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3세가 되어갈때쯤.
군제대를 한지 2달도 안됬을때다.
복학하기전까지 돈을 벌기위해 아르바이트자리를 한참 찾았다.
하지만 흔하고흔한 식당, 편의점, 술집 ,pc방은 너무나 하기가 싫었다.
문득 생각난 것이, 군복무중 취득했던 지게차 운전면허증이었다.
지게차를 좀 타두면 언젠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아버지의 주변분 소개로 창원 LG2공장 내의 협력업체에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부터 3달 동안만 일을 하고 그만두려는 계획으로 들어간거지만,
단기알바는 구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정직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주변에서 지게차 일은 별로 힘들지 않다는 말을 많이들어 몹시 설레었다.
그래서그런지 힘든줄도 모르고 새벽 6시30분에 오는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다.
공장안에는 군대안에서 군가틀어주는것처럼 노래가 막 흘러나왔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LG~'
하루만에 세뇌당하는 것 같았다. (연암공대에 전화해도 이컬러링이 나온다..)
아침식사를 하러갔는데 여기도 우리학교식당업체와 같은 '아워홈'이었다.
화려한 맛과 다양한 종류에 감탄을 했다. '엄마를 쉬게하자~'라는 문구를 강조하던데,
우리학교 식당은 엄마같은 마음으로 밥안해주나보다..
출근 첫날이 월요일이라 아침8시부터 조례를 했다.
LG하이로지스틱스의 하청업체였는데 30명정도 되는 소규모회사였다.
20대는 나밖에 없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사장님이 조례가 끝나고 바로 내가 일할 곳으로 나를 데리고갔다.
베테랑의 지게차기사아저씨, 작업자아저씨2명 그리고 단말기찍는형이 있었다.
난 그렇게 아버지보다 나이가 좀 많으신 아저씨들과 일을 하게 되었다.
아저씨들한테 왜 그나이에 벌써 지게차를 타는지,
학교는 안다니는지, 아버지가 반대 안하시는지, 이런질문들을 받았다.
"저 그냥 잠깐 학교가기전까지 3달동안 돈벌고 바로 그만둘거에요." 라고 할수는 없기에
나는 어쩔수없이 '공부가 하기싫어 대학을 자퇴하고, 아버지 속상하게 만든 지게차기사'가 되었다.
시작부터 속이고 시작하려니 걱정이 많았다.
안그래도 거짓말을 좋아하지 않는 나이기에..
첫날부터 거의 일주일내내 서서 구경만 했다.
우선 보라고..그래서 보기만 했다.
다리가 너무 아파 '와 나도 돈을 벌고있구나' 싶었다.
그러다가 지게차를 배울수 있는 때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아는 포크지게차가 아니였다.
클램프라고 하는 지게차였는데, 양쪽에 납작하고 넓은 철판이 있었다.
그 철판으로 냉장고,에어컨 완제품들을 집어서 컨테이너안에 테트리스 하듯이 차곡차곡 넣는 일이었다.
일주일내내 구경할때는 정말 별거아니다 싶었는데, 정말정말너무너무 어려웠다.
그 베테랑 아저씨는 지게차와 마치 한몸이 된듯한 신의 컨트롤이었다.
그렇게 두달가까이 배우고 연습하고 하면서 월급까지 받으니
여기가 회사인가 학원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좋았다.
어느 날 사장님께서 한번 찾아오시더니
"이제 좀 잘되나? 닌 이제 곧 신창원 가니까 배울때 확실히 배워둬라" 고 말했다.
신창원이라는 곳에 창고가 따로 하나있는데 거기는 통근버스가 없기때문에 힘들것이 뻔했다.
가슴이 두근두근댔다. 너무 가기싫어서..어차피 곧 그만두는데 또 적응해야 하다니..
그때가 내가 그만두려는 날이 되기 2주전 쯤이었다.
나는 설날 보너스까지 받기위해 설날연휴를 다보내고 회사를 그만둘 작정이었다.
그래서 두달동안 일을 하면서 같이 일하는 아저씨들에게는
사실 학교는 내년에 갈 것 같다고 미리 말해둔 상태였다.
그런데 그 얘기가 사장님 귀에 들어갔던 것이다.
휴게실에 항상 눌러붙어계시는 차장님께서 나에게 오셨다.
"일단 사장님께 학교가는거 아니라고 말했으니 신창원가서는 절대 학교가는거 얘기하지말고
그만두더라도 하는데까지 하고 그만둬. 나도 니만한 아들이 있어서 이해한다."
정말 감사했고 미안하기도 했다.
나는 결국 설날을 한 주 앞두고 신창원에 있는 창고로 팔려갔다.
나는 거기서도 불쌍한 아이가 되었다.
"학교는 왜 그만뒀노.."
"아버지가 이 일 해라하드나?"
"마음이 아프네.."
그렇게 또 일을 시작했다.
나는 그나마 어린 30대초반 형과 일을 같이 했다.
얘기를 나누다가 클램프는 돈벌이가 시원찮고 딴데는 쓰지도않는다고 자기처럼 포크지게차를 타라는것이다.
이번주 토요일에 사장님 여기 오시니까 같이 가서 바꿔달라고 얘기하자고..
누가봐도 포크를 타는게 훨씬 나앗기에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토요일에 결국 나는 결근했고, 그날 그만두기로 결심을 했다.
아는 분 소개로 취직한거라 학교를 가게됬다고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근데 도저히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이건아닌데..하면서도 전화로 사장님께 말했다.
그런데 사장님이 엄청 화를 내셨다.
그만두는데 고작 전화로 하는게 맞는거냐고..
다시 원래 일하던 공장으로 갔다.
다행히 사장님은 바빠서 안계셨다.
처음에 친하게 지내던 아저씨들과 차장님이 계신곳에 갔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곳에서 사직서를 썼다. 마음이 편안했다.
사직서를 쓰는동안 다들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떠났다.
위장취업을 한번 경험하고 나니 역시 사람은 정직해야한다고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회사가 내 필요에 따라 살짝 몇달다니고 그만두는 곳도 아닌데..
정직,신의,신용.
지금부터 쌓아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