을, 천황사, 산행시작
10 : 34 - 너덜지대
10 : 45 – 백두대간 형제봉 갈림길, 천왕봉 0.6km
11 : 04 – 천왕봉(天王峰, △1,058.4m)
11 : 35 – 922.9m봉
11 : 55 – 안부
12 : 03 – 618.3m봉, 휴식( ~ 12 : 15)
12 : 20 – 안부
12 : 48 – 687.9m봉
12 : 56 – △670.4m봉
13 : 19 – 637.7m봉
13 : 46 – 561.2m봉
13 : 57 – 575.3m봉, 무인산불감시시스템
14 : 12 – 불목이(佛目-, 465m), 휴식( ~ 14 : 27)
14 : 56 – 579.4m봉
15 : 07 – 갈목재(葛目-, 390m)
15 : 31 - △544.1m봉(서원봉)
15 : 46 – 회엄이재(415m)
16 : 30 – 550m봉
16 : 42 – 564.2m봉, 말티재 0.8km
17 : 00 – 말티고개(417.5m), 산행종료, 휴식( ~ 17 : 30)
18 : 16 – 문의청남대휴게소( ~ 18 : 30)
19 : 57 - 신사역
2. 산행지도(영진지도, 1/50,000)
이번 주말에는 어느 산에 갈까? 즐거운 고민이다. 안내산악회 카페를 들락날락하며 여러 산들을 예의 살핀다. 대부
분 이름난 눈에 익고 발에 익은 산들이다. 안내산악회가 새로운 산을 개척하기보다는 철에 따른 명산을 가고 또
가는 것은 모객하기 쉬워서이리라. 신사산악회의 속리산 천왕봉을 기점으로 한 한남금북정맥 1구간이 눈에 띄었다.
산행거리 18km, 예상소요시간 6~7시간도 적당했고, 이에 더하여 뜻밖에 킬문 님이 가시겠다고 내 먼저 신청하였
으니 나로서는 더 따져볼 필요가 없었다.
오늘 속리산 천왕봉 들머리는 도화리 윗마을 천황사이다. 이곳이 속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여러 코스 중 가장 짧은
코스이다. 많은 사람들이 천왕봉만을 인증하기 위해서 이곳에서 왕복한다고 한다. 또한 한남금북정맥은 도상
158.1km로 백두대간의 속리산 천왕봉(△1,058.4m)에서 시작하여 충북 보은의 구봉산 등 500m대의 많은 봉우리
를 넘으며 이어지다, 청주의 선도산과 상당산성을 지나 괴산의 좌구산을 넘고, 음성의 보현산과 소속리산을 넘으면
서 9구간 정도 500~600m대의 정맥 길로 줄기차게 이어오다 음성의 금왕읍을 통과하면서 표고 150m 이하의 구릉
지대를 20여km 지나고, 이천의 마이산(망이산)을 넘고 안성의 칠장산에 올라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으로 분기한다.
도화리 윗마을 버스승강장 앞에서 하차한다. 오늘 이곳에서 천왕봉을 오르는 등산객은 우리뿐이다. 바로 개울 건너
천황사 절집이 보이기에 들른다. 대웅전만 덩그러니 보이는 허름한 절이다. 주련 들여다본다. 그중 두 구다.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廣大願雲恒不盡 광대한 원력은 구름같이 항상 다함이 없고
廣大淸淨妙莊嚴 광대하고 청정한 장엄은 오묘하여라
절집 마당 가장자리에 ‘大葛 趙子庸 先生 追慕碑’가 있어 다가간다. 시인 홍강리가 짓고 운곡 김동인이 새겼다는
추모시가 대갈 조자용(大葛 趙子庸, 1926~2000)의 약전이기도 하다. ‘대갈조자용선생송’을 각각 머리글자로 한 8행
시다.
대한강토 큰 인물로 황주 땅에 태어나
갈매 빛 꿈을 이뤄 하버드대 학위 받고
조선얼 기리고자 민화세상 섭렵하며
자강불식 연마하여 건축사 새로 쓰니
용솟는 그 기세가 온 누리에 가득차매
선생께서 남긴 업적 후세에 빛이 될 터
생전에 못 다 이룬 청사진 가슴 품고
송덕찬사 뒤로 한 채 천왕봉 신선됐네
추모비 뒷면에 새긴 글의 첫 부분이다.
