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으로 가는 늦가을에 점점 더 차가워진 북서풍이
세차게 몰아친다.
태양이 하루에 위도 0.26도씩 적도를 넘어 저 남쪽으로
멀어져 가니, 점점 더 기온이 내려간다.
지금 11월 7일 남위 11.5도정도에 태양이 일주운동을
하고 있으며 동지에 도달하는 남회귀선 23.5도까지는
42일 남았다.
그렇지만 1월 대한까지는 계속 기온이 떨어진다.
이운 대지의 풀과 무수한 갈대잎은 은은한 누런색으로
변하고 갈대꽃은 은색으로 피어 물결처럼 바람에 파도친다.
겨울이면 항상 마음속에 그려오는,
북풍 휘몰아치는 압록강변에서 바람에 휘날리는 갈대꽃을
보고 싶다.
이 바람은 사정없이 사람의 얼굴을 때리면서
마치 ‘정신차려’ 라고 하면서 지나간다.
그렇다 ‘정신차리라’는 말, 지금까지 안이한 생각과
구태의연한 사고방식, 행동에 안주하지 않았는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고마운 바람이다.
휘몰아 치는 찬 북서풍을 맞으면서 역설적이게도
축복의 바람으로 다가오고 있다.
북위 35도 정도의 중동의 건조지역에서는 지금 사막의
모래바람이 천지를 뒤덮고 있다.
땅을 한치라고 더 갖기 위해서 생사의 투쟁을 하고 있다.
그들도 우리 국민과 마찬가지로 힘이 없어,
제국주의의 희생물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유혈이 낭자한
생지옥의 아비규환에 갈 바를 몰라 우왕좌왕한다.
허나 우리가 조금 나은 면이 있나보다.
비록 분단되었지만, 예부터 내려오는
굳건한 땅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