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뱀은 바다를 달고 다녀요 아니 바다가 방울뱀을 따라 다니지요 방울뱀의 혀를 감시하기 위해서지요 마개로 막아 둔 바다를 살짝 흔들면 부정맥이 새어 나와 수풀 사이로 퍼져 나갑니다 덜컹거리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여우는 삼켰던 새를 토해냅니다 회색 고양이가 새를 잡기 위해 뛰어 오릅니다 숨어 있는 회색 고양이들이 수풀에 가득합니다 굶어 쓰러진 여우를 방울뱀이 삼킵니다 바다에 담긴 여우는 다시 편안하게 잠들었습니다 사냥꾼이 부정맥을 더듬으며 수풀로 들어갑니다 사냥꾼은 여우를 삼킨 방울뱀을 노리고 방울뱀은 고양이를 노리고 바다는 사냥꾼을 노립니다 방울뱀이 수풀로 들어갑니다 뿔 나팔이 울리고 회색 고양이들이 카메라를 들고 기다립니다 바다에 담겨 나오는 친구는 누구일까요 생일 케이크에 둘러앉아 서로 눈치를 봅니다 제일 먼저 생일 케이크를 삼키는 누군가 바다를 달고 나올까요 서로 눈치를 보는 사이에 여우가 토해낸 새가 바다를 모두 빨아먹고 날아가 버릴까요 덜컹거리는 말발굽 소리가 여전히 들립니다만 카메라 플래시는 아직 터지지 않았습니다
⸻계간 《미네르바》 2019년 겨울호 ------------ 박강우 / 1959년 마산 출생.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병든 앵무새를 먹어 보렴』 『앨리스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