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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시홍
강릉 주문초교 삼덕분교장 |
내렸던 눈이 채 녹지 않았던 지난해 2월 어느날.
아버지의 허리에 매달린 까만 눈을 가진 A를 만났다. 그 아이의 눈망울에는 두려움만 있을 뿐 학교에 입학한다는 기쁨과 설렘은 없는 것 같았다.
그보다 더 마음이 아파진건 A의 아버지와 상담을 하면서부터다. A의 아버지는 장애를 갖고 있었고 동남아 출신 어머니는 A가 5살 되던 해 어디론가 떠나버렸다고 했다. 시에서 마련해준 단칸방에 사는 A는 다른 아이들보다 심한 눈치를 보며 기가 죽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 “큰 학교에 가면 놀림받고 적응하지 못할까 두려워 작은 분교에 입학시키고 싶다”는 A의 아버지의 간청으로 A는 삼덕분교의 가족이 됐다.
상냥한 담임선생님의 보살핌, 아무도 놀리지 않는 착한 친구들, 친동생처럼 보살펴주는 누나와 형들 때문인지 A의 모습은 밝아지기 시작했고 아빠와도 떨어져 어엿한 개구쟁이 1학년의 모습으로 자랐다.
그동안 아버지와 여러번 상담도 하고 뛰어노는 모습을 대견해하던 아빠의 얼굴에서 뭔가 슬픔이 묻어났다. 그러다 입을 뗀 말은 “우리 아이는 희귀병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신생아담즙정체성 시투루린 결핍증(선천성 대사 효소 이상증)라는…”
처음 들어보는 병이름에 그것도 우리나라에는 10명정도 발병환자가 있으며 약도, 치료법도 없는 희귀병이란다.
아버지의 바람은 A가 밝고 즐겁게 생활하면 된다고 하지만 분교의 모든 가족은 또다른 가슴앓이를 하게 됐다.
교감선생님, 본교의 보건, 복지담당, 영양사로 구성된 솔루션팀이 내린 결론은 학교생활에서만은 다른 아이들과 차별 없이 대하자로 정하고 관찰은 강화하기로 했다.
A는 이제 2학년이 된다. 그동안 운동장에서 함께 공차고, 메뚜기 잡아 보이며 커서 곤충학자가 되고싶다 하며 풀밭에 다시 놓아주는 예쁜 마음을 가진 A와 1학년 친구들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아픈 A를 두고 갈 수 없어 다시 2학년담임을 해야 한다고 고집부리며 도시 학교로의 전근도 포기한 담임선생님도 고맙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문득 지족상락(知足常樂)이란 말이 생각났다.
만족함을 알면 항상 즐겁다는 이 말 뜻처럼 A를 통해 끈끈해진 우리 삼덕분교 식구들이 너무나 고마워졌다.
A야! 뒤에는 든든한 선생님들이 있으니 이젠 네힘으로 꿈을 위해 날아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