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가(中秋歌)-정도전(鄭道傳)
추석날의 노래
去年中秋翫月時(거년중추완월시) : 작년 추석날 달구경할 때에
歌舞縱謔開華筵(가무종학개화연) : 화려한 자리에 가무와 해학이 있었다.
高堂簾捲夜如晝(고당렴권야여주) : 높은 마룻방에 발을 걷자 밤이 낮같고
淸光凝座羅神仙(청광응좌라신선) : 환한 자리에는 신선들이 둘러앉았다.
醉中呼月作金盆(취중호월작금분) : 취중에 달을 부르니 금동이 되어
玉壺美酒詩百篇(옥호미주시백편) : 옥호ㆍ미주에 시 백 편을 지었어라.
今年遠謫會津縣(금년원적회진현) : 금년엔 멀리 회진 골짜기로 귀양 오니
竹籬茅屋荒山前(죽리모옥황산전) : 초가집, 대 울타리, 거친 산 앞에 있다.
秋風颼颼動林莽(추풍수수동림망) : 가을바람 우수수 숲을 흔들고
物像蕭條何悄然(물상소조하초연) : 쓸쓸한 물상들 얼마나 처연하던가.
是時對月倍怊悵(시시대월배초창) : 이 밤에 달을 보니 더욱 서글퍼져
迴首舊遊散如煙(회수구유산여연) : 돌아보니 옛 친구들 연기처럼 흩어졌다.
此身由來非異身(차신유래비이신) : 이 몸도 전과 다른 몸이 아니고
今年明月似前年(금년명월사전년) : 올해의 밝은 달도 다름없으리라.
自是人情有異感(자시인정유이감) : 사람의 정은 때에 따라 다르나
造物賦與原非偏(조물부여원비편) : 조물주가 준 것이야 편벽되지 않으리라.
爲問明月之所照(위문명월지소조) : 묻노니, 밝은 달이 비친 곳에
幾人歡樂幾人悲(기인환악기인비) : 몇 사람이 즐기고 몇 사람이 슬퍼하나.
明年見月又何處(명년견월우하처) : 명년에는 또 어디서 달을 보게 되며
歡歟悲歟未可知(환여비여미가지) : 기쁜 일인지 슬픈 일인지도 모르겠다.
明月無言夜將半(명월무언야장반) : 밝은 달은 말이 없고 밤은 깊어 가는데
獨立蒼茫歌怨詩(독립창망가원시) : 나 홀로 창망히 서서 원망 시를 노래한다.
원유가(遠遊歌)-정도전(鄭道傳)
멀리 노닌 노래
置酒賓滿堂(치주빈만당) : 술상 차려 손님이 집안에 가득하니
起舞歌遠遊(기무가원유) : 일어나 춤추며 멀리 놀게 됨을 노래 부른다.
遠遊亦何方(원유역하방) : 멀리 노는 것이 또한 어느 곳인가
九州復九州(구주부구주) : 중국 땅 다시 또 중국 땅이로다
朝枻洞庭波(조설동정파) : 아침에는 동정호 물결에 노를 젓고
暮泊易水流(모박역수류) : 저물 때는 역수의 흐르는 물에 배를 댄다.
四顧騁遐矚(사고빙하촉) : 사방을 둘러보아 멀리 시야를 달리면서
想像雍熙秋(상상옹희추) : 태평하던 시대를 상상해 본다.
翼翼唐虞都(익익당우도) : 웅장한 당ㆍ우의 수도요
崇崇夏殷丘(숭숭하은구) : 융숭한 하ㆍ은의 터전이다.
歲月曾幾何(세월증기하) : 세월이 이미 얼마나 지났던가
邈矣不可求(막의불가구) : 아득하여 찾아볼 수가 없다.
登車復行邁(등차부행매) : 수레에 올라 다시 또 가니
翩翩逝宗周(편편서종주) : 나는 듯 주나라 땅으로 향한다.
峨峨靈臺高(아아령대고) : 영대는 높게도 솟아있고
靄靄祥雲浮(애애상운부) : 상서로운 구름은 둥실둥실 떠있다.
鳳凰鳴高岡(봉황명고강) : 봉황은 높은 산봉우리에서 울고
關睢在河洲(관휴재하주) : 관저는 하수의 모래섬에 있어라.
緜緜千載後(면면천재후) : 면면한 천 년 뒤까지
綽有無疆休(작유무강휴) : 작작하게 끝없는 아름다움 있어라.
