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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나리분지 알봉 둘레길 탐방기
나리분지는 천연의 동시(童詩)다. 아니 하늘빛으로 물던 원시림 비경이다. 나리(羅理)를 한자로 풀면 비단처럼 아름다운 마을을 뜻하지만, 실제 지명은 백합과 식물인 섬말나리에서 따왔다. 19세기 말 울릉도 개척민들이 식량이 부족했던 시기 이곳에 많이 자생하는 섬말나리의 뿌리를 캐어 연명했다. 이로 인해 마을을 ‘나리’라 하고 그 일대 평지를 ‘나리분지’라 불렀다. 숲길 안내 센트를 출발해 투막집 가는 명품 숲길을 걷는다. 분지 안에는 원추꼴 알봉(611m)이 일대 장관을 이룬다. 어떤 곳은 나뭇잎이 하늘을 가려 어둡기도 했으나 목 향의 그늘은 오히려 눈을 더 환하게 하였다. 그간 삶을 지탱해온 욕망의 에너지가 사라지고 마음은 한껏 밀림과 대화를 나눈다. 남으로 성인봉 기슭 원시림이 울창하다. 대한민국 국유림 100대 명품 숲. 산림청 지정 나리 원시림 길, 명품 산책길. 도 그렇지만 제13회 아름다운 숲 전국 대회 공존상 경상북도 울릉군 나리분지 숲길. 안내판도 있다. 숲에는 마가목 섬피나무 우산고로쇠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숨 쉴 때마다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 음이온이 코에 스며 달콤한 시간이 된다. 이어진 숲에 섬백리향(천년기념물 제52호) 울릉국화 등 희귀 멸종위기 식물 자생지가 나타난다. 향기가 백리 간다는 섬백리향 짙은 향기는 바람의 엽서가 아니라, 생각을 흥건하게 하는 사랑의 편지였다. 지척에 투막집이 나온다. 이전 울릉도 개척민이 거주한 집으로 벽체는 너와집과 같이 귀틀로 하고 지붕은 너와 대신 억새로 이었다. 바람과 눈을 막기 위해 처마 아래 외벽을 둘러친 구조다. 국가 지정 민속자료 제256호이다. 투막집 뒤로 우거진 숲의 침묵이 내 안의 감동을 불러낸다. 투막집 앞에 억새 풀밭이 펼쳐져 그냥 환상의 풍경을 그린다. 여기에 정착한 개척민은 어떻게 생활했을까. 분지 땅은 화산재와 암석 틈이 많아 배수가 빨라 논농사는 접어야 하고 주로 밭농사만 이루어진다. 경작은 명이나물(산마늘) 삼나물 부지깽이 미역취 더덕 등 울릉도 특산 산채류와 일부 옥수수 감자를 재배했다. 생산물이 이러니 얼마나 고달프게 살았겠는가. 간들 바람에도 서걱서걱 흔들리는 억새의 춤사위. 저 억새밭 고랑 사이에 황순원의 소나기에 등장하는 소년 소녀가 나타날 것만 같다. 마침 그때 먹장구름까지 밀려와 내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시(詩)의 리듬인 단편 ‘소나기’에 흠뻑 젖어 들었다. ‘소년은 개울가에서 물장난을 하고 있는 소녀를 본다. 윤초시네 증손녀 서울서 온 소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소녀는 물속에서 건져낸 하얀 조약돌을 건너편에 앉아 구경하던 소년을 향하여 ’이 바보‘ 하며 던졌다. 소녀는 갈밭 사잇길로 달아나고 한참 뒤에는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갈꽃 저쪽으로 사라져 갔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비가 그친 뒤 돌아오는 도랑물이 불어서 소년은 소녀를 업고 건넌다. 이때 소녀는 분홍 스웨터에 흙을 묻힌다. 그 후 한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다시 소녀를 만난 소년은 소녀의 옷에 진 얼룩을 보고 부끄러워한다. 갈림길에서 소녀는 대추를 건네주며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소녀가 내일 이사 간다는 날 밤. 소년은 잠자리에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윤초시댁두 말이 아니어, 그 많던 전답을 다 팔아버리구 대대로 살아오던 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더니. 또 악상까지 당하는 걸 보면. 그런데 참 이번 기집애는 여간 잔망스럽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어? 