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서(情緖)가 녹아있는 아리랑
우리나라 민요(民謠)를 꼽아보면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 우리 민족의 정서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민요를 꼽으라면 누구든 단연 ‘아리랑’을 꼽을 것이다.
유네스코(UNESCO)의 조사에 의하면 전승 아리랑은 약 60종으로, 총 3,600여 곡으로 추정한단다.
아리랑은 가장 토속적(土俗的)인 정서가 녹아있는 우리 민요로, 우리 민족의 정서라 할 수 있는 슬픔과 원한의 소리인 애원성(哀怨聲)과 탄성(嘆聲) 등이 절절히 녹아있는 민요이다. 아리랑의 어원(語源)이나 의미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는데 아직 딱히 정설(正說)로 확정된 건 없지만 대표적 설들은 다음과 같다.
아리랑은 ‘알(卵)이랑’이라는 말로 ‘알(卵)과 함께’라는 뜻이고,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는 말은 알처럼 고운 님과 함께 고개를 넘어간다는 뜻이다. 사람 중에 가장 중요한 알짜는 처녀와 총각이라 하여 그들을 알(卵)이나 구슬(玉)이라 불렀는데, 알이 알이랑(아리 아리랑) 구슬이 구슬이랑(쓰리 쓰리랑) 어울려 놀다 보면 남녀 한 쌍의 알알이가 되고(아라리가 났네) 알알이는 보는 눈이 많으니 마을에서는 애틋한 사랑을 나누기 어려워서, 알(卵)이랑 구슬(玉)이 손잡고 고개를 넘어(아리랑 고개를 넘어), 마을을 벗어나 오붓한 시간을 갖는다는 노래가 아리랑이다. 또,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난다.’는 순수한 노랫말에서 연유한다는 설도 있다.
또 다른 이야기로, 밀양(密陽) 영남루(嶺南樓)에서의 아랑(阿郎)의 죽음을 두고 아랑의 이름에서 연유하였다는 설, 신라 박혁거세의 부인 알영부인(閼英夫人)을 찬미하는 노래인 ‘알영성(閼英聲)’에서 나왔다는 설 등도 있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모두 부질없는 잡설(雜說)들이고 순수한 우리 조상의 한(恨)을 표현한 노랫말의 용어(用語)로 인식된다.
노랫말에 보면 아리랑은 노래의 앞소리로, 또는 노래의 뒷소리 혹은, 받음 소리로 쓰이고 있고 앞사람의 노랫말이 끝난 뒤 그 뒤를 이어받는 넘김 소리로도 쓰이고 있다.
아리랑의 시 형식은 기본적으로 2행시로 노동요(勞動謠)로 분류하지만 강원도 아리랑이나 정선아리랑은 노동요(勞動謠)라기보다는 우리 민족의 원초적인 정서(情緖)와 다양한 역사성을 포함한 노래로 인식된다.
우리나라에서 불리던 아리랑을 보면 수십 가지가 되는데, 기본적으로 3대 아리랑이라 하여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을 꼽는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아리랑을 꼽는다면 단연 ‘정선아리랑’인데 아리랑 중에서 유일하게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경기 아리랑은 엄밀히 따지면 퓨전(Fusion) 창작국악 곡이지 민요는 아니다.
1. 정선아리랑(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
정선아리랑은 강원도 정선(旌善), 영월(寧越), 평창(平昌)지방을 중심으로 불리던 아리랑인데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아리랑으로 꼽히며 강한 지역성(地域性)과 전통성(傳統性)을 간직하고 있다.
장단은 9/8박자의 중모리장단이고 메나리 토리이며 5음계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 ‘메나리’라는 말은 강원도와 경상도 지방에서 김매기 할 때 부르던 노래를 말하는데,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부르는 창법(唱法)을 메나리 조 혹은 메나리 토리라고 한다. 즉 ‘메나리’ 노래와 같은 음악어법(音樂語法)으로 된 민요를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정선아리랑은 밀양아리랑이나 진도아리랑에 비하여 상당히 느린 장단(중모리장단)으로, 민족의 애환이 녹아있는, 서글픔이 배어있는 가락이다.
고려 말엽 이성계(李成桂)가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우자 이를 반대한 고려 유신(遺臣) 72명이 송도(松都:개성) 두문동(杜門洞)에 숨어 지내다가 그중 정선전씨(旌善全氏)인 전오륜(全五倫)을 비롯한 7명이 강원도 정선(旌善 南面 瑞雲山 居七賢洞)으로 은거지(隱居地)를 옮기고, 고려왕조에 대한 충절을 맹세하며 여생을 산나물을 뜯어먹고 살았다. 이들은 당시 고려왕조에 대한 흠모(欽慕)와 두고 온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외롭고 고달픈 심정 등을 한시로 지어 읊었는데, 뒤에 사람들은 이를 풀이하여 부른 것이 「정선아리랑」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이로 본다면, 「정선아리랑」은 아리랑 중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정선아리랑은 시대의 변천을 따라 노랫말들이 수도 없이 만들어졌는데 현재까지 약 3,000가지의 노랫말이 전하며 책으로 엮어내어도 몇 권이라고 한다.
강원도 아리랑은 정선아리랑에 비하면 느낌이 사뭇 다른 자진 아라리이다. 이 아리랑은 8분의 10박자로 엇모리장단에 맞으며 네 장단을 메기면 네 장단에 “아리아리 스리스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하고 뒷소리를 받는 형식이다. 아리랑고개는 실제의 고개가 아니라 상상 속의 고개이다.
<메나리 토리>
메나리 토리는 우리나라 고유 창법으로 주로 강원도지방에서 부르던 노래의 창법을 말하는데 ‘태(汰)-중(仲)-임(林)-무(無)-황(黃)’의 오음(五音)으로 계면조(界面調)와 유사하고 서양음악의 단음계와 유사한데 음계(音階)로 말하면 ‘미-솔-라-도-레’의 5음 음계와 유사하며, 그중에서도 주요 음정은 ‘미-라-도’이다.
각 음들의 특징은 ‘미(汰)’에서 작게 떨고(搖), ‘레(黃)’에서 ‘도(無)’로 흘러내리며(退), 대부분 ‘미’와 ‘라’로 노래가 끝난다. ‘미(태/汰)’의 떨리는 음을 ‘요성(搖聲)’이라 하고 흘러내리는 음을 ‘퇴성(退聲)’이라 하며, 가운데 음 ‘라(임/林)’는 곧게 뻗는 성질이 있어 ‘평성(平聲)’이라고 한다.
<정선아리랑 가사>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가 질라나 /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몰려온다.
◯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 싸리골 올 동백이 다 떨어진다.
◯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죽이 임의 맛만 같다면 / 올 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나네.
♣아우라지-정선군 여량(餘糧)의 송천(松川)과 골지천(骨只川)이 합류하는 곳
♣올 동백-올해의 동백(冬柏), 동백의 씨로 기름을 짜면 동백기름이다. ♣한치-고개이름
♣곤드레 딱죽-곤드레와 딱죽이는 산나물 이름(이 산나물을 넣고 밥을 지어 먹는다)
<엮음 아리랑>
우리 집에 서방님은 잘났던지 못났던지 얽어매고 찍어매고
장치다리 곰배팔이 노가지 나무 지게 위에 엽전 석냥 걸머지고
강릉 삼척에 소금 사러 가셨는데 백복령 구비구비 부디 잘 다녀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