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뭔지 331. 상계시장(불암산) 나들이

사는 게 뭔지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이야 늘 마음 한구석에 있었지만 그리는 못하는 건 역시 내 팔자가 그리 좋지 않아서.. 더구나 이 좋은 봄날에..후후! 331. 상계시장(불암산) 나들이 이 주 전 무창포에 바다가 보이는 제법 근사한 콘도를 잡아 놓고도 사는 게 번잡해 차마 가지를 못하고 그냥 취소를 해버린 일이 너무 아쉬워 이번 주말에는 무작정 불암산이 있는 상계동으로 나들이를 떠났다. 아침부터 부산을 떨다가 베란다에 화분도 하나 깨먹고, 어찌 일진이 안 좋겠구나?! 싶은 마음마저 들었지만 내가 사는 일산에서 무려 두 시간이나 넘게 걸려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상계역(불암산)에 도착을 했다. 도중에 광화문에서 무슨 국제 마라톤 대회가 열려 경찰들이 나서서 길을 통제 하는 바람에 한참을 헤매기도 했었지만.. 상계역에서 바위산인 불암산으로 방향을 잡고 바위를 오르다 아니 겨우 바위 밑둥만 발을 딛고서는 너무 힘들어 그만 내려오고 말았다. 겨울 내내 웅크리고만 있었던 몸을 갑자기 써서 그런지 숨도 차고 얼굴이 너무 창백해지다가 어지럽기도 하고 눈도 안 보이는 거 같고 뭐 미세먼지가 심해 하늘이 뿌엿게 변했었지만.. 후후! 아무튼 그래서 그냥 내려와 근처 찜질방에서 누워 한참을 쉬었다. 생전 처음으로 가 본 찜질방은 어찌나 덥던지.. 그래도 얼마만에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마냥 평안 하게 뒹굴뒹굴 할 수가 있어서 좋았던지.. 안에 있던 가니 식당에 주모의 음식 솜씨가 좋은지 손님들이 제법 있었다. 시원한 식혜도 집에서 만든 거처럼 너무 맛이 있었고.. 다시 가 다음에는 꼭 맛날 거같은 물냉면도 먹어보리라! 하는 생각 까지.. 후후! 기왕 집을 나선 김에 더구나 햇 빛이 너무 좋은 봄날에 좀 더 싸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에 찜질방에서 나와 간 상계 시장은 요즈음 재례 시장이 다 그런 거처럼 고즈넉하게 무척이나 한가했었다. 햇빛 잘 드는 봄 날 주말 오후인데도.. 일부러 찾아들어간 허름해 보이는 분식집이 한 30 년 전에나 있었음직한 동네 만두집 같은 푸근한 느낌이 들었다. 만두와 우동도 그리고 김밥.. 가게 안으로 담배를 사겠다며 무작정 들어오겠다는 술 취한 노숙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주인 아저씨, 연신 손에 든 만두를 먹는 딸인지 좀 우직해 보이기까지 한 나이가 들어 혼기를 노쳐 보이는 홀 써빙는 아가씨.. 웃음이 절로 날 정도로 얼마나 정겹던지.. 시장 옷 가게에서 사려다 만 연변 패숀인 거칠어 보였던 싸구려 남방이 어찌나 아직도 눈에 아른 거리는지.. 하하! 그리고 발을 돌려 상계 소극장에서 구성이 무척이나 엉성한 그리고 얼마 전 방송 선전으로 잘 된 영화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암살'이라는 영화를 한 편 보고는 그래도 뭔가 가 아쉬워 먹자골목 거리에 있는 허름한 대폿집에서 기어코 빈대떡, 모듬전에 막걸리를 한 잔 걸치고서 날이 제법 어둑어둑 해져서야 상계시장(불암산) 나들이를 마쳤다. 조금은 피곤한 기분으로 집으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다가 문득 아주 오래 전에 눈이라도 오면 지금은 다 없어졌지만 명동 코스머스 백화점, 국립극장 주위를 어슬렁 거렸던 생각이.. 중앙 극장 뒤 튀김 골목도.. 지금이나 그 때나 딱히 누굴 만날 것도 아니면서 혼자 그냥 여기저기를.. 후후! 그냥 정말 달랑 물 한 통 들고서 그냥 떠난 이른 봄 햇 빛 좋은 날 나들이였지만 덕분에 아주 오래 전 명동을 쏘다녔었던 옛 생각도 나고, 나름 맛나고, 정겹고, 즐거운 상계시장(불암산) 나들이였나 보다. 비싸고 먼 하와이, 터키 나들이에 못지 않은... 그래서 참 오랜 만에 행복한 하루였었다. "아! 이제 살면서 얼마나 이렇게 행복한 날이 몇 날이나 또 있겠는지?!"                                                  글. 고 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