자기가 죽거든 자기가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구” 한줄기 소나기처럼 너무나 짧았던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 애틋한 소녀의 죽음과 분홍 스웨터에 남은 흙 얼룩, 그 애절한 슬픔. 나는 이 장면을 떠올리고 눈시울이 붉어지며 흑흑 속울음으로 울어야 했다. 눈앞에 흔들리는 억새밭은 내 안에 잠자던 순결을 깨우고, 정말 좀처럼 닿을 수 없었던 가물가물한 감성까지 물결치게 했다. 그나저나 새소리 들리는 숲길이다. 나는 저 새들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갈 수 없다. 새야 날아라 지저귀라. 저 숲의 새들은 나의 숨겨둔 꿈이었으니.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알봉 전망대에 도착한다. 알봉분지 나리분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다. 바다와 절벽만 떠 올렸던 울릉도에 이런 풍광이 있다니. 나리분지는 성인봉 북쪽 칼데라, 즉 칼데라는 마그마 분출 후 지하가 비어 불안정해진 화산체의 정상부가 함몰하여 형성된 화구원으로 울릉도 단 하나 평지이다. 동서 약 1.5km 남북 약 2km 면적 약 60여만 평이다. 그 후 화구원 안에 있던 알봉(538m) 분출로 두 개 화구원으로 분리, 북동쪽은 나리마을 남서쪽은 현재 인적이 끊긴 알봉마을이 있다. 그러구러 깃대봉에 올라간다. 해발 579m 깃대봉 정상 전망대에 도착한다. 깃대봉 정상에서 사방으로 뻥 터진 파노라마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서쪽은 바람을 기다리는 곶으로 울릉도 최고 비경인 대풍감 해안절벽부터 북면으로 이어지는 기암괴석 해안선이 절경을 이루고 코끼리 바위, 송곳처럼 뾰족한 송곳봉, 추산 몽돌해변, 동쪽 끝의 천부리 항과 무인도이자 깍새가 많아 깍새섬으로 부르는 관음도의 원시림까지 아련하게 보였다. 더 멀리에는 푸르고 망망한 바다 풍경이 무한하게 펼쳐진다. 눈을 더 돌리면 산 중턱에 자리한 아름다운 평지 나리분지 그 뒤로 알봉이 옹긋쫑긋 볼가져 있었다. 그리고 분지는 외륜산으로 둘렀는데 남쪽 성인봉(984m)은 울릉도 최고봉이다. 그리고 말잔등 천두산 송곳산 초봉 탄깃봉이 병풍처럼 감싸 안아 그 아름다운 풍경에 풍덩 빠져 정신을 잃어버릴 지경이다. 오 맙소사.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다니. 요즘은 최고 높은 성인봉보다 인기가 나래 치는 깃대봉을 여행객이 더 찾는다고 한다. 내려오는 길은 성지순례 같았다. 알봉 둘레길을 걸으면서 보았던 식물 이름을 하나씩 불러본다. 꽃무릇, 마블링, 박쥐나물, 말 오줌 나무, 섬기린초, 삼나물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나를 지탱해온 소유 욕망이 하나씩 무너졌다. 더 많이 멀리 높이 가지고자 했던 어림생각이 말갛게 사라졌다. 이 메 숲길을 걸으면서 소나기 소녀의 순결을 곱씹고, 명소마다 감성의 불땀이 너울너울 피었다. 그럭저럭 추산 용출소에 도착했다. 화산이 함몰되어 칼데라 호수가 형성된 이후 물 빠짐이 좋은 뜬 돌들이 호수 내에 퇴적되어 이 넓은 들이 지하수 저장고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땅 아래로 스며든 지하수가 흐름이 좋은 뜬 돌 퇴적층 따라 이동하다가 분지 외각에서 단단한 암벽인 조면암을 만나게 되면서 지표로 솟아올라 용출소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용출소는 지하수가 저절로 땅 표면으로 솟는 샘을 일컫는다. 솟는 물량이 하루 2만 톤에 이른다. 그 신비한 풍경의 용출소는 자연의 위대함을 한 번 더 느끼게 하였다. 뚜벅뚜벅 걸어 나리마을에 도착 식당을 찾아 들어간다. 쌈박한 주인은 배시시 웃음을 건네고 우선 맛보라며 ‘감자 삼 골찌기’를 내어온다. ‘감자 삼 골찌기’는 삼베옷 만들던 옛 마을 나리 당시 주민들이 큰 통이 없어 땅을 파고 장작불로 돌을 달군 뒤 물을 부어 수증기를 만들고 삼을 익혔다. 아이들은 그걸 배워 감자와 옥수수를 쪄 먹었다. 오늘은 그 찌는 방법이 조금 달랐지만. 가만히 뇌어본다. 원시림, 산새, 바람, 억새, 깃대봉, 용출소 순박했던 둘레길. 그 이름을 부르면 그 이름은 이미 이름이 아니고, 맑은 영혼이었기에. (끝)
글 김 찬일 시인 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 윤문관 울릉 서면 남서리 이장님. daum, naver 블로그 이미지.
