可居島*
조태일
너무 멀고 험해서
오히려 바다 같지 않은
거기
있는지조차
없는지조차 모르던 섬.
쓸만한 인물들을 역정내며
유배 보내기 즐겼던 그때 높은신 분둘도
이곳까지는
차마 생각 못했던,
그러나 우리 한민족 무지렁이들은
가고, 보이니까 가고, 보이니까 또 가고
마침내 살 만한 곳이라고
파도로 성 쌓아
대대로 지켜오며
후박나무 그늘 아래서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당할아버지까지 한 식구로 한데 어우러져
보라는 듯이 살아오던 땅.
비바란 불면 자고
비바람 자면 일어나
파도 밀치며
바다 밀치며
한스런 노랫가락 부른다.
산아 산아 회룡산아 눈이 오면 백두산아 비가 오면 장내산아
바람불면 회룡산아 천산 하산 넘어가면 부모형제 보련마는 원수로다 원수로다 산과 날과 원수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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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찾아오면 죄 많은 사람 찾아오면
태풍 세실을 불러다가
겁도 주고 달래보고 묶어보고 풀어주는
바람 바람 바람섬,
파도 파도 파도섬.
길 가는 나그네여! 사월혁명의 선봉이 되어 반민주 반독재와 불의에 항거하여 싸우다가 십구일 밤 무참히 떨어진 십구세의 대한의 꽃봉우리가 여기 누워 있다고 전해다오*** |
자식 길러 가르치고
배운 자식 뭍으로 보내
나라 걱정, 나라 위해
목숨도 걸 줄 아는
멋있는 사람들이 사는
살 만한 땅.
*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있는 우리나라 최서남단의 섬. 흔히 소흑산도라 하지만 이는 일제시에 일본인이 붙인 이름으로, 행정상의 지명은 가거도임. 현지 주민들도 꼭 가거도라고 부르며 소흑산도란 말을 쓰 면 싫어함.
** 가거도 주민들이 그곳 전설을 민요화해서 부르는 노래
*** 이곳 출신으로 서울로 유학, 서라벌예술고등학교에 재학중이던 金富連군이 4·19혁명에 가담하여 산화 했는데, 그 기념비가 이 가거도에 세워져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