“모름지기 한 민족의 문화는 그 민족이 보존해온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 동안 보존
해 온 문화재에 대한 인식은 외래문화나 지배층의 그것이었을 뿐, 정작 소중하게 지켜야 할 민족문화나 기층문화는
오랫동안 소외되고 심지어 천시당한 시절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암울한 시기에 민족 문화의 바탕을 이루는 한민족 고유의 문화를 찾고 들춰내어 그 빼어남과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긍지를 심어주신 큰 스승이 계셨으니 그가 바로 호레이 조자용 선생이시다. 선생이 아니었던들 단군 이래 면면
히 이어져 내려온 민족문화의 정수를 어찌 우리가 다시금 북돋울 수 있었을 것인가.”
우리나라 민화연구의 선구자로 추앙받는 조자용의 묘소는 이곳 도화리에 있다고 한다. 다음은 윤열수 가회민화박물
관 관장의 조자용에 대한 평이다.
“건축가, 학자, 혹은 문화운동가 등 어떤 한 가지 호칭으로 부르기에는 너무 큰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선각자,
큰 스승, 두령(頭領) 등 존경과 경외심이 담긴 호칭에서 괴짜, 도깨비, 큰 무당, 호레이 같은 정감 넘치는 애칭까지,
실로 다양한 별칭과 호칭이 그의 폭넓고 열정적인 삶을 짐작케 해 준다.”
3. 너덜지대 지나면서 올려다본 천왕봉
4. 상고대 눈꽃
5. 멀리 가운데 오른쪽 희미한 산은 봉황산, 그 앞은 형제봉, 그 뒤 왼쪽은 대궐터산
6. 멀리는 구병산 연릉
7. 중간은 입석대 동릉 사무봉, 그 뒤는 청화산, 맨 왼쪽 멀리는 백악산
8. 멀리 가운데는 상주 남산(822m)
9. 멀리 왼쪽은 청화산, 그 오른쪽은 시루봉, 중간은 입석대 동릉
10. 천왕봉 주변 상고대
11. 중간은 입석대 동릉 사무봉, 그 뒤는 청화산, 맨 왼쪽 멀리는 백악산
12. 백두대간 형제봉 갈림길에서 올라온 능선
천왕봉 오르는 길은 이정표와 뭇 산행표지기가 안내한다. 윗대목골 임도를 간다. 돌길이다. 날이 푹하여 금방 후끈
하여 겉옷 벗고 팔 걷어붙인다. 천왕봉 2.7km. 이중 1.2km는 평탄하고 나머지 1.5km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고도
를 높임에 따라 눈이 희끗희끗하더니 너덜지대 지나고부터는 얇은 눈길이다. 너덜지대에서 올려다보는 천왕봉 부근
에 상고대 눈꽃이 눈부시게 빛난다. 아니 볼 것을 보아버렸다.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다.
저 상고대 눈꽃이 스러지기 전에 어서 가자 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다. 나만 그러는 게 아니다. 일행들 모두 서두른다.
고도를 높이니 대기가 차디차다. 손끝은 시리다 못해 감각이 무디어지는데 머리와 가슴에는 오뉴월 비지땀 흐른다.
반팔 셔츠 차림으로 오르는 사람도 있다. 곧추선 오르막을 계단으로 오르고 백두대간 형제봉(6.5km) 갈림길이다.
천왕봉 0.6km. 설국에 들어선다. 일목일초가 모두 화사한 눈꽃을 피웠다. 그 화원의 원로를 간다.