울릉도 나리분지 알봉 둘레길 탐방기
나리분지는 천연의 동시(童詩)다. 아니 하늘빛으로 물던 원시림 비경이다. 나리(羅理)를 한자로 풀면 비단처럼 아름다운 마을을 뜻하지만, 실제 지명은 백합과 식물인 섬말나리에서 따왔다. 19세기 말 울릉도 개척민들이 식량이 부족했던 시기 이곳에 많이 자생하는 섬말나리의 뿌리를 캐어 연명했다. 이로 인해 마을을 ‘나리’라 하고 그 일대 평지를 ‘나리분지’라 불렀다. 숲길 안내 센트를 출발해 신령수 가는 명품 숲길을 걷는다. 분지 안에는 원추꼴 알봉(611m)이 일대 장관을 이룬다. 어떤 곳은 나뭇잎이 하늘을 가려 어둡기도 했으나 목 향의 그늘은 오히려 눈을 더 환하게 하였다. 그간 삶을 지탱해온 욕망의 에너지가 사라지고 마음은 한껏 밀림과 대화를 나눈다. 남으로 성인봉 기슭 원시림이 울창하다. 대한민국 국유림 100대 명품 숲. 산림청 지정 나리 원시림 길, 명품 산책길. 도 그렇지만 제13회 아름다운 숲 전국 대회 공존상 경상북도 울릉군 나리분지 숲길. 안내판도 있다. 숲에는 마가목 섬피나무 우산고로쇠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숨 쉴 때마다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 음이온이 코에 스며 달콤한 시간이 된다. 이어진 숲에 섬백리향(천년기념물 제52호) 울릉국화 등 희귀 멸종위기 식물 자생지가 나타난다. 향기가 백리 간다는 섬백리향 짙은 향기는 바람의 엽서가 아니라, 생각을 흥건하게 하는 사랑의 편지였다. 지척에 투막집이 나온다. 이전 울릉도 개척민이 거주한 집으로 벽체는 너와집과 같이 귀틀로 하고 지붕은 너와 대신 억새로 이었다. 바람과 눈을 막기 위해 처마 아래 외벽을 둘러친 구조다. 국가 지정 민속자료 제256호이다. 투막집 뒤로 우거진 숲의 침묵이 내 안의 감동을 불러낸다. 투막집 앞에 억새 풀밭이 펼쳐져 그냥 환상의 풍경을 그린다. 여기에 정착한 개척민은 어떻게 생활했을까. 분지 땅은 화산재와 암석 틈이 많아 배수가 빨라 논농사는 접어야 하고 주로 밭농사만 이루어진다. 경작은 명이나물(산마늘) 삼나물 부지깽이 미역취 더덕 등 울릉도 특산 산채류와 일부 옥수수 감자를 재배했다. 생산물이 이러니 얼마나 고달프게 살았겠는가. 간들 바람에도 서걱서걱 흔들리는 억새의 춤사위. 저 억새밭 고랑 사이에 황순원의 소나기에 등장하는 소년 소녀가 나타날 것만 같다. 마침 그때 먹장구름까지 밀려와 내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시(詩)의 리듬인 단편 ‘소나기’에 흠뻑 젖어 들었다. ‘소년은 개울가에서 물장난을 하고 있는 소녀를 본다. 윤초시네 증손녀 서울서 온 소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소녀는 물속에서 건져낸 하얀 조약돌을 건너편에 앉아 구경하던 소년을 향하여 ’이 바보‘ 하며 던졌다. 소녀는 갈밭 사잇길로 달아나고 한참 뒤에는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갈꽃 저쪽으로 사라져 갔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비가 그친 뒤 돌아오는 도랑물이 불어서 소년은 소녀를 업고 건넌다. 이때 소녀는 분홍 스웨터에 흙을 묻힌다. 그 후 한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다시 소녀를 만난 소년은 소녀의 옷에 진 얼룩을 보고 부끄러워한다. 갈림길에서 소녀는 대추를 건네주며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소녀가 내일 이사 간다는 날 밤. 소년은 잠자리에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윤초시댁두 말이 아니어, 그 많던 전답을 다 팔아버리구 대대로 살아오던 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더니. 또 악상까지 당하는 걸 보면. 그런데 참 이번 기집애는 여간 잔망스럽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어? 자기가 죽거든 자기가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구” 한줄기 소나기처럼 너무나 짧았던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 애틋한 소녀의 죽음과 분홍 스웨터에 남은 흙 얼룩, 그 애절한 슬픔. 