繼世何莫述(계세하막술) : 뒤를 잇는 임금들 어찌 계술을 못하여
王風日以偸(왕풍일이투) : 왕의 풍화가 날마다 투박하여졌어라.
祖龍呀其口(조룡하기구) : 조룡인 진시왕이 그 입을 벌리어
一擧呑諸侯(일거탄제후) : 한 번에 제후들을 삼켜버렸어라.
阿房與天齊(아방여천제) : 아방궁이 하늘과 높이를 같이하여
兀盡蜀山頭(올진촉산두) : 촉산의 머리를 빨갛게 만들었어라.
禍在魚狐間(화재어호간) : 재앙이 물고기와 여우 사이에 있어서
一朝輸項劉(일조수항류) : 하루아침에 항우ㆍ유방에게 넘겨주었어라.
孰非出民力(숙비출민력) : 어느 것인들 백성의 힘에서 나오지 않았으랴
得失如薰蕕(득실여훈유) : 얻고 잃는 것이 훈유와 같도다.
徘徊感今昔(배회감금석) : 배회하며 옛날과 지금을 느끼다가
日晏旋我輈(일안선아주) : 해가 저무니 내 수레를 되돌렸다.
滿堂賓未散(만당빈미산) : 당에 가득한 손님들 흩어지지 않았으니
擧酒相獻酬(거주상헌수) : 술을 들어 서로가 주고받는다.
高歌未終曲(고가미종곡) : 높은 노래 곡조를 맞추지 못하니
雙涕爲君流(쌍체위군류) : 두 줄기 눈물을 그대를 위하여 흘린다.
강지수사(江之水辭)-정도전(鄭道傳)
강가에서 부른 노래
江之水兮悠悠(강지수혜유유) : 강물은이 유유히 흐르고
泛蘭舟兮橫中流(범란주혜횡중류) : 나무 배를 띄워 중류에 이르렀구나.
高管激噪兮歌聲發(고관격조혜가성발) : 피리 더높고 들려오는 노랫소리
賓宴譽兮獻酬(빈연예혜헌수) : 손님을 맞아 잔을 올리자.
或躍兮錦鯉(혹약혜금리) : 가끔씩 뛰어오르는 건 잉어요
飛來兮白鷗(비래혜백구) : 날아가는 것은 흰 갈매기로다.
煙沈沈兮極浦(연침침혜극포) : 멀리 보이는 포구에 연기는 자욱
草萋萋兮芳洲(초처처혜방주) : 강 속 섬에는 풀이 무성하다.
覽時物以自娛兮(람시물이자오혜) : 철 경치 보며 스스로 즐기면서
蹇忘歸兮夷猶(건망귀혜이유) : 돌아갈 일을 잊고 어정거린다.
景忽忽乎西馳兮(경홀홀호서치혜) : 햇발이 서로 치닫고
水沄沄兮逝不留(수운운혜서불류) : 물은 가고 머무르지 않는구나.
曾歡樂之未幾兮(증환악지미기혜) : 기뻐 즐기는 일이 얼마이던가
隱予心兮懷憂(은여심혜회우) : 보이지 않는 내 마음속에 시름이 인다.
嗟哉盛年不再至兮(차재성년불재지혜) : 아아, 젊음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니
老將及兮夫焉求(로장급혜부언구) : 늙음이 다가오는데 무엇을 구하리오.
軒冕兮儻來(헌면혜당래) : 벼슬살이 우연하고
富貴兮雲浮(부귀혜운부) : 부귀는 뜬 구름 같아라.
惟君子所重者義兮(유군자소중자의혜) : 군자의 귀한 일은 의리이니
名萬古與千秋(명만고여천추) : 만고ㆍ천추에 이름이 남기리라.
擧一杯以相屬兮(거일배이상속혜) : 술 한 잔 들어 서로 권하니
庶有企兮前修(서유기혜전수) : 우리도 옛 사람 높은 자취 배워 보았으면.
월야봉회동정(月夜奉懷東亭)-정도전(鄭道傳)
달밤에 동정을 생각하며
半夜獨起立(반야독기립) : 한밤중 일어나 홀로 서있으니
長空澹自寂(장공담자적) : 높은 하늘은 해맑아 고요하다.
一片海上月(일편해상월) : 바다 위 한 조각 밝은 달이
萬里照茅屋(만리조모옥) : 만 리 멀리 오두막을 비춘다.
