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 家長
박재삼
막내가 장난감 권총을 쏘면
몇 번이나 넘어지는 시늉을 해야 하고
학교 것들 둘에게는
아빠가 돈을 많이많이 벌 거야
하는 거짓말을 예사로 해야 하고!
철없는 것들보다
더 철없는 짓을 하고
그리고는 술을 마시는 詩人 家長
이런 家長이
우리나라의 그럴 수 없이 좋은
햇빛과 바람에
더러는 눈물도 흘리고
더러는 부끄러워도 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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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삼 지음 『 박재삼 시집 』, 《범우문고 》에서
정직한 삶은 언제나 빛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가끔은 아무 것도 정직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때가 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일 만큼은 정직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정직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다. 박재삼 시인의 「 시인 가장 」을 읽을 때 마다 시를 쓰던 그림을 그리던 노래를 하던 아버지라는 모습은 비슷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장난감 권총을 소면 몇 번이나 총알도 없는 총소리에 맞아 넘어지는 시늉을 했다는 시인의 마음. 그리고 학교 다니는 아이들 앞에서는 돈 많이 벌겠다는 약속...이러한 부단한 삶의 한 모퉁이에서 돈이 되지 않은 시를 썼던 시인의 마음이 쓸쓸하게 한다. 햇빛과 바람을 더 사랑하고 더 정직하게 살았던 시인께서 이 나라 모든 이의 마음을 울렁이게 했던 시 보다도 아이들 마음의 눈에 현실을 외면하지 못했던 순간이 어떠했는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