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객잔
- 류경무
왼쪽은 노랑
오른쪽은 빨강
몸의 절반을 덜어낸
눈먼 남자들이 도착했다
침묵에 든 나무탁자들도
그래서 한 잔 이래서 한 잔
빛이 데려오는 개념들은
언제나 단순하고 명료해서
그것은 갑자기 휘어지거나
충분히 바래진 형태로 죽는다
말을 시작한 나무의자들도
그래서 한 잔 이래서 한 잔
툭 내려치면 우수수,
처분을 기다리는 먼 산의 급소가 빤하다
노랗거나 붉게 금이 간 주먹 뼈들
온종일 바르작거리는
빨강과 노랑의 단풍객잔
-『작가정신』(2016, 통권 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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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객잔이라니? 시의 제목이 먼저 궁금증을 더해줍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들어보지 못한 말이나
무협지에서는 여관이나 주막같은 의미로 쓰이는 말이니...
초록으로 보였던 산천에 노랗고 빨간 단풍이 들었으니 길손이 찾아들었다고 본 게지요
어제 저녁 우리말겨루기에서 처음 들어본 낱말 중에 "꾀꼬리단풍"이란 게 있었습니다
노랗고 울긋불긋하게 든 단풍이라네요^*^
구새먹은 단풍잎이 모두 금이 간 주먹뼈라는 발견에 오래 눈길이 머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