冷影故依依(랭영고의의) : 차가운 그림자 짐짓 한들거리니
還如憐竄客(환여련찬객) : 귀양살이 나그네를 불쌍히 여기는 듯.
爲憶東亭翁(위억동정옹) : 미루어 동정옹을 생각해보니
應共此幽獨(응공차유독) : 응당 이러한 고독을 함께 맛보리라.
송안정입경(送安定入京)-정도전(鄭道傳)
서울 가는 안정을 전송하다
我家三峯下(아가삼봉하) : 내 집은 삼봉 아래에 있어
寄此林泉幽(기차림천유) : 그윽한 이 숲에 살고있어라.
蓬蓽生光輝(봉필생광휘) : 가난한 집안에 광채가 났으니
之子肯來遊(지자긍래유) : 그대가 기꺼이 놀자고 왔어라.
盤餐愧菲薄(반찬괴비박) : 반찬이 박해 부끄럽지만
此意仍綢繆(차의잉주무) : 나의 성의만은 자상하였어라.
相與歌大雅(상여가대아) : 마주보고 서로 대아를 노래하니
亦足忘吾憂(역족망오우) : 내 근심을 잊기에 만족하였어라.
暑雨阻季夏(서우조계하) : 더위와 비로 늦 여름 한 달 갇혔다
節候丁新秋(절후정신추) : 새로운 가을철을 맞았어라.
感時思高堂(감시사고당) : 계절에 느끼는 부모님 생각에
凌晨戒征輈(릉신계정주) : 첫새벽에 떠날 준비를 하였어라.
呼兒强扶病(호아강부병) : 아이 불러 병든 몸 부축 받으며
送子登崇丘(송자등숭구) : 높은 데 올라 그대를 전송한다.
珍重一盃酒(진중일배주) : 진중히 한 잔 술 받아들고
爲我暫遲留(위아잠지류) : 나를 위해 잠깐만 머물러 주게나.
감흥1(感興1)-정도전(鄭道傳)
久客尙絺綌(구객상치격) : 오랜 나그네 신세라 여름옷 입었는데
北風凄以涼(북풍처이량) : 북풍은 차고 싸늘하기만 하여라.
團團寒露至(단단한로지) : 방울방울 차가운 이슬이 내리니
蘭枯謝幽芳(란고사유방) : 난초가 말라 그윽한 꽃다움 이운다.
悠悠關山遠(유유관산원) : 관산이 아득히 머니
行行道路長(행행도로장) : 가고 또 가도 길은 길기만 한다.
何以卒歲晩(하이졸세만) : 어떻게 늦은 해를 마칠까
歲晩多繁霜(세만다번상) : 해가 다하면 서리도 많으리라.
감흥2(感興2)-정도전(鄭道傳)
冽彼山中泉(렬피산중천) : 차가운 저 산속 샘이여
在山淸且漣(재산청차련) : 산에서는 맑고 잔잔하였다.
堤坊一朝決(제방일조결) : 하루아침에 둑이 터지니
就下何沛然(취하하패연) : 쏟아짐이 어찌 그리도 패연한가 .
去山日以遠(거산일이원) : 산과 떨어짐이 날마다 멀어지고
衆流會其閒(중류회기한) : 여러 물들이 한 데로 모여든다.
無復向時淸(무부향시청) : 다시 지난날의 맑음 없으리니
逝者何當還(서자하당환) : 흘러가는 물을 어찌 돌이킬까.
我來臨水上(아래림수상) : 내가 와서 물 위에 다다랐으나
不忍聽潺湲(불인청잔원) : 물소리를 차마 듣지 못 하여라.
감흥3(感興3)-정도전(鄭道傳)
鳳凰何飄飄(봉황하표표) : 봉황은 어찌 그리 표표하고
高逝不可望(고서불가망) : 높이 날가니 바라볼 수 없다.
飢食靑琅玕(기식청랑간) : 배고프면 푸른 낭간을 먹고
渴飮天池潢(갈음천지황) : 목마르면 천지의 물을 마신다.
俯視塵世窄(부시진세착) : 굽어보니 티끌세상은 좁고
嗷嗷鷄鶩場(오오계목장) : 닭과 오리들 끽끽거리는구나.
所以久不下(소이구불하) : 그러므로 오래도록 내려오지 않고
徘徊千仞岡(배회천인강) : 천 길 산등성이를 빙빙 돌고 있다.
