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잃어버리다
"어렵쇼? 이게 어디로 갔지?"
어저께 희영과 부부싸움을 한 대서는 회사에 출근해서도 희영의 부장생각때문
에 일이 손에 안잡히고 있었는데 퇴근시간이 다돼서야 늘 갖고 다니던 권총이 없음을
발견했다. 권총을 습득한 후로 한번도 안갖고 나온 적이 없었는데.... 그 놈의 부장때
문에 권총을 집에서 갖고 나왔는지 안갖고 나왔는지조차 생각이 안났다. 자신의 책상
서랍 먼지까지 탁탁 털어내며 뒤지던 대서는 쓰레기통까지 뒤졌다.
"과장님! 뭐 잃어버리셨어요?"
현숙이 다가왔지만 농담걸 기분이 아니다. 대서는 다시 자신의 양복 상의를
뒤져보다 상수와 눈이 마주친다.
"상수야! 너 이리와봐!"
"왜에?"
대서가 상수를 복도끝으로 끌고간다
"내 그거 못봤어?"
"그거라니?"
"이거.."
대서가 권총을 나타내듯 검지 손가락을 내밀자 상수가 피식웃는다
"그건 여기 있잖아"
"어디?"
대서가 반가움에 두리번거린다
"여기..."
하면서 상수가 가리킨 곳은 대서의 바지쟈크쪽이다
"니꺼는 그 안에 모셔져 있잖아"
"농담하지마! 내 총 니가 안갖고 갔어?"
"무슨 소리야! 그걸 내가 왜"
"이거 큰일났네...나 먼저 퇴근할께"
대서가 후다닥 계단으로 뛰어내려간다.
- 친구여! 내가 갈 동안만 살아 있어다오
주인공이 위험에 처한 자신의 친구를 구하러 가는 홍콩영화의 선전문구처럼
대서는 집으로 차를 몰았다.권총이 무사히 서재 책꽂이 안에 들어있어야 하는데....
하지만 없었다. 서재 뿐만 아니라 침대 시트까지 뒤집어 봤고 딸 지연이의 방까지 뒤
져 봤지만 권총은 보이지 않는다. 대서는 맥이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 앉는다.이거 파
출소에 분실 신고를 낼 수도 없고...... 혹시 희영이가.... 하는 생각에 희영의 회사
로 전화를 건다
"지희영씨! 전화에요"
다른 약사가 희영에게 수화가를 넘겨준다
여보세요? 하던 희영이 남편 대서가 건 전화임을 알고 무뚝뚝해진다
"왜 전화했어요? .....예에?! 가스총이요?! 그거 내가 갖고 왔는데, 왜요?"
가스총을 갖고 있다는 희영의 말에 대서는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 당신이 그걸 왜 갖고 간거야?!
대서가 기쁨반 다그침 반으로 큰소리를 냈다.
"당신이 하도 강도니 뭐니하고 유난을 떠니깐 나까지 괜히 겁나잖아요.그래서
제가 갖고 나온거에요"
- 당신 미쳤어?! 그거 절대로 쏘면 안돼!
"왜요? 쏠 일이 있으면 쏴야죠"
희영이 태연하게 얘기하는데 옆에 있는 약사들이 웬 전화가 쏘고 안쏘는 이상
한 전화인가 하고 쳐다본다
- 쓸데없는 소리말고 집으로 곧장 들어와! 가스총은 핸드백에 넣고 말이야
퇴근후 곧장 집으로 돌아오라는 대서의 신신당부를 한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
린 희영은 약사가운을 벗고 퇴근준비를 한다. 희영에게 단단히 다짐을 한 대서는 전화
를 끊고나서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희영에게 전화를 거는데 계속 통화중
이다. 집에 앉아서 희영을 기다릴 수 없었다. 대서는가 후다닥 밖으로 뛰어 나간다
드러난 검은 마수
버스 전용차선을 마치 버스인양 마구 달려온 대서는 희영이 근무하는 병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앰블란스 전용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뒤에서 뭐라고 해대는 경비
원을 뒤로 한채 병원 건물로 뛰어가는데 마침 희영이 나오고 있었다. 돌아가신 어머
니가 살아오셔도 이렇게 까지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대서가 희
영에게 손을 흔들자 희영도 손을 흔들었다. 어제의 불미스런 부부싸움을 희영이 벌써
잊었나보다. 대서는 희영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애정도 잠깐 뿐...희영
이 손을 흔든건 바로 앞에서 빵빵거리던 외제차안의 부장이 손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대서는 그걸 자기한테 손흔드는걸로 착각한 것이다. 대서가 멋적게 손을 내림과 동시
에 어제와는 다른 차원의 울분이 혈관을 뚫고 나온다. 안전벨트를 풀어 주려다 생긴
오해의 상황이었다고 믿기로 한 대서가 자신의 믿음이 산산조각 부서지는걸 또 다시
본것이다. 저 년놈들을... 하면서 대서가 권총을 더듬어 찾지만 없었다. 권총은 희영
의 핸드백안에 들어 있는 것이다. 희영은 대서를 발견 못하고 부장에게 다가간다. 순
간 대서는 몸을 숨긴다.
