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초의 여자야구단 '빈' 선수들이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김민호 타격코치(왼쪽에서 두번째)로부터 스윙 자세 교정을 받고 있다.
축구에서 여풍(女風)이 일어난 지는 오래됐지만 야구는 오랫동안 '금녀 구역'이었다. 하지만 남성만의 영역에 겁없이 뛰어든 여전사들이 있다. 부산에서 유일한 여자 야구단 '빈'의 멤버들이 그 주인공. 팀 이름은 빛날 빈(彬)에서 따왔다.
드넓은 운동장에서 질러대는 함성, 힘과 속도와 땀이 요구되는 그라운드, 야구가 있어서 즐겁다는 이들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를 만났다.
25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을 찾은 '빈' 멤버들의 표정은 가을 하늘만큼이나 맑고 싱그러웠다. '옷이 날개'라는 말마따나 파란색 상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모두 프로같이 늠름했다. 롯데 코치들에게 '한 수 배우러' 온 선수들은 대학생부터 자영업자, 학원 강사까지 이력과 면면도 다양하다.
양상문(43)감독이 "여러분들은 신대륙을 탐험하는 개척자입니다. 힘든 길을 걷고 있지만 모두 힘을 냅시다"고 살갑게 반긴다.
주장 겸 투수인 권정아(27)씨는 "너무 떨리고 기쁘다. 한국 여성야구의 발전을 위해 시간을 내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께 감사한다"고 답례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자갈치' 김민호 코치가 박정희(25·학원 교사)씨의 타격자세를 잡아준다. "맞추는 것 보다 제 스윙을 해야 합니다. 어깨를 약간 들어올리고 발이 나가는 동시에 스윙하세요."
병원간다는 핑계를 대고 학원에서 몰래 빠져나왔다는 박씨는 진짜 야구광이다. 야구연습장에서 매일 5000~1만원씩의 배팅볼을 칠 정도.
얼마전 수능시험을 친 김선아(18·부산진여고)양은 "야구는 마약과 같아서 한번 매력에 빠지면 헤어날 수 없다"고 했다. 공부하거나 자면서도 오로지 홈런치는 생각만 든단다. 땀으로 범벅이 될 만큼 고된 훈련을 하고 집에 가서도 잔뜩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빈'은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9월11일 공식 창단식을 가졌다.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안현경(30·부산 남구 용호동)씨가 알음알음으로 회원 8명을 모아 부산 용호초등학교에서 일요일에 1번씩 연습을 했다.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BWBH)가 개설되면서 선수들이 15명으로 늘었다.
지난 3월 서울에서 만들어진 국내 첫 여자야구단 '비밀리에'에 이어 두번째 여자팀이다. 감독은 부산고와 연세대에서 야구선수 생활을 한 윤동학(41·하나로통신 근무)씨가 맡고 있다.
빈은 지난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비밀리에와 연합팀을 구성해 출전, 일본 사회인야구팀 '애틀랜타96'과의 친선경기에서 14-11로 승리한 것. 빈은 내년 4월 열리는 제5회 보스턴 여자야구 월드컵시리즈에 비밀리에와 연합팀을 구성해 출전해 세계대회 1승을 노릴 계획이다.
허신정(20·부산대 1년)씨는 "야구가 좋아서 오는 사람은 모두 환영입니다. 어차피 실력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과 끈기죠. 가장 무서운 것은 패배가 아니라 중도 포기라고 생각해요"라며 땀방울을 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