나는 이 장면을 떠올리고 눈시울이 붉어지며 흑흑 속울음으로 울어야 했다. 눈앞에 흔들리는 억새밭은 내 안에 잠자던 순결을 깨우고, 정말 좀처럼 닿을 수 없었던 가물가물한 감성까지 물결치게 했다. 그나저나 새소리 들리는 숲길이다. 나는 저 새들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갈 수 없다. 새야 날아라 지저귀라. 저 숲의 새들은 나의 숨겨둔 꿈이었으니.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알봉 전망대에 도착한다. 알봉분지 나리분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다. 바다와 절벽만 떠 올렸던 울릉도에 이런 풍광이 있다니. 나리분지는 성인봉 북쪽 칼데라, 즉 칼데라는 마그마 분출 후 지하가 비어 불안정해진 화산체의 정상부가 함몰하여 형성된 화구원으로 울릉도 단 하나 평지이다. 동서 약 1.5km 남북 약 2km 면적 약 60여만 평이다. 그 후 화구원 안에 있던 알봉(538m) 분출로 두 개 화구원으로 분리, 북동쪽은 나리마을 남서쪽은 현재 인적이 끊긴 알봉마을이 있다. 그러구러 깃대봉에 올라간다. 해발 579m 깃대봉 정상 전망대에 도착한다. 깃대봉 정상에서 사방으로 뻥 터진 파노라마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서쪽은 바람을 기다리는 곶으로 울릉도 최고 비경인 대풍감 해안절벽부터 북면으로 이어지는 기암괴석 해안선이 절경을 이루고 코끼리 바위, 송곳처럼 뾰족한 송곳봉, 추산 몽돌해변, 동쪽 끝의 천부리 항과 무인도이자 깍새가 많아 깍새섬으로 부르는 관음도의 원시림까지 훤히 보였다. 더 멀리에는 푸르고 망망한 바다 풍경이 무한하게 펼쳐진다. 눈을 더 돌리면 산 중턱에 자리한 아름다운 평지 나리분지 그 뒤로 알봉까지 뚜렷하게 보였다. 그리고 분지는 외륜산으로 둘렀는데 남쪽 성인봉(984m)은 울릉도 최고봉이다. 그리고 말잔등 천두산 송곳산 초봉 탄깃봉이 병풍처럼 감싸 안아 그 아름다운 풍경에 풍덩 빠져 정신을 잃어버릴 지경이다. 오 맙소사.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다니. 요즘은 최고 높은 성인봉보다 인기가 나래 치는 깃대봉을 여행객이 더 찾는다고 한다. 내려오는 길은 성지순례 같았다. 알봉 둘레길을 걸으면서 보았던 식물 이름을 하나씩 불러본다. 꽃무릇, 마블링, 박쥐나물, 말 오줌 나무, 섬기린초, 삼나물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나를 지탱해온 소유 욕망이 하나씩 무너졌다. 더 많이 멀리 높이 가지고자 했던 어림생각이 말갛게 사라졌다. 이 메 숲길을 걸으면서 소나기 소녀의 순결을 곱씹고, 명소마다 감성의 불땀이 너울너울 피었다. 그럭저럭 추산 용출소에 도착했다. 화산이 함몰되어 칼데라 호수가 형성된 이후 물 빠짐이 좋은 뜬 돌들이 호수 내에 퇴적되어 이 넓은 들이 지하수 저장고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땅 아래로 스며든 지하수가 흐름이 좋은 뜬 돌 퇴적층 따라 이동하다가 분지 외각에서 단단한 암벽인 조면암을 만나게 되면서 지표로 솟아올라 용출소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용출소는 지하수가 저절로 땅 표면으로 솟는 샘을 일컫는다. 솟는 물량이 하루 2만 톤에 이른다. 그 신비한 풍경의 용출소는 자연의 위대함을 한 번 더 느끼게 하였다. 뚜벅뚜벅 걸어 나리마을에 도착 식당을 찾아 들어간다. 쌈박한 주인은 배시시 웃음을 건네고 우선 맛보라며 ‘감자 삼 골찌기’를 내어온다. ‘감자 삼 골찌기’는 삼베옷 만들던 옛 마을 나리 당시 주민들이 큰 통이 없어 땅을 파고 장작불로 돌을 달군 뒤 물을 부어 수증기를 만들고 삼을 익혔다. 아이들은 그걸 배워 감자와 옥수수를 쪄 먹었다. 오늘은 그 찌는 방법이 조금 달랐지만. 가만히 뇌어본다. 원시림, 산새, 바람, 억새, 깃대봉, 용출소 순박했던 둘레길. 그 이름을 부르면 그 이름은 이름이 아니고, 맑은 영혼이었기에. (끝)
글 김 찬일 시인 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 윤문관 울릉 서면 남서리 이장님. daum, naver 블로그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