"기다렸어요.빨리 타세요"
부장이 차로 천천히 따라온다
"저..오늘부턴 버스타고 다닐래요"
"아니 왜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요"
난처한 표정을 짓던 희영이 불어오는 바람때문에 먼지가 눈에 들어갔는지 눈
을 깜빡인다. 이것을 멀리서 본 대서는 희영이 부장에게 윙크하는걸로 오해하지 않을
수 없다
"무슨 사정인지 얘기해보세요"
"글쎄... 그동안 부장님이 태워주셔서 고마왔어요"
"이거 섭섭한데요.희영씨! 그렇다면 오늘 마지막으로 태워 드리겠어요.오늘
이후론 태워 달래도 안태워줄꺼에요"
부장의 농담에 희영이 씨익 웃으며 차를 탄다.외제차가 승차감좋게 출발한다.
대서가 출발하는 부장의 외제차를 미행하기 위해 자신의 차로 뛰어간다. 욕을 해대는
경비원을 밀어버리고 대서의 차도 출발한다.
"저도 부장님 생각을 알지만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서요...."
"희영씨! 한국 남자들은 남녀관계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경직돼 있죠.결혼한
유부남들이 특히 더 심한거 같애요. 하지만 전 이해해요. 희영씨 남편이 그만큼 순수
하다는거죠.하하하하"
부장이 호탕하게 웃으며 카세트 테이프를 밀어넣는다. 불란서 샹송이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리듬을 맞춰 은은히 춤을 춘다.
"퍽큐!"
에어컨을 작동하자 퀘퀘한 냄새와 함께 더운 바람이 나오는 대서의 차...대서
는 연신 퍽큐를 외쳐대며 유리창문을 연다. 한나절 작열하는 태양열에 달아오른 아스
팔트가 뜨거운 지열을 뿜어낸다.
"제가 미국있을 때 카레이스 했다는 얘기 했어요?"
부장이 핸들을 한손으로 잡은 멋진 폼으로 악셀레이터를 붕하고 밟는다
"어머, 정말이에요?"
"그 카레이스의 환상적 짜릿함으로 희영씨를 집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신나게 달리는 부장의 차, 대서는 덜덜거리는 차의 악셀레이터를 니가 부서지
나 내가 부서지나 보자는 투로 악셀레이터를 끝까지 밟아댄다.
"부장님! 좀 살살 모세요"
터보 엔진에 날개까지 장착한 부장의 외제차는 거침없이 도로 옆길로 빠져나
가며 한적한 도로를 타기 시작한다.
"씨팔...기름까지 왜 이래?"
시속 120을 넘어서자 대서의 중고차는 속도계 바늘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하는
데 기름도 까딱까딱 바닥을 드러낸다. 불안해진 대서가 휘발류 체크 바늘을 쳐다보는
순간 앞에 가던 부장의 차가 급하게 옆으로 꺽어 샛길로 빠진다. 그걸 대서는 못보고
앞으로 계속 직진해 나간다.
"부장님! 어디로 가는거에요?"
"지금 퇴근 시간이라 막혀서 돌아가는거에요"
"부장님은 미국에 계셨으면서도 어쩜 그렇게 길을 잘 아세요?"
하는 순간 부장이 도로변에다 끽하고 차를 세운다.
"왜 그러세요?"
부장이 희영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을 한다
"잠깐,조용한데서 얘기 좀 하고 싶어서요"
갈수록 차들이 줄어드는 한적한 도로를 달리던 대서가 부장의 차가 계속 보이
지 않자 바짝바짝 침이 말라간다. 그리고 속도를 줄이며 주위를 둘러본다.
차를 멈춘 부장이 차 오디오까지 끈다. 희영이 불안해 진다.
"미국 있을 때 저랑 같이 근무하던 백인 여자가 있었어요"
".............."
부장이 마치 남의 얘기하듯 담담하게 계속 말을 이어간다
"남편도 있고 아이도 있는 아주 모범적인 부주였죠.그런데 언젠가 회사 동료
차를 얻어 탔다가 그 남자한테 강간을 당했어요.이런 한적한 곳에서"
순간 희영의 표정이 석고상처럼 굳는다.부장은 무표정하게 앞쪽만을 응시한채
태연하게 말한다
"물론 여자는 즉시 고소를 했죠.그런데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당황한 희영이 문을 열고 내리려 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는다. 외제차는 우리
나라차와는 다른지 안전벨트도 좀체 풀기 힘들고 차문도 쉽게 열리지 않는건가.....
"제 얘기를 마저 들어보세요. 재밌는 얘기에요"
"내..내려 주세요"
부장의 건조한 목소리가 음흉스러움이 띠기 시작한다
"결국 여자는 변호사 비용 20만불을 날리고 물론 이건 남자 쪽 비용도 포함된
금액이에요. 그리고 끝내 재판에서 졌죠"
부장이 희영의 뺨을 어루만지려 손을 내어뻗는다.이때 희영이 반사적으로
부장을 향해 핸드백을 휘두른다.하지만 부장의 손에 핸드백이 잡힌다
"거기서 끝난지 알아! 그년은 끝내 직장도 잃고 남편한테 이혼까지 당했어!
이 암캐야"
부장이 포악하게 희영의 팔을 꺽는다. 아아악! 질러대는 희영의 비명에 부장
이 덥썩 희영의 가슴을 잡는다
첫댓글 즐감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ㄳㄳ
감사히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