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초등생 아동학대 사망사건]10살 조카 폭행·물고문…경찰 '살인죄 적용' 검토

[명유진]

용인 처인구 이모 집 화장실에서 숨진 10살 여자아이(2월 8일자 경인일보 단독보도=[단독]용인 처인구 아파트서 10세 여아 숨진채 발견…경찰 "수사 중")에게 이모 부부가 약 사흘간 '물고문' 등 신체적 학대를 가한 것으로 드러나자 살인의 고의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경찰은 살인죄 적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 당일 A양의 이모 B씨와 이모부 C씨가 욕조에 A양의 머리를 넣었다 뺐다 반복하는 소위 '물고문' 행위를 했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B씨 부부는 현장에서 "몇 대 가볍게 때렸다"고 일부 범행을 시인했다가 경찰 조사에서 사흘 전부터 말을 잘 듣지 않고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등 버릇을 고치지 못해 플라스틱 파리채 등으로 폭행하고 욕조에 머리를 수 차례 넣는 행위를 했다는 진술을 했다.

법조계는 물이 담긴 욕조에 머리를 강제로 넣는 행위의 경우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미필적 고의는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로 인해 일정한 범죄의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인식했는지 여부를 의미한다.

수원의 한 변호사는 "뺨을 때려놓고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 부인한다면 당연히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수일 전부터 폭행하고 사망 당일 숨을 쉴 수 없도록 욕조에 머리를 집어넣었다면 미필적 고의로 목숨을 해할 목적을 가지고 학대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아무리 화가 나도 물고문이라는 극악한 행동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다각적으로 범행의 고의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며 "폭력성은 갑자기 발현되는 성질이 아니라 다른 자녀들에 대한 학대 정황 조사도 면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정인이 사건'으로 불리는 서울 양천구 영아 학대 살인 사건에서 검찰은 아동학대처벌법으로 공소를 제기한 뒤 주위적으로 살인, 예비적으로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이를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용인동부경찰서는 9일 오후 늦게 피의자들의 진술과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이모 B씨와 이모부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양은 지난 8일 낮 12시35분께 고림동 이모 B씨의 자택 화장실 바닥에서 옷을 입은 상태로 발견됐다. B씨 부부는 A양에 대해 심폐소생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는 A양 사망 원인에 대한 1차 소견으로 속발성 쇼크사를 꼽았다. 속발성 쇼크는 외상에 의해 출혈이 다량 발생하면서 순환혈액량이 감소해 쇼크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익사의 경우 보통 선홍색 시반이 발견되는데, A양의 시신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학대 행위가 우발적이었는지, 지속적이었는지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며 "살인죄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http://m.kyeongin.com/view.php?key=2021020901000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