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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이 뚝뚝 떨어집니다. 하늘에서 온종일 온 세상에 은총을 내려줍니다. 촉촉한 피부가 돋보이는 식물들의 본색이 드러나는 월요일입니다. 단비가 내립니다. 축축해서 멀리했던 빗방울이 오늘은 왠지 다가가고 싶게 설렙니다. 이 무슨 조화일까요.
창가에 인공이 아닌 자연 비타민이 가득 함유된 봄볕을 쬐게 놓고 오가며 시간 날 때마다 들여다봅니다. 남몰래 글라이더로 착지한 토실한 잎사귀가 언제든 비상할 듯한 날개를 보여줍니다. 연약해도 작은 날개를 활짝 편 모습이 사뭇 몸피보다 큽니다. 그 춤사위가 볼수록 입꼬리와 눈꼬리를 위로 올립니다.
조금이라도 세파에 시달리지 말라는 양육자의 바람을 담아 쌀을 씻고 모아둔, 하루 지난 뜨물을 가져다 놓습니다. 지구별의 탄소중립 모임에서 솎아낸 귀한 꿀팁을 적용해 봅니다. 실천 휴머니즘을 즉각 발휘합니다. 수돗물에는 없을 영양소가 뜨물에 잔류했나 봅니다. 발아한 뒤 나타난 양 날개에 이빨이 나왔습니다. 마치 영아가 이유식을 할 때 나오는 그 유치와 같습니다. 액상이 아닌 고체 영양소를 준다 해도 작디작은 톱니 이빨로 씹어 먹겠다는 의지의 발로인가 봅니다.
온 정성으로 키우는 양육자는 남들이 볼 땐 거짓말을 한다 할 수 있는 새끼의 천재성을 포착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그걸 또 온전히 믿게 됩니다. 토마토를 보면 씨앗이 발아할 때부터 그 우주를 품은 신기함에 이이 눈이 멀어버렸습니다. 볼 때마다 신통방통하여 오래 머물게 됩니다.
토마토를 꽤 사 먹었습니다. 특히 방울토마토는 발사믹 소스를 첨가한 마리네이드로 만들어 김치냉장고에 두고 조금씩 덜어 먹곤 합니다. 시원한 그것이 입안에서 살살 녹으면서 건강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블루베리를 얹어 먹으면 더 상큼한 맛을 느낍니다. 채소이자 과일인 토마토는 어설픈 요리사에게 더없이 반가운 재료입니다. 약방에 감초처럼 어떤 요리에나 잘 어우러집니다. 육류를 어릴 적에는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토마토를 여름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식성은 닮나 봅니다. 2세 또한 토마토가 들어간 요리나 오롯이 토마토만 먹기 좋게 잘라 설탕만 살짝 뿌려도 잘 먹습니다.
싹이 난 토마토 전사 셋은 얼추 키가 비슷한데, 나머지 둘이 약간 작습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토마토를 선택하게 했더니 큰 것과 작은 것을 사이좋게 고릅니다. 욕심 있는 아이가 큰 걸로만 고를 줄 예상했는데 의외였습니다. 이유가 궁금합니다. 작은 것 하나를 잘 돌봐주고 남부럽지 않게 작지만 단단하게 키워보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나머지 토마토는 자연스럽게 제 차지가 되었습니다. 봄비도 꿀처럼 반짝거리겠다, 토마토도 자랐겠다, 마냥 씨앗이 발아된 키친타월 위에서만 놀게 할 순 없습니다. 더 큰 물에 나가 놀게 하렵니다. 오늘 토마토를 위한 날궂이를 벌여봅니다.
물기 있는 키친타월에서 하나씩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살살 분리합니다. 택배로 받은 작은 화분과 동봉된 분갈이 흙을 아이의 모종삽으로 조금씩 떠 담습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 하나씩 일정한 공간을 확보해 주면서 손가락으로 낸 흙 구멍에 안착시킵니다. 질석을 얇게 전체적으로 뿌려줍니다. 손가락으로 살살 눌러줍니다. 토마토가 안정적으로 날개를 펼 수 있도록 활주로에 압력을 최소화하여 정돈합니다. 하루 묵힌 쌀뜨물을 스포이트를 이용해서 세심하게 공급해 줍니다.
촉촉한 봄비가 봄의 절정을 달리고자 숨 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온갖 꽃들과 식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흙을 뚫고 나와 대지를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우리에게 생명인 살과 피를 나눠주는 꿀, 비입니다. 빈대떡 대신 토마토 생장을 위한 큰 집으로 무사히 이사를 마쳤습니다. 쑥쑥 자라서 지금보다 몇 배 큰 방주인 화분에 이주할 날이 곧 오기를 아이가 기대합니다.
세상에 꿀들이 마구 떨어집니다. 내일이면 연두는 커서 초록해지고, 연분홍은 눈이 깊어져 꽃분홍이 되고, 아이는 자라서 사춘기를 지나 청춘이 될 것입니다. 청년 같은 봄은 아직 무사합니다. 여름이 몹시도 빠른 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습니다만 봄은 언제나 벌과 나비 그리고 사람들의 꿀 떨어지는 눈빛에 샤워할 것입니다.
꿀이 똑똑 떨어지는 아이의 눈빛에 토마토 전사들의 저녁은 단잠을 이룰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밤이 지나면 토실토실 물오른 전사를 상상합니다. 이제 겨우 밤은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