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익스피어가 한 말이다. 마늘과 양파의 독특한 냄새를 싫어하는 서양인들을 단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가 마늘과 양파의 진면목을 알았다면 이렇게 말했을지 모른다. “우리는 마늘과 양파를 먹기에 건강한 숨을 쉰다”라고.
냄새 때문에 마늘과 양파를 꺼리던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이젠 특유의 향과 매운맛 때문에 마늘과 양파를 찾는다. 마늘과 양파의 힘이 바로 매운맛에서 비롯되는 까닭이다. 이름하여 ‘몸에 좋은 매운맛’. 요즘 마늘과 양파는 ‘몸에 좋은 매운맛’ 덕에 식탁 위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떠오르고 있다. 음식의 양념에 그치지 않고 주재료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길거리의 외식 메뉴들을 살펴보면 마늘과 양파의 달라진 위상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마늘빵·마늘치킨·갈릭피자·양파빵·양파수프·어니언링…. 일단 메뉴 이름에 ‘마늘’ ‘갈릭(garlic)’ ‘양파’ ‘어니언(onion)’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잘 팔린다.
외식에서뿐 아니다. 마늘과 양파는 가정에서도 건강을 지키는 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달고 시원한 양파즙을 챙겨 먹는 것은 기본. 양파피클이나 마늘장아찌를 밑반찬으로 애용하는가 하면 건강을 위해 마늘잼·흑마늘·양파와인·양파꿀차 등을 직접 만들어 먹는 가정이 늘고 있다.
사실 오래전 옛사람들은 마늘과 양파의 탁월한 효능을 알고 이미 주연 대접을 해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 건설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마늘과 양파를 먹으며 고된 중노동을 견뎠다는 기록이 있다. 또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 선수들과 검투사들은 마늘과 양파를 먹거나 몸에 발랐고, 중세시대 유럽에서는 전염병의 예방과 치료에 마늘과 양파를 이용했다. 우리 단군신화의 마늘 이야기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처럼 마늘과 양파를 주연으로 만든 ‘몸에 좋은 매운맛’의 정체는 뭘까? 마늘·양파의 매운맛과 독특한 향을 내는 성분은 ‘알리신’으로, 알리신의 주된 기능은 살균·항균작용이다. 마늘은 ‘페니실린보다 더 강한 항생제’라 할 정도로 항균기능이 뛰어나 인체의 면역력과 저항성을 높여 준다. 냄새를 제외한 100가지가 이롭다 해서 ‘일해백리(一害百利)’라 불리는 마늘의 다양한 효능은 과학적으로도 검증됐다. 마늘은 2002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10대 건강식품’에 올랐고,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항암식품 피라미드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양파에는 알리신과 함께 다량 함유된 ‘케르세틴’이라는 성분이 혈액순환을 도와 고혈압·동맥경화 등 성인병을 예방해 준다. 한마디로 ‘피’에 좋다는 얘기다. 또 지방 성분을 분해하는 양파는 다이어트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중국인들이 살이 찌지 않고 성인병에 잘 걸리지 않는 이유가 양파를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사)한국양파산업연합회는 양파를 다이어트식품으로 추천하면서 ‘양파다이어트 333’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 캠페인은 하루에 3번 양파를 먹고 30분씩 3주간 운동을 하자는 건강프로젝트다.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몸은 나른해지는 봄철, 마늘과 양파의 톡 쏘는 알싸한 매운맛이 필요한 때다. 노출의 계절인 여름에 대비해 다이어트를 시작하기에도 좋은 이때, 마늘과 양파로 몸속에 활기를 채워넣고 삶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참고자료=<명품식품 마늘>(민족의학연구소 지음, 북피아), <기적을 일으키는 마늘의 힘>(주부의 벗사 지음, 중앙생활사), 농촌진흥청 인터러뱅 <둥근 불로초, 양파> <민족의 신령초, 마늘> ◇스타일링=남수정(요리블로거·blog.naver.com/eunjaeyang ‘쉼표 말랑’ 대표)
김봉아, 사진=김병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