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발코니에 화단을 설치하는 규정이 지방자치단체별로 달라 소비자와 주택업체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한쪽에서는 발코니에 화단을 만들어도 되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화단 설치를 못 하게 한다.
정부가 발코니 간이화단 설치 문제가 불거지는 데도 불구하고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건축승인을 내주는 지자체가 조건을 달리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단 설치, 지자체마다 제각각=서울시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 건축심의 대상인 16층 이상 아파트에 대해 간이화단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2000년 7월 발코니 면적의 15% 이상을 화단으로 만들면 발코니 폭을 1.5m에서 2m로 늘려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삭막하고 단조로운 콘크리트 외관을 보기 좋게 꾸미자는 취지였다.
시 관계자는 “아파트 발코니 간이화단 인센티브 제도가 시행된 후 처음엔 화단설치를 허용했으나 입주 후 철거해 불법 확장하거나 발코니 새시를 화단 바깥에 설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단속도 쉽지 않다고 판단해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산하기관인 SH공사가 짓는 아파트에 대해 같은 내용의 업무지침을 내려 현재 설계가 진행 중인 강동구 강일·강서구 발산지구 등의 아파트는 원래 계획됐던 화단을 제외했다.
15층 이하 아파트의 사업승인을 내주는 구청은 저마다 기준이 다르다. 강남·서초·용산·관악·금천구 등 5개구는 발코니 화단설치를 금지하는 반면, 나머지 20개구는 화단을 허용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시도 올 하반기부터 발코니 화단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 지난달 말 나온 오륙도SK뷰 3000가구는 당초 발코니에 간이화단을 넣었다가 부산시의 요청으로 없앴다.
그러나 허가권이 구청에 있는 경우 사실상 발코니 화단이 허용된다. 오륙도 SK뷰와 같은 때 분양한 남구 용호동 LG하이츠자이 등은 발코니에 화단이 만들어진다.
부산 남구청 관계자는 “시 행정지침에 따라 화단 설치를 못 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법으로 허용되기 때문에 건설회사에 강요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인천·울산·광주 등 광역시와 경기도, 경남·북, 충남·북, 전남·북, 제주도 등 나머지 시·도는 화단 철거나 새시 위치에 대한 단속은 하지만 화단 설치 자체는 허용하고 있다.
◆주택업체·소비자들 “헷갈려”=건설업계는 형평성을 문제삼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미 실시설계가 끝나 일정이나 비용상 도면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데다, 화단을 뺄 경우 발코니 폭이 2m에서 1.5m로 줄어들어 소비자들이 꺼리기 때문이다.
S건설 관계자는 “발코니 화단설치가 관련 법규로 마련돼 있는 데도 불구하고 설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라며 “아예 이 기회에 화단을 없애고 폭을 1.5m로 줄이던지, 모두 허용해주던지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1990년대 중반 발코니 새시 허용 이후 단속의 눈을 피한 불법 확장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빨리 제도를 손질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간이화단을 철거하면 시정명령(원상복구, 보통 14∼30일)이 떨어지고 이행강제금(위반면적에 대한 건물과세 시가표준액의 50%를 연 2회씩 시정 때까지 부과)이 부과된다.
발코니 새시를 화단 바깥쪽에 설치하면 화단 안쪽에 달도록 시정명령이 나가고 이를 어길 경우 자치단체 판단에 따라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