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냐???/

[Lotus Pond]

[뉴욕의 맛과 멋] 너는 누구냐?

이영주/수필가

지난 2년 동안 건강 문제로 산에 가지 못하고 있으니 산이 정말 그립다. 그런 참에 캐츠킬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백림사에 서 2박3일 동안 ‘선(禪) 강습회’를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귀가 솔깃했다. 이 기회에 선(禪)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희망도 있었다. 불교의 선은 가톨릭의 묵상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김자원 문인협회 회장을 무작정 따라 나섰다.

뉴욕에 사찰이 여러 군데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맨해튼의 조계사 빼고는 가본 곳이 없어서 한국의 절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도 관심사였다. 대지가 180에이커가 넘는다는 말만 듣고도 가슴이 뻥 뚫렸다. 그 동안 캐츠킬 산들에서 영성(靈性)을 많이 경험한 개인적 경험 때문에 캐츠킬 산 중턱에 있다는 사실에 더욱 기대가 컸다.

산의 특별한 정기는 순천 송광사에서 느낀 적이 있다. 송광사를 감싸고 있는 뭔가 신령한 기운에 절을 구경하는 내내 옷깃을 여미고 경건하게 걸어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런 영험한 경험을 캐츠킬의 산에 오를 때 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이 지역이 백림사를 비롯해 중국, 일본, 티베트 등 사찰이 16개나 있는 뉴욕 불교의 본산지로 부상하고 있다니 말이다.

강습회는 백림사 주지 혜성 스님과 범휴 스님, 세등 스님의 주도로 예불, 선 강좌와 실습, 다도, 절하는 법, 선시 강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LA에서 오신 범휴 스님이 선 강좌와 실습을 해주셨는데 강의 내용이 현대적이어서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어려운 얘기들 다 빼고 “명상이란 진실을 찾고 행복을 찾는 것이다”라는 한 마디만으로도 나는 참가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범휴 스님은 몇 년 전 제주도 여행을 했을 때 동행했던 분이라 구면이었다.

인상적인 것은 주지 혜성 스님과의 다도(茶道) 시간이었다. 혜성 스님은 부산 금강사에서 2005년부터 해마다 ‘차밭골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다도의 역사와 차 종류, 마시는 법 등을 조근조근 말씀하셨는데, 내 눈엔 스님의 유난히 크고 잘 생긴 귀만 보였다. 마치 부처님을 마주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다가 낭랑한 음성에 발음도 명확하셔서 말씀이 부처님 법어처럼 들렸다. 강습회가 끝났을 땐 참가자들에게 붓글씨를 한 점씩 선물하셨다. 지금의 백림사가 지난 20년 동안 스님의 땀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신도들의 이야기가 스님의 편안한 얼굴에서 절로 읽혀졌다.

2박3일 동안 선 강의를 듣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방석에 앉아 허리를 펴고 두 시간씩 강의를 듣는 일이 예사로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명상의 길이라 명명된 숲길을 걸으면서 삼림의 향기에 젖을 땐 숲 속의 바람소리며 나무들의 향기에 마음의 고요와 행복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선 실습에서는 서로 마주 앉아 “너는 누구냐?”고 계속 질문을 던져야 했다. 상대방이 어떤 대답을 하든 질문자는 계속 너는 누구냐고 질문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어떤 이는 정말 감정이 격해져 ‘너는 누구냐?’고 울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어찌 생각하면 그 질문은 내가 평생을 의문으로 안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내가 어떻게 해서 내 부모의 딸로 태어났는지, 내가 왜 죽어야 하는지에 대해 늘 의문을 품어 왔다. 그리고 두려웠다.

지금은 물론 내가 믿는 신이 날 만들어 주셨고 죽으면 그 분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믿지만, 그렇다고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내게 물었을 때 ‘흙이요’ 하기도 하고, ‘강물이오’ 하기도 하고, ‘바람이오’라고 하기도 했다.

이번 선 강습회를 통해 우리 모두가 진실을 향해 정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깨어 있는 영혼으로 진실을 찾을 때 우리 모두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는 어느 종교를 불문하고 똑같다는 사실도 새삼 내 시야를 더 넓게 열어준 것 같다.

원래 젊은 미술가들을 위해 기획되었다던 강습회는 문호를 더 열어서 예술가 사이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확대되어 우리 문인도 몇 명 참가할 수 있었다. 다른 단체들에게 귀감이 될 귀한 문화행사였다.

[Lotus Pond]

한국문화재단(대표 김지영변호사)이 미주현대불교사의 협조로 백림사를 빌려 개최한 '선 워크샵'이었읍니다. 반응이 뜨거웠다하더군요.

[파란연꽃]

어디에 실린 글이지 참 재미있게 표현하였네요. 참가자들이 모두 유익한 행사였다고 하였습니다.

[다람쥐]

저에게, 시야를 넓히는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