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향 방 (외 1편)
한 강 봄부터 북향 방에서 살았다 처음엔 외출할 때마다 놀랐다 이렇게 밝은 날이었구나 겨울까지 익혀왔다 이 방에서 지내는 법을 북향 창 블라인드를 오히려 내리고 책상 위 스탠드만 켠다 차츰 동공이 열리면 눈이 부시다 약간의 광선에도 눈이 내렸는지 알지 못한다 햇빛이 돌아왔는지 끝내 잿빛인 채 저물었는지 어둠에 단어들이 녹지 않게 조금씩 사전을 읽는다 투명한 잉크로 일기를 쓰면 책상에 스며들지 않는다 날씨는 기록하지 않는다 밝은 방에서 사는 일은 어땠던가 기억나지 않고 돌아갈 마음도 없다 북향의 사람이 되었으니까 빛이 변하지 않는 (고통에 대한 명상) 새를 잠들게 하려고 새장에 헝겊을 씌운다고 했다 검거나 짙은 회색의 헝겊을 (밤 대신 얇은 헝겊을) 밤 속에 하얀 가슴털이 자란다고 했다 솜처럼 부푼다고 했다 철망 바닥에 눕는 새는 죽은 새뿐 기다린다고 했다 횃대에 발을 오그리고 어둠 속에서 꼿꼿이 발가락을 오그려붙이고 암전 꿈 없이 암전 기억해, 제 때 헝겊을 벗기는 걸 (눈뜨고 싶었는지도 모르니까,) ―계간 《문학과사회》 2024년 가을호 ----------------------- 한강 / 1970년 광주 출생.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3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에 시 당선.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당선.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