아이젠 맬 틈이 없이 오른다. 난간 붙드느라 난간에 쌓인 눈을 쓸며 오르니 장갑이 금방 젖는다. 손이 시릴 틈도 없
다. 전망이 트이는 데 나오면 꼬박 들른다. 가깝게는 눈꽃이 눈부시고, 멀리는 첩첩 산이 실루엣으로 아련하다. 산죽
숲 지나고 숨 가쁘게 바윗길 돌아올라 천왕봉이다. 속리산 최고의 경점이기도 하다. 특히 북쪽으로 10미터쯤 내려
가면 좁고 뾰족한 바위가 있는데 거기에 서면 속리주릉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겨울에 보는 백설(白雪)이 만봉(滿
峰)한 속리주릉은 더욱 준엄하다.
산악인 김장호의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천왕봉 정상에서는 물론 이 일대 한반도의 속고갱이가 한눈에 든다. 가까이 남으로 인자바위를 스쳐 코 아래 내다
보이는 윗대목골 두어 집 띳집에서 치올라온 청년 두 사람을 여기서 만난 적도 있다. 그들은 검정비닐 조마니에다가
삶은 고구마를 싸들고 와서 권하기도 했었다. 동으로 눈을 돌리면, 이즈음에야 그쪽으로도 훤하게 길이 열렸지만,
장각동 폭포와 칠층석탑이며 금란정, 그리고 북으로 시어동에서 문장대 혹은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도, 법주사 쪽을
기피하는, 좀은 뾰죽한 산꾼들의 발길 아래 놓인 지 오래다.”(김장호, 『韓國名山記』 ‘속리산(俗離山)’, 평화출판사,
1995)
천왕봉 정상 표지석과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그들 중 100대 명산 100번째라는 플래카드를
치켜든 청년이 서자 둘러선 사람들 너나없이 박수치며 축하한다.
아이젠 단단히 매고 한남금북정맥 길로 들어선다. 비지정탐방로다. 목책 넘는다. 이 비지정탐방로는 갈목재에서
풀린다. 올라온 길 약간 내려 오른쪽의 키 큰 산죽 숲을 헤치고 눈 쌓인 바윗길을 조심스레 오르고 내린다. 눈길은
우리 일행 몇 분이 지나갔다. 잠시 내리쏟다가 멈칫한 등로를 살짝 벗어난 산죽 숲 왼쪽에 무덤이 나오고 인자바위
위쪽에 바짝 다가가면 조망이 훤히 트인다. 형제봉과 구병산이 또 다른 모습이고, 가야 할 한남금북정맥 산줄기가
발아래 펼쳐진다.
922.9m봉은 Y자 능선이 분기한다. 오른쪽은 암릉 암봉을 넘고 태봉을 지나 세심정으로 빠지고 왼쪽이 한남금북정
맥 길이다. 사면 길게 돌아 넘는 잘난 눈길이다. 느슨하던 내리막은 807.0m봉에서 잠시 주춤하다 급전직하하여
떨어진다. 안부 지나 암봉을 연속하여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 넘고 가파른 바위 슬랩 올라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618.3m봉이다. 조망 좋다. 지나온 오른쪽 암릉 암봉인 지능선과 그 너머의 첩첩 산이 드문 가경이다.
13. 천왕봉에서 바라본 속리주릉
14. 가운데는 관음봉
15. 앞은 입석대 동릉, 그 뒤는 수리봉
16. 백두대간 청화산
17. 속리산 천왕봉 정상 표지석
18. 왼쪽이 한남금북정맥
19. 맨 왼쪽은 도장산, 그 오른쪽은 대궐터산, 그 앞 오른쪽은 백두대간 형제봉
20. 앞은 사무봉, 그 뒤 오른쪽은 청화산
21. 가운데 맨 뒤는 봉황산, 그 앞은 형제봉
22. 멀리는 구병산 연릉
배낭 벗어놓고 첫 휴식한다. 샌드위치와 탁주 한 잔으로 점심을 대용한다. 보온병에 온수를 가져왔으나 갈 길이 멀
어 커피를 타 마실 여유가 없다. 긴 오르막인 687.9m봉이 숨 찬 준봉이다. Y자 갈림길인 687.9m봉 오른쪽은 남산
넘어 속리산 법주사 입구의 상가지역으로 내린다. △670.4m봉 삼각점은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친다. 이 다음
637.7m봉은 직등하지 않고 왼쪽 사면을 질러간다. 길이 그렇게 났다. 이따금 키 큰 나무숲을 벗어나면 왼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구병산 연릉이 한층 가깝다.