제공주금강루(題公州錦江樓)-정도전(鄭道傳)
공주 금강루에 제하다
君不見賈傳投書湘水流(군불견가전투서상수류) : 그대는 못 보았나, 가 태부가 상수에 글을 던지고
翰林醉賦黃鶴樓(한림취부황학루) : 이 한림이 취하여 황학루에서 시를 남긴 것을.
生前轗軻無足憂(생전감가무족우) : 생전의 불우쯤 조금도 걱정 않고
逸意凜凜橫千秋(일의름름횡천추) : 호탕한 뜻이 늠름히 천추에 비꼈구나.
又不見病夫三年滯炎州(우불견병부삼년체염주) : 또 보지 못했나, 병든 몸 삼년 동안 염주 남방에 묶여 있다가
歸來又到錦江頭(귀래우도금강두) : 돌아와 또 금강 가에 이른 것을.
但見江水去悠悠(단견강수거유유) : 다만 강물이 자꾸 가는 것만 바라보았을 뿐
那知歲月亦不留(나지세월역불류) : 세월도 머물지 아니하는 것을 어이 알았으랴.
此身已與秋雲浮(차신이여추운부) : 이 몸은 이미 둥실 떠 있는 가을구름
功名富貴復何求(공명부귀부하구) : 공명부귀를 어찌 다시 구하리오.
感今思古一長吁(감금사고일장우) : 지금 일에 느껴서 옛날을 생각니 긴 한숨 뿐
歌聲激冽風颼颼(가성격렬풍수수) : 노랫소리 사무쳐서 바람도 윙윙 불어오는데
忽有飛來雙白鷗(홀유비래쌍백구) : 날아온 한 쌍의 흰 갈매기 갑자기 눈에 보인다.
송로판관(送盧判官)-정도전(鄭道傳)
노 판관을 보내며
秋風動高樹(추풍동고수) : 가을바람 나무 끝에 이니
客意已悲凉(객의이비량) : 나그네 마음 이미 슬퍼진다.
況復當此時(황부당차시) : 더구나 이러한 때 당하니
之子歸故鄕(지자귀고향) : 그대 고향으로 돌아가게 하단다.
相對茅簷下(상대모첨하) : 오두막집 처마 아래 마주앉으니
燈火耿孤光(등화경고광) : 등잔불은 외로운 불빛 깜박거리고
亦有佳人携(역유가인휴) : 아름다운 여자를 끼고 있으니
滿意傾壺觴(만의경호상) : 마음껏 술잔이나 기울여 보자구나.
殷勤須盡醉(은근수진취) : 은근하다, 이 자리 취하지 않으면
明發各茫茫(명발각망망) : 날 밝으면 제각기 아득히 헤어질 것을
죽소(竹所)-정도전(鄭道傳)
죽소 한상질
高人竹爲所(고인죽위소) : 고상한 사람이 대로 만든 처소
竹與人共淸(죽여인공청) : 대는 이 집 주인처럼 함께 맑구나.
婆娑月夕影(파사월석영) : 달 뜬 저녁에는 그림자 춤을 추고
淅瀝風朝聲(석력풍조성) : 바람에 아침 대소리 바람에 우수수
渠心獨自許(거심독자허) : 제 마음을 홀로 허릭하니
苦節乃可貞(고절내가정) : 괴로운 절개 곧을 수밖에 없어라.
對比成益友(대비성익우) : 서로 대하면 유익한 친구 되니
聊以寄此生(료이기차생) : 애오라지 이 생을 여기 의탁하노라.
제추흥정(題秋興亭)-정도전(鄭道傳)
추흥정에 제하여
金侯有雅尙(금후유아상) : 김후는 본래 멋을 지녀
歸來山水鄕(귀래산수향) : 산수 좋은 고을로 돌아왔다.
登高構危亭(등고구위정) : 높은 곳에 올라 정자를 짓고
日夕此倘徉(일석차당양) : 밤낮으로 여기서 노닐었다.
仰視峯巒奇(앙시봉만기) : 기이한 봉우리 올려보고
俯看江流長(부간강류장) : 기나긴 강 물결 내려다본다.
禾黍被原野(화서피원야) : 벼와 기장은 벌판을 덮고
松菊滿道傍(송국만도방) : 소나무와 국화꽃 길가에 가득하다.
落日淡西浦(락일담서포) : 서포에 지는 햇빛 엷어지고
素月生東岡(소월생동강) : 동산에 흰 달이 둥실 떠오른다.
