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지만 한국의 주니어 노호영과 김장준 그리고 장가을의 복식 경기가 예정 된 날이라 일찍 올 잉글랜드 클럽으로 향했다. 비는 종일 그치지 않아 야외코트로 배정된 남,녀 주니어와 복식 그리고 혼합복식 경기중 몇 게임을 제외하고는 모두 취소되고 비 멈추기만 기다렸다.
이럴 땐 대형 화면으로 센터코트와 1번 코트 경기를 시청할 수 있는 힐을 찾아야 한다. 그라운드 티켓 30파운드(54000원)를 주고 사서 온 많은 사람들은 비가 와도 결코 관전하는 것을 포기 하지 않는다. 우산을 쓰고 비옷을 입고 아니면 그대로 비를 맞는 낭만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라운드 티켓은 센터코트와 1번 코트 그리고 2번 코트는 관람하지 못하고 그 외의 모든 코트 관람이 가능하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은 오로지 관전할 수 있는 곳은 힐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또 1년 전 인터넷으로 관람 신청을 해서 추첨에 당첨되어 오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관전 날짜를 미룰수도 없는 일, 진종일 비는 부슬부슬 는개비로 내렸다가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장대비까지 골고루 선사했다. 친구나 연인, 가족들끼리 삼삼오오 우산을 쓰고 앉아 있는 모습들이 장관을 이루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에도 운이 좋으면 초저녁에 센터코트로 가는 티켓을 구할 수가 있는 곳이 있다. 18번 코트 위 리세일 판매처. 센터코트 티켓을 가진 사람이 마지막까지 관전하지 못하고 돌아갈 경우 그 티켓을 재판매 하는 것이다. 센터코트 티켓 200파운드짜리 티켓을 15파운드에 사서 남은 경기를 볼 수 있으니 횡재다. 다만 그것 또한 순번을 기다려야 하니 확률이 낮고 리세일 티켓은 환불도 안되고 양도도 안된다.
주니어들의 경기가 다 취소되었으니 모처럼 센터코트로 향했다. 막 다닐 메드베데프와 랭킹1위 야닉 시너의 첫 세트가 끝난 시간이어서 바로 입장 할 수 있었다. 미디어팀은 어디든 프리패스지만 미리 미디어실에서 센터코트용 손목 밴드를 별로도 받아야만 들어 갈 수 있다. 그리고 아무 통로나 이용해서도 안되고 오로지 205번 출입구만 이용해야 한다.
세계적인 미디어팀 중 대포 같은 카메라를 맨 사진 전문가들은 1층 맨 아래에서 셔터를 누르고 글을 담당하는 라이터들은 코트가 시야에 잘 보이는 2층에 자리하고 있다. 크고 작은 노트북을 들고 눈과 손이 동시에 움직이는 기자들 사이에 앉아 오로지 경기만 집중해서 보니 정말 샷 하나하나에 놀라움과 탄성이 절로 나왔다. 센터코트 지붕이 날아가도록 박수와 환호를 치는 그 관중들과 동화되어 36만원을 주고 윔블던 8강 경기를 보러 온 사람들도 돈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준 높은 경기를 싱싱한 날것 그대로의 맛을 보고 느끼는 것은 집에서 TV로 시청하는 것과는 다른 생동감이 그 값어치를 했다.
세트 스코어 2대2까지 가는 동안 두 선수는 진기묘기를 다 보였다. 두 선수가 숏트를 놓고 상대 선수가 달려가면 로빙으로 포인트를 따고 또다시 쇼트를 놓고 스트록으로 빈 구멍에다가 정확하게 집 넣을 때마다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가 절로 흥을 돋구게 했다.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중간에 메디컬의 도움을 받았던 시너는 몸이 불편한 것인지 마지막 세트에서 집중력이 떨어져 결국은 세트 스코어 2대3으로 윔블던 4강을 다닐 메디베데프에게 내주고 말았다. 승패와 상관없이 관람객들의 표정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센터코트에서는 계속 여자 8강 이탈리아의 파올리니 경기가 이어졌지만 윔블던역으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모처럼 이른 시간에 셔틀을 타니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탈 수 있어서 좋았다.
런던 윔블던에서-글 사진 송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