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이 물드는 강가에서
사월 초순이다. 전날 둘러 온 주남저수지는 온통 유록색이 번지는데 둑길 언저리 자생하는 돌복숭이 피운 꽃이 아름다워 ‘주남지 복사꽃’을 남겼다. “철새가 본향 떠난 주남지 산책로에 / 갯버들 싱그럽게 유록색 번지는데 / 물억새 그루터기는 새 움 새순 돋는다 // 데크와 등을 맞대 저절로 터를 잡은 / 돌복숭 한 그루는 화사한 꽃을 피워 / 이만큼 무르익은 봄 실시간을 알린다”
봄이 되니 우리나라 주변으로 이동성 고기압과 저기압이 교대로 통과하면서 짧은 주기로 비가 내리고 있다. 날씨가 포근하면 미세먼지가 끼어 야외 활동에 지장을 줘도 비가 와 말끔하게 씻어 가고 산불을 막아주는 순기능도 있다. 새롭게 한 주가 시작된 월요일은 날씨가 흐려 간간이 비가 흩날릴 수 있다는 예보여서 이른 아침 강가 산책을 마치고 도서관 열람실에 머물 예정이다.
여명에 성주동을 출발 월영동으로 가는 102번을 탔다. 새벽 이른 시각 창이대로에서 소답동을 거쳐 창원역으로 나갔다. 6시 10분에 강가로 가는 1번 마을버스 첫차를 타려니 대기하는 승객이 웅성거렸는데 베트남 여성들이었다. 마산권에서 온 아주머니급 할머니도 섞여 있었다. 정한 시각 미니버스엔 입석 승객이 많은 채 출발했는데 나는 자리가 없어 엔진 덮개 바닥에 앉아갔다.
용강고개를 넘어 동읍 행정복지센터를 지난 주남삼거리에서 들녘을 거처 대산 일반산업단지를 지났다. 함께 탄 여성들은 국도 구간을 더 달려간 북모산에서 거의 내렸다. 수확기를 맞은 딸기와 풋고추를 따는 인력을 태워 갈 승용차와 트럭이 대기해 있었다. 강변 들녘 모산리 농장에서 왔겠지만, 일부는 강 건너 밀양 명례지구 농장에서 일손이 달려 아침마다 차편을 제공해 모셨다.
나는 북모산에서 두 구간을 더 지난 노인요양원에서 내렸다. 신설 국도 횡단보도를 건너 강둑으로 가자 건너편은 옅은 안개에 수산 시가지 아파트단지가 보였다. 강둑으로는 벚꽃이 만개하고 둑길 언저리는 풀빛이 짙어갔다. 지난겨울에 날씨가 추워 마른 물억새에 일부러 불을 질렀다는 사내로 강변 생태가 새카맣게 그을린 현장 갯버들은 고사해도 지표에서는 푸르름이 감돌았다.
자전거 길을 겸한 강둑에 가로수로 자란 벚나무가 꽃을 피워 절정이었다. 벚꽃의 열병을 받으며 수산대교를 건너 대산 문화체육공원으로 향했다. 거기도 불로 태워진 강변 생태여서 나이테를 두른 나무는 잎이 돋지 않아 안쓰러워 보였다. 높이 자란 버드나무에 둥지를 틀다 떠난 까치는 어디서 새끼를 치는지 궁금하다. 고라니와 꿩들도 갑자기 닥친 불길에 놀라 황급히 떠났을 테다.
플라워랜드로 명명한 꽃단지는 이른 시간이라 아직 인부들이 나와 있지 않았다. 파크골프장은 봄철 잔디 생육기간 휴장으로 동호인은 모여들지 않아 적막했다. 불에 그을린 대숲을 지나자 지난겨울 산불이 번지지 않는 생태가 온전한 구역이 펼쳐졌다. 갯버들은 유록색으로 물들어 번지고 야윈 물억새와 갈대는 새로운 움이 솟으려 했다. 팽나무가 바라보인 북부리 강둑으로 올랐다.
시내보다 북쪽이라 둑길 벚꽃 꽃잎은 엊그제 비바람에도 더 붙어 아직 화사한 모습이었다. 아침나절 하늘은 흐려 연방 빗방울이 떨어질 듯해도 우산은 챙겨 왔다. 동부마을 들판을 지나 우암마을에서 덕현 교차로를 앞두고 들녘으로 들어 토마토 농장을 지났다. 주인아주머니가 따 놓은 토마토를 한 봉지 챙겨줘 고맙게 받아 들고 가술로 와 대산 평생학습센터 도서관 열람실로 들었다.
신간 코너에 비치된 ‘세상을 바꾸는 시간’을 기획한 구범준 프로듀서가 쓴 ‘마음을 읽는 감각’을 펼쳤다. 십여 년 전부터 인기리에 퍼진 그 강연회 영상을 보지 못해도 여러 명사를 등장시킨 연출가의 후일담을 한 곳에서 들은 셈이다. 때가 되어 한식 밥상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시내로 들어와 교육단지 창원도서관으로 갔다. 배낭 속에 넣어간 대출도서는 반납하고 두 권을 골라왔다. 2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