575.3m봉 넘고 야트막한 안부에서 한남금북정맥 길은 남진하는 왼쪽 사면을 내린다. 산세를 바라보면 서진하여
576.1m봉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 그리로는 골로 간다. 쭈욱 내리고 철조망 울타리를 따라 내린다. 철조망 울타리
너머는 널찍한 개활지로 산자락에 양풍의 주택이 한 채 있다. 바닥 친 안부는 ‘불목이’다. 삼가리를 오가는 데크계단
이 있다. 불목이(465m)는 삼가, 만수, 구병리와 속리산을 이어주던 옛 고갯길로 모습이 ‘부처님의 눈 모양’을 닮았
다고 한다. 과거 전란을 피해 온 화전민이 터전을 이루었으나 1970년대 산림녹화사업으로 자연복원이 시작되었다
고 한다.
불목이(佛目-)에서 두 번째이자 마지막 휴식한다. 데크계단에 걸터앉아 탁주와 인절미로 요기한다. 과연 산행마감
시간인 17시 10분(나중에 17시 30분으로 연장하였다)까지 말티고개에 갈 수 있을까? 말티고개까지 9km, 남은
시간은 3시간이다. 1시간에 산길 3km를 가야 한다. 킬문 님도 그렇다 하고,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갈목재를 가서 2시간이 이상이 남는다면 산길로 가고, 그 이하라면 도로 따라 가야 한다. 갈목재에서
말티고개까지 도로는 4km 정도 된다고 한다.
급하다. 줄달음한다. 완만한 사면 이리저리 휘저어 능선 붙들고 486.0m봉을 때깍 넘고 내쳐 580m봉을 오른다.
산도 나를 도와준다. 580m봉이 아득히 높아 보이는데 등로는 그 중턱에서 왼쪽 사면을 돌아가는 게 아닌가.
큰 부조가 아닐 수 없다. 0.3km를 돌아간다. 이 다음 579.4m봉은 어렵게 오른다. 여기서도 사면을 도는 듯하여
왼쪽(동쪽)으로 빠졌다가 아무 인적이 보이지 않기에 길을 잘못 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나침반을 꺼내 가야 할
방향을 확인한다. 그랬다. 뒤돌아 서진하여 오른다.
다시 만나는 인적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579.4m봉을 길게 내리면 505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갈목재(葛目-,
390m)다. 산행마감시간(17시 10분)까지 2시간 3분이 남았다. 도로 아닌 산길로 간다. 도로 맞은편 절개지는 낙석
방지용 철조망을 길게 둘렀다. 왼쪽의 철조망 끝난 지점에 옹벽과 약간의 틈이 있어 수많은 산행표지기가 여기가
유일한 등로라고 안내한다. 가파른 사면을 오른다. 시간에 쫓겨 너무 서둔 탓인지 왼쪽 다리에 쥐가 난다. 다리 근육
이 뒤틀리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한참을 주저앉아 다리를 진정시키고서 엉금엉금 기어오른다. 식은땀이 난다. 어렵사리 ┳자 능선 갈림길 500m봉에
오른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수십 장의 산행표지기가 일제히 펄럭이며 환영한다. 볼만하다. 누구라도 여기를 오르는
데 무척 힘이 들었나 보다. 숨 고르며 완만하게 △544.1m봉을 오른다. (아마 ‘대구 김문암’이란 분이) 나뭇가지에
걸어놓은 ‘서원봉 546m’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이 서원리(書院里)이다.
