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업계에 있는 분들은 대부분 올해 본격적으로 VR 시장이 열리리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VR방과 테마파크도 20개 이상 생긴다더군요. 그래서인지 신규 매장 소식이 간간이 들립니다. 최근에는 홍대입구역 사거리에도 VR방이 생겼습니다. 이름은 브리즈(VRIZ). 이곳은 또 어떤 모습일까요? 직접 가봤습니다.
브리즈는 주연테크와 와이제이엠게임즈가 함께 만들었습니다. 주연테크는 PC 기반의 사업 확장을 꾀하던 중 VR에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마침 와이제이엠게임즈와 연이 닿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와이제이엠게임즈는 VR 게임에 많은 투자를 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곳입니다.
와이제이엠게임즈는 콘텐츠를 공급하고 그 외의 세팅, 운영, 관리는 주연테크가 담당합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죠. 와이제이엠게임즈의 경우 지속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벌써 올해 출시할 라인업을 정했다네요. 최소한 브리즈에서 콘텐츠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VR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사실 VR방 자체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더군요. 이해는 합니다. VR방이라는 것 자체가 아직은 초기 시장이라 제대로 된 모델이 없고 수익성 측면에서는 더더욱 불투명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눈독만 들일 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솔직히 헤딩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길 모두가 바랄 겁니다.
구성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래도 수익성을 간과할 수 없다 보니 최적의 구성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죠. 결국 PC방과 VR방을 결합한 형태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우려와 달리 반응이 좋다네요. 주말에는 하루 20팀 넘게 방문하고 3~4팀이 대기할 정도입니다.
홍대 인근이라는 지역 특성상 20대 연인의 비율이 높습니다. 새로운 데이트 코스로 급부상하는 것 아닌가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도 합니다. 어린아이와 함께 방문해 몇 시간씩 즐기고 가는 거죠.
재미있는 것은 PC방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보통 PC방에서 PC 점유율이 3~4%만 되도 잘 되는 거라는 말이 있는데 이곳은 거의 40%에 육박할 정도입니다. 둘 사이의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는 것이죠.
주연테크는 오는 4월 말에서 5월경 신촌과 잠실에 분점을 낼 예정입니다. 그런데 매장마다 구성이 다릅니다. 신촌점은 홍대점과 비슷하지만 VR 기기의 비중을 높여 6대를 들여놓을 예정입니다. 약 300평 규모에 카페테리아도 운영합니다. 잠실점은 VR 기기로만 꾸밉니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운영 모델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죠. 올해 안에 10개의 직영점을 오픈하고 4월부터는 프랜차이즈를 모집할 계획입니다. 벌써 연락이 많이 온다고 합니다. 지방에서 직접 올라온 분도 있다네요.
VR기기로는 HTC 바이브를 택했습니다. 아무래도 와이제이엠게임즈가 제공하는 VR 게임이 HTC 바이브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죠. 방 크기도 꽤 널찍합니다. HTC 바이브의 경우 일정 공간을 움직이면서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죠. 그러다 보니 공간이 좁으면 팔로 벽을 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최대한 넉넉하게 만든 것이죠. 거치적거리는 케이블은 천정에서 내려오도록 설계했습니다.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드러납니다. 정면에는 70인치 대형 TV를 놓았습니다. 덕분에 VR HMD를 쓰지 않은 동료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TV 옆에는 멋진 수냉PC가 놓여 있습니다. 인텔 코어i7 CPU에 엔비디아 지포스 GTX1080 그래픽카드, 16GB 메모리로 꾸몄습니다. VR 게임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양이죠. 그 옆에는 큼직한 스피커도 있습니다. 캔스톤 LX-8000 헤스티아입니다. PC 스피커치고는 상당히 좋은 모델이죠. 방안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사운드를 구현합니다. 한켠에는 공기청정기도 들여놨습니다. 덕분에 쾌나 쾌적하더군요.
직원도 항상 상주합니다. VR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체험자를 위한 배려죠. VR 기기 사용법이나 게임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인상적인 건 게임을 하는데 전혀 방해되지 않는 것입니다. 필요한 부분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알기 쉽도록 설명해 주더군요. 상당히 노련해 보였습니다.
다른 PC방과의 차별점은 한 가지입니다. 그런데 그 한 가지가 정말 큽니다. 바로 콘텐츠입니다. 브리즈에선 스팀 무료 게임과 와이제이엠게임즈의 로우 데이타(Raw Data), 카트체이서(kartChaser)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중 주목할 건 로우 데이터(Raw Data)입니다. 스팀에서 1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게임이죠. 그런데 여기에는 로우 데이터의 아케이드 버전이 있습니다. 오직 브리즈를 위해 개발한 것입니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죠. 바로 이 게임 때문에 재방문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직접 체험해봤습니다. 우선 맵과 캐릭터, 난이도를 선택합니다. 맴은 총 7가지, 각 맵마다 5단계의 스테이지가 있습니다. 난이도는 총 4가지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는 3가지가 있는데 저마다 무기가 다릅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그래픽입니다. 선명하면서도 부드럽더군요. PC 게임 보는 것 못지않습니다. 고개를 빠르게 돌려도 시차가 거의 안 느껴집니다. 멀미 현상도 없더군요. 감탄하고 있는데 적이 튀어나옵니다. 처음에는 앞에서만 나오더니 조금 지나니 사방에서 나옵니다. 스테이지가 올라갈수록 몸을 움직이거나 주저앉아 상대방의 공격을 피해야 합니다. HTC 바이브의 특성을 잘 살렸습니다. HMD를 벗자마자 다시 하고 싶더군요.
여기에는 네트워크 기능도 있습니다. 옆 방에 있는 플레이어와 같은 공간에 들어가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죠.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서로 대화하며 전략을 짤 수도 있습니다. 추후 외부 아이피와도 연결하도록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브리즈 프랜차이즈가 생기면 게임 대회를 열 수도 있습니다. 콘텐츠 개발사와 함께하니 브리즈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는 점이 확실한 장점인 것 같습니다.
비용은 30분에 1만 원, 1시간에 1만 8,000원입니다. 보통 VR테마파크의 경우 개인별로 요금을 내는 방식이지만 브리즈는 방을 기준으로 합니다. 몇 명이든 방 하나 비용만 지불하는 것이죠. 노래방을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여느 VR방이나 테마파크보다 저렴한 셈입니다. 처음에는 얼마로 해야 할지 몰라 고민을 많이 하다가 아예 이용자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답니다. 약 한 달간 무료로 오픈하고 방문한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거기서 많이 나온 게 30분에 8,000~1만 원이 적당하다는 답변이었고 그에 맞게 책정한 가격입니다.
사실 VR 업계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초기 시장이다 보니 확신하기 어려운 것이죠. 하지만 주연테크는 나름대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리고 거기에 맞게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노하우를 차곡차곡 쌓는 걸 보니 조만간 최적의 수익 모델도 찾을 것 같습니다.
쾌적한 환경에서 제대로 VR 게임을 즐기고 싶은 분이라면 꼭 한 번 가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저는 로우 데이터 때문에 다시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