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잘생기고, 건강하고, 돈 잘 벌고, 권력도 있고, 성격도 좋으면 참으로 좋으련만...
그게 어디 맘대로 되는 일이던가?
누군들 그렇게 멋지게 살고 싶지 않은가?
과거 사내들 송년모임은 어땠을까.
요즘이야 모임이 거의 없다. 그러나 불과 수 년전만 해도 년말 모임이 여러개 있지않으면, 사회성이 떨어지는 별볼일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사실 모임에 나가봐야, 삼겹살 굽고, 소맥잔 들이키고 횡설수설 떠들다가, 2차 노래방, 3차 입가심으로 호프집에서 곤드레 만드레가 되어 한얘기 또하고, 한얘기 또하다가 지쳐야 끝나는 게 다반사다.
밤 열두시가 넘어 집에 들어올 때는 마누라 눈치 보느라 도둑고양이 처럼 살금살금 현관문 열고 들어와 숨소리 죽이고 거실바닦에 이불 깔고 누워 새우잠을 잔다.
다음날, 아침도 못 얻어먹고 쓰린 속을 움켜쥐고 출근한다. 회사에서는 마치 어젯밤 훈장이라도 받은양 입에 흰 거품을 물고 마신 술병 숫자와 노래방에서 있었던 뻔한 사건들에 뻥을 처가며 자랑질 하기에 바쁘다.
사내들 허세는 언제나 그러하다.
아내가 고교동창 송년모임에 다녀오면 어떨까?
집에 돌아오자마자, '자기는 복도 지지리도 없다'며 미간을 잔뜩 찌프리고, 그릇이야 깨지던 말던 분풀이하는 설거지통 '덜거덕' 소리에 집안 분위기가 '쌔-애'하고 냉랭해진다.
'학교 다닐 때 미적분은 커녕, 방정식도 하나 못 풀고 남학생들과 싸돌아 다니던 친구가 남편 하나 잘 만나서 고개 빳빳하게 세우고, 돈 많은 티 팍팍낸다고.'
"어디 사느냐?"
"아파트는 몇 평이냐?"
"무슨 차를 타느냐?..."
그날 밤
사내는 미안한 마음에 아내에게 서비스라도 잘해야 겠다고 굳게 결심한다. 샤워를 마치고 이불을 푹 덮어쓴 아내곁 침대속으로 조심조심 스미듯 다가가서 얼르고 달랜다.
심사가 편치않은 아내는 열심히 노력하는 사내에게 반듯하게 누워서 "요렇게 해봐라, 조렇게 해봐라" 하며 평소와 다르게 여러 요구를 한다. 사내는 꾹꾹 참아가며 아내의 요구에 맞춰준다.
돈과 선물 받는 것만 좋아하는 아내가 오늘은 계속 지껄인다.
"전희는 좀 길게 해라"
"좀 서두르지 마라"
"입으로 해달고 하지 좀 마라"
"벌써 끝났냐?"
"끝나고 발딱 일어나지 말고, 쫌 안고 가만히 있어봐라"
아직 뒤틀린 심정이 풀리지 않은 아내 끝말이 날이 선 칼끝이 되어 사내 가슴에 박힌다.
"친구 남편은 친구를 공주처럼 대하면서 엄청 잘 한다더라. 그 남자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 에이구, 좀 배워라."
화가 머리까지 치민 남편은 차마 입밖으로는 쏟아내지 못하고, 꾹꾹 짓누르며 속으로 꿀꺽 꿀꺽 삼킨다.
"친구 와이프는 몸매 죽이고, 서비스 끝내주고, 매일 밤마다 ..."
이내, 치미는 울화통을 참기 위해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담배라도 피워야 겠기에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그밤 달빛도 사내맘을 아는지 그저 싸늘하게만 쏟아져 내리고 있다.
2023,12, 9
마지막 달 웃으면서 즐겁게 보내시라고 글을 쫌 야시하게 썼습니다.
첫댓글 글솜씨 좋은 새돌님
재미있게 읽으며 살짝 반성도. ㅋㅋㅋ
왜웃어유. ???????~~
잼나게 써 주신글 읽으며
생각에 잠겨봅니다...^^
더러는
반성해야 할 부분들도
있구요.
송년모임이라는 것이
서로 잘보내고
새해를 희망으로 맏자는
의미 일텐데
술마시고
노래하는 잘못된 인식으로
송년이 이상하게 변해갑니다...^^
동행방님들은
아마도 그렇지 않겠지만
이글을 읽으며
뒤돌아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지요....^^
수고에 감사 드립니다...^^
곤드레 막걸리 오늘 마셨는데ᆢ
그래서ᆢ24일 송년회 납실거쮸?ㅡ야시시합니다ㅎ
아주아주 재미있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