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수님은 마태복음의 비유에서 혼인잔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예복'을 입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단순한 순종과 행위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마이클 그린은 BST 주석에서 '그리스도의 의로 옷입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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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나라는 인간의 의가 아닌 그리스도의 의로 옷입는 것이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는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관계였지만 죄가 들어왔을 때 인간이 느낀 최초의 감정은 부끄러움, 수치심이었다. 자기 자신이 부끄려워서 무화과잎으로 자신을 가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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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간의 무엇으로 자신의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가릴 수 없기에 하나님은 그들에게 가죽옷을 입혀주셨다. 창세기 3장 15절에 원시복음이 선포된 이후이기에 가죽옷은 짐승을 죽여서 피흘려 만든 옷으로 그리스도의 죽음과 그리스도의 의로 옷입는 희미한 그림자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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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바울은 로마서에서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롬 13:14) 말씀한다. 어거스틴의 회개로 유명해진 구절이지만, 결국 '그리스도로 옷을 입는 다는 것'은 인간의 모든 의는 다 누더기에 불과하다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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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갈라디아서에서는 "그리스도와 합하여 세례를 받은 자는 그리스도로 옷입었느니라"(갈 3:27) 말씀하고 있다. 그리스도와 합해질 때 우리는 그리스도와 연합되며 그리스도로 옷입게된다. 그리스도의 옷이 아닌 인간의 옷에 대해 스가랴는 어떤 인간의 행위도 하나님 앞에서 누더기 옷일 뿐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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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랴 3장에는 대제사장 여호수아가 '더러운 옷'을 입고 하늘의 법정에 서 있다. 검사인 사탄은 대제사장 여호수아의 '더러운 옷'에 대해 고소를 한다. 사탄의 고소가 정당한 이유는 인간의 어떤 행위도 우리를 의롭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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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너는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 거야" , "너는 실력이 없어서 성공하지 못할거야" 등의 수많은 사탄의 공격이 효과적인 이유는 우리가 자신을 볼 때 실력없고 형편없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바라볼 때 수치스러움을 해결할 수 없는 죄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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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의 공격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언제나 그리스도의 의뿐이다. 하나님은 더러운 옷을 입은 여호수아에게 "그 더러운 옷을 벗기라..네 죄악을 제거하여 버렸으니 네게 아름다운 옷을 입히리라" (슥3:4) 선포하신다. 더러운 옷을 비난하지 않으시고 아름다운 옷으로 다시 갈아입혀 주신다. 아름다운 옷은 결국 그리스도의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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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부요하신 그리스도가 가난해 지신이유는 가난한 우리를 부요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사탄의 고소는 정당하지만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를 덮어버렸다. 그리스도의 희생이 모든 정죄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한 것이다. 그 광경을 지켜본 스갸랴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하나님께 이렇게 요청한다. "내가 말하되 정결의 관을 그의 머리에 씌우소서" (슥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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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옷이란 인간 대제사장의 가장 거룩한 옷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어떤 의도 하나님 앞에서 더러운 누더기일 뿐임을 드러내준다. 그리스도의 은혜로 우리는 그리스도로 옷입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스도의 의가 우리의 의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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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정결의 관을 쓰고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정체성이다. 사탄은 여전히 우리를 비난한다. 그 비난은 거짓이 아니다. 사실이다. 나는 형편없고 죄인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비루한 존재이다. 나의 더러운 옷을 비난하는 그의 비난은 정당하다. 그러나 우리가 무너지지 않고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은 나에게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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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이 연약하고 멍청한 인간을 통해서 하나님은 위대한 일들을 행하시는 분이시다. 그 하나님의 무엇에 집중할 때, 그리스도의 의에 집중할 때 우리는 새롭게 정죄함이 없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그리스도로 옷입었음을 깊이 누릴 때 우리는 자기 정죄의 화살로부터 자유할 수 있고 더이상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않는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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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더러운 옷을 입은 내가 아름다운 옷을 입을 수 있는 이유는 나의 무엇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행한 일 때문이다. 복음의 정체성이란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게 행하신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나는 더러운 사람이지만 아름다운 옷을 입고 정결의 관을 쓴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이다.
고상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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