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일으킨 사람들과의 관계를 푸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무고하게 나를 모함하거나 적대한 사람들도 있고, 내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한 것을 이용하여 자기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내가 겪던 어려움들과 위기가 지나간 후에는 이렇게 문제를 일으켰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하는데, 마음에 응어리가 남아 쉽게 풀어가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압살롬의 반역이 실패하고 다윗이 다시 왕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고, 다윗은 예루살렘의 궁으로 돌아가는데, 다윗이 압살롬에게 쫓겨 피신할 때 다윗에게 돌을 던지며 저주했던(사무엘하 16장 참조) 시므이가 다윗을 찾아옵니다. 16절부터 23절의 내용에서는 시므이가 환궁(還宮) 길에 나선 다윗에게 찾아와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며 용서해달라고 읍소(泣訴)하는 장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윗이 다시 왕의 권력을 차지하게 되었으니 자기가 다윗에게 돌을 던지며 저주했던 행위에 대해 처벌받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다윗에게 찾아와 용서를 구한 것입니다. 다윗의 군대 장관 중 한 명인 아비새는 하나님께서 기름 부으신 자를 저주하는 죄를 저지른 시므이는 마땅히 죽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21절), 다윗은 이러한 아비새에게 다시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돌아가는 날이니 이스라엘 사람을 죽이는 일은 하지 않겠다면서(22절) 시므이를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23절). 22절에 아비새에게 “내가 너희와 무슨 상관이 있기에 너희가 오늘 나의 원수가 되느냐?”라는 말은 “이 일은 내 일이니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표현입니다. 다윗이 시므이를 용서하긴 했지만, 시므이는 다윗의 마음 속에 늘 못마땅한 존재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열왕기상 2:8, 9에 보면 시므이를 처단하라는 유언을 남긴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시므이를 죽이지 않겠다고 맹세했기에 자기 손으로는 처단하지 않았지만, 다윗의 뒤를 이어 왕이 될 솔로몬에게는 시므이를 처단해야 한다고 유언하고 있습니다. 아마 시므이를 즉시 처단하지 않은 이유는 베냐민 지파에 속한 시므이를 처단하는 것이 괜히 베냐민 지파의 심기를 건드려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으려는 다윗의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24절부터 30절은 사울의 손자이며, 요나단의 아들이 므비보셋이 다윗에게 와서 오해를 푸는 사건이 등장합니다. 다윗은 다윗이 압살롬의 반역으로 피신할 때 므비보셋의 종 시바가 므비보셋이 다시 왕권을 되찾으려고 한다고 거짓말했던 것(사무엘하 16:3)을 기억하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윗은 므비보셋에게 진위(眞僞)를 확인합니다(25절). 므비보셋은 다윗이 피신할 때에 그 아픔에 동참하여 몸단장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24절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므비보셋은 시바의 술수(術數)에 의해 다윗에게 올 수 없었음을 설명합니다. 그러나 므비보셋은 그러한 정황에도 다윗이 어떤 처분을 내리더라도 달게 받겠다고 고백합니다.
이때 다윗은 석연치 않은 판결을 내립니다. 므비보셋의 재산을 모두 시바에게 주었던 것을(사무엘하 16:4) 므비보셋에게 모두 되돌려주어야 마땅한 일인데, 그 재산을 시바와 나누라고 합니다(29절). 이에 대해 므비보셋은 다윗 왕이 무사히 돌아오게 되었으니 그 재산은 모두 시바가 차지하도록 내버려 두라고 말합니다(30절). 므비보셋은 진정으로 다윗을 위할 뿐, 다른 것은 모두 필요 없다는 표현을 한 것입니다. 그만큼 므비보셋은 자기의 진심을 알아주길 원할 뿐이었습니다. 다윗이 시바의 거짓말에 대해 추궁하지 않고 처단하지 않은 이유도 이스라엘이 다시 화합하도록 하기 위해 시바의 잘못을 따지는 것은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 본문을 읽으면서, 지도자가 어떤 일에 대해 처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사실은 교회공동체 안에서도 이런 일들이 종종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분명히 옳고 그름이 있음에도 공동체가 더 이상 갈등 속에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육지계(苦肉之計)를 써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목회자의 마음은 참 많이 힘듭니다. 그래서 시므이를 죽이지 않고 끝까지 두었다가 솔로몬에게 시므이를 처단해달라고 부탁하는 다윗의 마음도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므비보셋이 왕권 회복을 꾀한다는 시바의 거짓말에 대해서도 그 진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우유부단한 결정을 내리는 다윗의 마음도 이해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31절부터 39절은 사무엘하 17:27~29에서 다윗과 다윗의 무리에게 먹을 것과 생필품을 가져다 주어 다윗을 도왔던 바르실래를 다시 만난 장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르실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다윗을 사심(私心)없이 도왔던 사람입니다. 다윗이 환궁하게 되었음을 알게 된 바르실래는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다윗을 다시 찾아와 다윗이 요단강을 건너는 일을 도와줍니다(31절). 다윗은 바르실래가 자기에게 베푼 은덕을 감사하면서 함께 예루살렘으로 가자고 권유합니다. 80세의 나이로 늙은 바르실래가 왕 옆에서 공대(恭待)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자 바르실래는 정중하게 사양하며, 대신 김함을 데리고 가서 그를 잘 돌봐달라고 부탁합니다(37절). 김함이 누구인지는 성경에 명확하게 기록되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성경학자들은 김함이 바르실래의 아들일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열왕기상 2:7에 다윗이 솔로몬에게 유언하면서 압살롬의 낯을 피하여 도망할 때에 다윗에게 온 바르실래의 아들들에게 은총을 베풀라고 부탁한 것을 보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다윗은 압살롬의 반역으로 인해 피신하면서 만났던 자들을, 예루살렘으로 환궁하면서 다시 만나면서 자기와의 관계에서 있었던 일들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꽤 못마땅한 결과로 인해 찜찜한 부분이 느껴지는 내용들입니다. 하나님만을 온전히 의지한 채 잘잘못을 분명히 가리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바른 일을 행하는 것이라면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다윗 왕이기에 어떻게 해서라도 하나님께서 해결해주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면서도, 그럴 경우엔 다윗의 치정(治政)이 너무 어렵고 힘들 수도 있었겠다는 마음도 듭니다. 압살롬을 피해 도망했던 과정에서 다윗의 마음을 토로(吐露)한 시편들도 여러 편 있지만, 사무엘하의 기록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하나님께 그 해법(解法)을 묻는 과정이 기록되지 않았다는 것이 좀 아쉽습니다.
문제 앞에서는 하나님 앞에 서는 것이 정말 필요합니다. 먼저 하나님께 묻고,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해법(解法)으로 풀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도 목회하면서 이러저러한 일들을 많이 겪었었습니다. 앞으로 목회자로서 제 앞에 닥칠 수도 있는 여러 상황에서 하나님의 지혜가 제게 온전히 임하길 기도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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