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반증(反證)'과 '방증(傍證)'의 정확한 용법은?
27일자 A3면 "여의도는 박연차 패닉' 기사 중에 "○의원 소환은 정치권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박연차 리스트'가 상당한 정확성을 갖고 있다는 반증(反證)이라는 점에서도 여권을 불안에 떨게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반증'은 '방증(傍證)'으로 써야 하는 것 아닌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반증을 1. 어떤 사실이나 주장이 옳지 아니함을 그에 반대되는 근거를 들어 증명함. 또는 그런 증거. 2. 어떤 사실과 모순되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것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는 사실로 풀이하고 있다. 이렇게 하나의 어휘를 서로 상반되는 의미로 사용해도 되는가 궁금하다.
― 경기도 구리시 독자 김미영씨
A: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방증'이지만…
지적하신 대로 '반증(反證)'은 '사실과 반대되는 증거'라는 뜻이고,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방증(傍證)' 또는 '증명(證明)' 이나 '입증(立證)'입니다. 그러나 어느 사이엔가 사람들이 반증이란 어휘를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뜻으로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본뜻과 정반대로 말하는 것이죠. 1999년에 나온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를 반영하여 같은 단어에 상반된 풀이를 해놓은 것 같습니다. 이 문제를 국립국어원에 문의했더니, 국어원은 '반증'이 그런 뜻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사전을 편찬하면서 이를 수용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반증을 원래 뜻과 다르게 쓰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라고 생각합니다. 1998년에 나온 '연세한국어사전'은 1960년대 이후에 나온 출판물과 구어를 기초자료로 하여 만들었는데, '반증'을 이렇게 상반된 의미로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저희도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일 때는 가급적 '방증한다' '증명한다' '입증한다' 등으로 적절히 바꾸어 쓰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때로는 필자들이 '어감이 이상하다'며 그냥 두기를 원하는 경우도 많아 난감할 경우가 많습니다.
장진한 어문조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