23. 한남금북정맥
24. 형제봉, 그 뒤 오른쪽은 봉황산
25. 멀리는 구병산 연릉
26. 천왕봉 남쪽 지능선
27. 한남북정맥은 왼쪽으로 뻗어내린다
28. 멀리 왼쪽부터 도장산, 대궐터산, 형제봉
29. 멀리 오른쪽은 구병산 연봉
30. 맨 왼쪽이 형제봉
31. 멀리 왼쪽부터 도장산, 대궐터산, 형제봉
32. 속리주릉, 맨 왼쪽은 관음봉, 가운데가 문장대
△544.1m봉을 지나고 남쪽 사면 얼마간은 깎아지른 절벽인 자연성릉이다. 삼가천(三街川) 건너의 구병산 서릉
연봉이 장쾌하게 보인다. 모처럼 완만하고 긴 숲길을 내린다. 회엄이재는 야트막한 안부다. 그래도 이름 붙은 재가
나오면 더럭 겁이 난다. 재 이름을 괜히 붙인 게 아니다. 그 전후로 높다란 봉우리가 있기 마련이다. 오후 들어 날이
흐려졌다. 원경은 가렸다. 잔봉우리 넘고 넘는다. 오른쪽(북쪽) 사면 아래 동네는 바이오산림휴양밸리다.
┣자 능선 분기봉인 550m봉을 오른다. 말티고개는 이정표에 오른쪽(북쪽) 1.4km로 1시간이 걸린다고 하고, 정상
은 0.6km로 20분 걸린다고 한다. 대개 평지 4km가 1시간 거리인데 혹시 암릉을 지나게 되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고 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한다. 산행마감시간(17시 10분)까지 40분이 남았다. 잰걸음 한다. 평지나 다름없는 등로
다. 8분 걸려 정상이라는 564.2m봉을 오른다. 오늘 산행의 12개 표고점 또는 삼각점 중 마지막 표고점이다.
이정표에 말티재 0.8km(40분)이라고 한다. 거리는 믿지만 시간은 믿지 않는다. 숲길 완만한 내리막이다. 15분 걸린
다. 보은성(報恩城) 성곽을 지나고 문루에 들어 꼬부랑재 전망대에 들른다. 바로 발아래인 12굽이길을 한눈에 내려
다 볼 수 있다. 장관이다. 오는 도중 내내 어두워지면 볼 수 없을 것을 걱정했는데 카메라 감도 높이니 훤하다. 우리
버스는 주차장에서 일행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산행마감시간은 아직 남았다. 일행 대부분이 이미 와 있다.
산행대장님은 어묵 끓여 어서 오시라 일행들 대접하기 바쁘다. 남은 탁주를 뜨끈한 어묵 안주하여 마신다. 잔뜩
긴장하여 뻐근하던 다리가 비로소 풀린다. 서울 가는 길. 훈훈한 버스 안에서 오지산행 단톡방에 주유천하 님이
올리신 양광모(1963 ~ )시인의 ‘12월 31일의 기도’를 읽어본다. 나도 그렇게 기도한다.
이미 지나간 일에 연연해하지 않게 하소서
누군가로부터 받은 따뜻한 사랑과
기쁨을 안겨주었던 크고 작은 일들과
오직 웃음으로 가득했던 시간들만 기억하게 하소서
앞으로 다가올 일을 걱정하지 않게 하소서
불안함이 아니라 가슴 뛰는 설렘으로
두려움이 아니라 가슴 벅찬 희망으로
오직 꿈과 용기를 갖고 뜨겁게 한 해를 맞이하게 하소서
더욱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바쁠수록 조금 더 여유를 즐기고
부족할수록 조금 더 가진 것을 베풀며
어려울수록 조금 더 지금까지 이룬 것에 감사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삶의 이정표가 되게 하소서
지금까지 있어왔던 또 하나의 새해가 아니라
남은 생에 새로운 빛을 던져줄 찬란한 등대가 되게 하소서
먼 훗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볼 때
그때 내 삶이 바뀌었노라, 말하게 하소서
내일은 오늘과 같지 않으리니
새해는 인생에서 가장 눈부신 한 해가 되게 하소서
33. 멀리 뒤쪽이 천왕봉
34. 멀리 가운데가 대궐터산
35. 멀리 왼쪽부터 도장산, 대궐터산, 형제봉
36. 멀리는 구병산 연릉
37. 천왕봉, 맨 왼쪽은 입석대
38. 561.2m봉에서 동쪽 전망
39. 구병산
40. 구병산 서릉 연봉
41. 구병산 서릉
42. 말티재 12굽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