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언론에서 보도된 바에 의하면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술을 먹고 집에서 행패를 부리는 것을 나무란다는 이유로 흉기로 부모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아무리 각박한 세상에 살고 있기는 하나, 천륜을 거스르는 존속살해 사건에 대해서는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가정의 달인 5월에 접어들었지만, 이처럼 부모와 자녀 간의 불화로 인한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이혼 등 가정파탄으로 결손가정이 늘고 있으며, 재산 분배로 형제간의 다툼은 물론이고 자식이 부모를 폭행하고 살해하는가 하면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도 매년 기사화되고 있다.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로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제도와 효 문화가 무너지고 있다. 효가 무너지면 가족이 무너지고 가족이 무너지면 사회의 몰락과 함께 국가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최근 우리 사회는 이러한 효 문화의 몰락으로 자식으로부터 효도 계약서를 받는 부모가 늘었다고 한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준 후,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부모들이 부양 의무를 자식과 계약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는 효도 계약을 어긴 아들에게 부모가 물려준 재산을 돌려주라고 법원이 판결한 사례도 있었다. 부모를 부양하는 것까지 계약으로 이뤄지는 것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효도는 법 이전에 윤리의 영역이다. 법이 왜 부모와 자식 간에 개입하느냐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재산을 몽땅 주고 자식에게 버림받은 부모를 보호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따라 '불효자방지법'을 본격적으로 논할 때가 되었다.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자식에게 부모의 사후 상속권과 증여 재산을 박탈할 수 있는 제도가 '불효자방지법'이다. 아직 시행되고 있는 현행 법률은 아니다.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민법상의 의무인 데도 부양 문제를 놓고 부모와 자식 간에 불화를 빚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부양은커녕 부모를 학대하는 신고 건수만 해도 상상을 초월한다. 핵가족으로 분열되고 일인 가구가 늘어난 시점에서 부모에 대한 효를 강조하는 것은 지나친 유교적 관례일 수도 있지만,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불효이기에 앞서 남이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실, 효란 윤리이지 법으로 강제하는 영역이 아니다. 계약으로 인한 가식적인 효도는 부모의 처지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재산을 상속받고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자녀는 그렇게 많지 않다. 몇몇 불효자들이 뉴스에 등장하여 부모들에게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하였고 불효자방지법은 이러한 불안감을 풀어주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에게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며 효도를 법으로 강제하는 시대에 이르렀다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에 이르렀고 '긴 병에 효자 없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재산을 증여한 부모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건강한 효 문화의 정착은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효를 강요해서도 안 되고 부모의 사랑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가정불화의 가장 큰 원인은 대화 부족이다. 부모와 자식이 평상시 대화를 통해 인식의 차를 좁혀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라는 불명예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도덕적인 문제에 사회 정책의 개입은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점에서 불효자방지법은 개인적으로 찬성하는 견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가정은 건강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할 수 있다. 가정의 의미가 퇴색해가는 지금 가정의 화목을 위해 노력하고 올바른 소통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가정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