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키 하우스 지키는 푸른 정령
<동두천, 성병 관리소(몽키하우스)에서->
김자현
지지배 지지배, 아침부터
떠나버린 지지배 부르며 새들이 부르는 招魂
동실아 금실아 은실 누나야
참혹한 시대사를 절규하던 목소리
시뻘겋게 녹슨 역사가 더덕더덕 붙은 쇠창살
옴이라도 오를 것 같은 폐가를 넘나들며 오로지
처절한 그녀들 억울을
각혈로 뱉어내던 날의 아침에 오로지
피를 토한 잇틀에 입맞춤하며
따뜻한 온기를 물어다 안부를 묻던 푸른 영혼들아
새날이 왔네 누나야
새날이 왔어 누나야
오늘 하루도 버티다 보면
새 하늘 새 땅이 열릴지도 몰라 누나야
오지게 희망을
금싸라기처럼 물어다 주던 귀한 靈의 고운 부리들
저 살기 바빠 이제야 찾아온 우리 대신
날마다 새벽이면, 간절한 기도를 올리던 푸른 입술들아 부끄럽구나!
탐방객 맞으며
왜 이제야 왔느냐 붉은 울음을 운다
은순이 동순이 금순이 그리고 윤금이야-
그녀들 이름을 이름답게
금쪽이답게 오로지 불러주던 바람아
지금은 전쟁 없는 어느 행성에서
불평등 없는 은하에서 그녀들 잘살고 있기를
눈물 글썽이는 뜬구름 향해 빌 뿐
어디서 한강의 기적 읊조릴 까보냐
GDP 25프로에 헌신하라
미 병사들에게 그녀들 깊은 동굴을 열고 금을 캐던 정권아
병 주더니
약 준다고 동굴을 관리하던 추악한 시대야
햇살 좀 쬐어 보자고 감옥을 나가보자고
쇠창살에 달라붙어 외장을 치자
몽키라는 이름을 얻고
몽키하우스의 주인이었던 이쁜 언니들아
당신들에게 빚진 우리들 놔두고 다 어디로 갔소
오늘
그 처참한 폐광 앞에서
일제와 미제를 타도하는
뒤늦은 역사의 목청에 쇠가시만 돋아라!
웹진 『시인광장』 2024년 10월호 발표
김자현 시인
서울에서 출생. 1994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 시집에는 『화살과 달』, 『앞치마를 두른 당나귀』 등이 있음. 현재 '새흐름’ 동인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