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을 싸던 날
남은 건 냄비 하나였다
설거지통 바닥을 긁어
쌀뜨물에 김치를 띄웠다
창문은 닫히지 않았고
수도는 세던 밤,
나는 보증금을 올려줄 수 없다는 말에
손톱처럼 떨렸다
낡은 가스레인지가
마지막으로 불을 붙였다
불꽃 하나의 온기를
이 집 전체로 데워야 했다
식지 않은 밥솥 옆에
전입신고를 옮기지 못한 체온이 놓였고
내가 가진 유일한 주소는
김치 국물의 온도였다
집은 지붕이 아니라
나를 받아줄 한 평의 온기라는 걸
그날 처음 배웠다
✍️
설탕물이 묻은 인사
― 정연희 독자적 자작시
닳은 구둣굽 소리가
골목의 좁은 틈새를 채운다
달아오른 액정 위로
차가운 손가락들이 미끄러지고
그가 내민 묵직한 종이 뭉치,
설탕물이 묻은 인사 뒤로
오래된 거짓의 냄새가 눅눅하게 배어 나온다
손이 손을 잡는 순간,
그의 말은 낚싯바늘처럼 촘촘한 끈을 엮고
마른 종이 위로 무거운 동전이 굴러떨어진다
닫히는 가방 속,
아직 팔리지 않은 파본의 냄새가
빈 방에 눅눅하게 들어차 있다
첫댓글 정쌤! 이사를 하셨나요? 남편은,
남편은 어디가셨나요 지금 살고 있는 그 집은
냉방이나 최소한의 에너지 시설은 되어있나요?
어머니는 완치는 되셨나요 아이고 글로봐서는
너무 암담하기만 한데 건강은 괜찮으시고 식사는
식사는 제때 하시고요 언제 한번 뵙으면 합니다
근간에 언제든 시간 정해서 연락한번 주세요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차가운 바닥으로 내몰린 이들의 억울함, 그리고 그 밑바닥에서 이글거리는 분노는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스불 아래'처럼 위태롭고 펄펄 끓어오르는 모습입니다 (꺼지지 않는 불꽃, 비워진 방의 차가운 온기, 서류에 남은 가짜 도장 등)
@대구 수성구 정연희 이게 무슨 소립니까, 누구에게 혹 사기 입주나
사기 빼앗김을 당하신건가요? 본래 집에서
이사를 하신거죠? 무슨 일이 있으셨던겁니까?
건강 관리 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