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서는 “LG카드 사태가 지주회사 체제 때문에 조기진화에 실패했다”고말한다. LG가 지주회사 체제라 LG카드가 계열사 지원을 제때 못받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일부에서 이런 문제점이 제기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례적으로 반박 자료까지냈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체제로 오히려 LG카드 위기를 완화시켰다”고 말한다. 과거 체제였다면 오히려 위기가 그룹 전체로 번졌을 것이란 주장이다. 과연 누구 말이 옳을까.
■지주회사 체제 탓? = LG는 4대그룹중 유일한 지주회사 체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나 자회사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회사채 인수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LG카드는 지주회사 LG에 편입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LG카드에 문제가 있다는 시장의 경고에 그룹이 개입할 적절한 타이밍을 놓쳤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현행 1인 총수 위주의 경영 환경에서 지주회사 체제는 위기대응 능력에 허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삼성카드는 그룹내 주력인 삼성전자가 전체 지분의 56.1%를 갖고 있다. 삼성전기가 22.1%, 삼성물산이 9.4%를 보유 중이다. 부실이 심화되기 전이었던 지난 5월 유상증자 때 계열사로부터 손쉽게 증자를 받아 유동성 위기를넘길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대카드 역시 대주주인 현대차 지원을 쉽게 받을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지주회사로 묶여 자금 여력이 있는 계열사가 일찍지원하지 못해 조기진화에 실패한 LG와 차별화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를 주장하는 실체는 없다. LG카드측은 “우리는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말한다. 드러내놓고 말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다. 신종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상무)도 “전경련이 나서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면서 “다만 LG카드 부실의 한가지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는 있다”고 말할 뿐이다.
■지주회사 옹호론 =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자료까지 내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정위 사이트에 올라온 보고서 제목은 ‘LG카드 위기가 지주회사 체제로 심화됐는가, 완화됐는가’다.
작성자인 김학현 공정위 독점정책과장은 “예전처럼 계열사 지원으로 정상화를도모했을 경우 LG 계열사들의 연쇄 부실이 초래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주회사 전환은 LG카드 부실을 막지 못한 ‘주범’이 아니라 LG그룹 전체의 부실화 폐해를 막은 ‘공신’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계열사 지원이 없을 경우엔 법상 부실책임을 지도록 예정된 주주와 채권자들에게 책임에 상응하는 손실이 투명하게 귀속되는 장점은 물론 새로운 투자자 참여나 경영권 변동 등 근본적인 정상화가 보다 용이하다고 주장한다. 실제최근 LG카드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도 지주회사 체제였기에 가능한 대안이라고 설명한다.
■전망 = ‘지주회사 공방전’은 한마디로 지주회사 유용성 논란으로 압축된다.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도 재계의 불만 사항 중하나다. 이 참에 지주회사를 둘러싼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LG카드 문제를 지주회사 탓으로 돌리려는 ‘음모론’이라는 주장도 이 때문이다. 원인이야어떻든 전문가들은 “이번 LG카드 사태가 지주회사 체제 유용성을 판단하는 시험 잣대가 될 것”이라는 반응들이다.
이번 LG카드 사태를 둘러싼 ‘지주회사 유용성 논란’에 대해 공정위가 직접진화에 나선 것은 향후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지주회사 체제를 더욱 공고화하겠다는 정부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