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2장 제물론(齊物論) 17절
[본문]
그러므로 옛날 요(堯)임금이 순(舜)에게 물었다. “나는 종(宗)나라⋅회(膾)나라와 함께 서오(胥敖)나라를 치려고 하오. 천자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마음이 깨끗이 풀리지 않으니 그 까닭이 무엇일까요?”
순(舜)이 말하였다. “그 세 나라의 임금은 마치 쑥대 사이에 사는 자와 같습니다. 임금께서 마음이 깨끗이 풀리지 않으신 것은 어째서입니까? 옛날에는 해가 한꺼번에 나와서 만물을 모두 비추었습니다. 하물며 덕이 해보다도 더 뛰어나신 임금께서 그러실 수 있으십니까?”
[해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동물세계와 달리 인간의 세계는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면서 함께 살아간다. 특히 요임금과 같이 덕이 있는 임금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요임금이 다음 대를 이을 순에게 주변의 약한 나라를 치려고 하는데 마음이 편치 않으니 그 까닭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한다.
실제로 요임금이 약한 나라인 종, 회, 서오를 무력으로 치려고 하니 마음이 불편해 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이 임금을 물려줄 만한 훌륭한 사람인지를 테스트하기 위한 질문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우리들은 장자가 왜 이런 대화를 제물론에서 제시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맹자도 패도(霸道)정치보다는 왕도(王道)정치를 강조했다. 패도정치는 강제적인 권력의 힘으로 다스리는 것이고, 왕도정치는 덕(德)으로 다스리는 것이다. 이때의 덕은 공자의 인(仁)을 바탕으로 성립된다. 공자와 맹자의 사상을 공맹사상이라고 하며 이들의 가르침을 유교라고 한다. 이에 비해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노장사상이라고 하며 이들의 가르침을 도교라고 한다. 그럼 장자의 덕에는 노자의 어떤 정신이 바탕에 놓였을까? 도덕경 68장을 통해 살펴보자.
노자 『도덕경』 68장
[본문]
관리를 잘하는 자는 무력의 위세를 사용하지 않고, 싸움을 잘하는 자는 성내지 않으며, 적을 가장 잘 이기는 자는 적과 마주치지 않고, 사람을 가장 잘 쓰는 자는 그들의 아래에 몸을 둔다. 이것을 다투지 않는 덕이라 하고, 이것을 사람 쓰는 능력이라 하며, 이것을 하늘과 짝할 수 있는 옛날부터 전해온 지극한 이치라 한다.
[해설]
장자의 덕에는 노자의 다투지 않는 덕(不爭之德)이 바탕에 놓여 있다. 노자는 이 덕을 사람 쓰는 능력(用人之力)이라고 했다. 남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 사람 아래에 몸을 둘 때 가능하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하늘과도 짝할 수 있게 된다고 하였다. 하늘과도 짝한다는 말은 하늘과도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가 되기 때문에 누구든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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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임금이 무력의 위세를 사용해서 주변약소국을 제압하고자 하니 마음이 편치않는 이유를 순에게 물었을 때, 순의 대답은 다투지 않는 덕을 행할 수 있을 정도의 덕을 갖춘 분이 다투려고 하니 마음이 편치 않는 것이 아닙니까 라고 대답하고 있다.
〈이어지는 강의 예고〉
▪583회(2024.09.10) : 장자 해설(26회), 이태호(통청원장/철학박사/『노자가 묻는다』 저자) ▪584회(2024.09.24) : 장자 해설(27회), 이태호(통청원장/철학박사/『노자가 묻는다』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