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압류와 시효중단]
가압류를 해두면 가압류한 때로부터 시효가 중단된다고 알고 있지만 이러한 가압류의 시효중단 효력이 언제까지 지속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최근에 처리한 사건을 소개하기로 한다.
<사례>
한 의뢰인의 아버지는 약 18년 전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돈을 갚지 못한 채 최근에 사망했는데 약 12년 전에 이 채권 문제로 가압류를 당해 지금까지 이 상태가 유지되어 오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가압류된 이 땅이 수용되면서 상당한 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되자, 가압류 등기를 말소하기 위해 법률자문을 의뢰받게 된 것이었다.
당시 의뢰인은 10년 이상되면 채권이 소멸한다는 막연한 생각에 사건해결을 쉽게 바라보고 있었지만, 법리적으로는 간단치 않다. 이 사안은 12년 전에 이루어진 가압류로 인해 일단 대여금채권의 소멸시효는 중단되었지만, 가압류한 때로부터도 다시 10년 이상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점에서, 가압류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쟁점이 되었다.
즉 가압류로 인해 중단된 시효가 가압류된 이후로 다시 진행하여 가압류된 시점으로부터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채권이 소멸되는 것인지, 아니면 가압류가 지속되는 한 계속 시효중단의 효력도 유지되는 것인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이 점에 관해 대법원은 “--민법 제168조에서 가압류를 시효중단사유로 정하고 있는 것은 가압류에 의하여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였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인 바, 가압류에 의한 집행보전의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은 가압류채권자에 의한 권리행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가압류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가압류의 집행보전의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은 계속된다”고 하여( 대법원 2006.7.4. 선고 2006다32781 판결), 후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결국 가압류가 그대로 존속되고 있는 한 채권은 소멸하지 않고 그대로 유효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채무자가 가압류를 해결하고 채무에서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提訴(제소)기간 도과를 이유로 한 가압류취소”절차인데, 가압류한 이후 10년 내에 가압류의 근거가 된 본안소송( 이 사건에서는 대여금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가압류가 취소될 수 있다< 구 민사소송법 706조(현행 민사집행법 288조)>. 더구나, 민법 175조에는 “압류, 가압류 및 가처분은 권리자의 청구에 의하여 또는 법률의 규정에 따르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취소된 때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가압류가 취소될 경우 지금까지 유지되어왔던 시효중단의 효력은 소급적으로 상실되어버릴 수 있고, 그 결과 12년 전에 발생하여 지금까지 유지되어왔던 시효중단효력이 소급적으로 소멸하게 됨으로서 시효가 완성되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채권자로서도 이에 대항할 비장의 카드는 있다. 위와 같은 가압류취소소송이 제기되면 법원으로서는 채권, 채무자 모두를 소환해서 심문하는 과정을 밟아 사실확인을 한 다음에 판단을 하게 되는데, 10년 내에 본안소송 제기가 없었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라는 점에서 결국 가압류가 취소되는 판단은 면할 수가 없겠지만, 채권자로서는 가압류가 취소되는 결정을 받기에 앞서 재판 도중에 다시 가압류를 신청하는 등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조치를 신속하게 해 두면 채권이 소멸되지 않을 수 있다. 가압류가 취소되어 시효가 완성되기 이전에 다시 시효를 연장하는 것이다(가압류취소로 시효중단의 효과가 소급적으로 무효된다는 점에서, 다른 시효중단조치를 하더라도 이는 결국 시효완성 이후의 조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채권이 소멸한다는 이견이 있을 수는 있음).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가압류취소소송이 가장 유력한 방법일 수 있었다. 결국, 이렇게 제기된 가압류취소사건에서 가압류를 말소할 수 있었고, 채권자의 법적인 무지 덕분(?)에 가압류취소 이전에 다른 시효중단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채무자인 의뢰인으로서는 당면한 가압류해결은 물론 채무관계에서도 근본적으로 해방될 수 있었다.
최근 법개정으로, 제소기간도과를 이유로 한 가압류취소기간이 예전의 10년에서 5년으로, 다시 3년으로 짧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록 가압류가 되어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장기간 채권행사를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과 함께 법적인 자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참고 조문>
1. 민사집행법 제288조 (사정변경 등에 따른 가압류취소)
① 채무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압류가 인가된 뒤에도 그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제3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해 관계인도 신청할 수 있다.
1. 가압류이유가 소멸되거나 그 밖에 사정이 바뀐 때
2. 법원이 정한 담보를 제공한 때
3. 가압류가 집행된 뒤에 3년간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때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청에 대한 재판은 가압류를 명한 법원이 한다. 다만, 본안이 이미 계속된 때에는 본안법원이 한다.
③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청에 대한 재판에는 제286조제1항 내지 제4항·제6항 및 제7항을 준용한다
2. 구 민사소송법 제706조(사정변경에 의한 가압류 취소)
① 채무자는 가압류이유의 소멸 기타 사정변경이 있거나 법원이 정한 담보를 제공한 때에는 가압류인가 후에도 그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②가압류집행후 10년간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무자 또는 이해관계인은 그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개정 1990· 1· 13>
③ 제1항과 제2항의 신청에 대하여는 종국판결로 재판한다.<개정 1990· 1· 13>
④ 제3항의 재판은 가압류를 명한 법원이 한다. 제1항의 경우에 본안이 이미 계속한 때에는 본안법원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