藜杖極孤賞(려장극고상) : 청려장 짚고 구경나가니
衫袖領新凉(삼수령신량) : 옷깃에 서늘한 기운 스며든다.
秋風無限興(추풍무한흥) : 가을바람 무한한 흥취 일어
浩然不可量(호연불가량) : 넓고 커서 헤아릴 길 없구나.
我家三峯下(아가삼봉하) : 삼봉 아래에 내 집이 있어
兩地遙相望(량지요상망) : 두 곳은 멀리 서로 바라보인다.
何當歸去來(하당귀거래) : 어느 때가 되어야 돌아가서
一笑共深觴(일소공심상) : 한 번 웃으며 술잔 함께 해볼까.
추야2(秋夜2)-정도전(鄭道傳)
가을 밤에
今日非昨日(금일비작일) : 오늘은 어제가 아닌데
明朝復何時(명조부하시) : 내일 아침은 다시 어떠한 때일까.
陰陽無停機(음양무정기) : 음과 양이 멈출 기틀이 없어
四時相推移(사시상추이) : 사시는 서로 밀고 옮기어간다.
百年能幾何(백년능기하) : 백 년이란 얼마나 되나
徒令我心悲(도령아심비) : 속절없이 내 마음만 서럽게 한다.
哀哉名利人(애재명리인) : 슬프다 저 명리를 따르는 사람
至老猶未知(지로유미지) : 노경에 이르러도 여전히 모르는구나.
貴者自驕固(귀자자교고) : 신분 높은 이는 교만하고 고루하며
卑者多詭隨(비자다궤수) : 비천한 무리들은 벌처럼 붙어 다닌다.
榮華逐電光(영화축전광) : 영화란 번갯불을 좇는 것이니
身後有餘譏(신후유여기) : 죽은 뒤엔 원망만 남게 된단다.
彼美君子士(피미군자사) : 저 아름다운 군자와 선비를 보라
中心無磷緇(중심무린치) : 속마음은 닳거나 검어지지 않는단다.
高高雲月情(고고운월정) : 높고 높다 구름 속달의 마음이여
皎皎氷雪姿(교교빙설자) : 희고도 흰 빙설 같은 자태로구나.
庶將垂不朽(서장수불후) : 모쪼록 썩지 않는 사업 남기어
千載以爲期(천재이위기) : 천추에 약속을 하였으면 좋겠구나.
感此發長謠(감차발장요) : 여기에 느껴서 긴 노래를 부르니
秋風颯凄其(추풍삽처기) : 가을바람 으스스 불어 처량하구나.
추야1(秋夜1)-정도전(鄭道傳)
가을 밤에
以我山野人(이아산야인) : 나는 본래 산과 들의 사람으로
未償丘壑心(미상구학심) : 골짜기에 살 마음 보상 못했단다.
營營塵土間(영영진토간) : 속세에서만 헤매었으니
倦矣不能任(권의불능임) : 지쳤도다, 견디지 못하겠노라.
嚮晦方就休(향회방취휴) : 저물녘에야 휴식에 들어
宴坐到夜深(연좌도야심) : 편안히 앉아 밤이 깊었단다.
忽有淸商聲(홀유청상성) : 갑자기 청상의 소리 들리어
廻薄牕北林(회박창북림) : 창 북쪽 숲속으로 몰아친다.
初疑笙鶴來(초의생학래) : 처음에는 생학이 왔나 의심되고
又訝虬龍吟(우아규룡음) : 또 교룡이 우는 것도 같았단다.
起視意無有(기시의무유) : 일어나 보니 아무것도 없는 ent
灝氣襲衣衿(호기습의금) : 해맑은 기운만이 옷섶에 스며든다.
少焉山月上(소언산월상) : 조금 후, 산에 달 솟아오르니
庭柯布疎陰(정가포소음) : 정원의 수목들 성긴 그늘진다.
恍然沈痾痊(황연침아전) : 황홀하게도 해묵은 병이 물러가고
冲澹生胸襟(충담생흉금) : 평안함과 담박함이 가슴속에 인다.
因之懷舊山(인지회구산) : 옛동산이 그리워져서
彈我牀上琴(탄아상상금) : 평상 위 거문고로 나를 노래한다.
秋風吹南去(추풍취남거) : 가을바람 불어 남쪽으로 가니
託此寄遺音(탁차기유음) : 바람을 의탁하여 남길 소래 부치친다.
석탄(石灘)-정도전(鄭道傳)
석탄에서
石面立削鐵(석면립삭철) : 돌 면은 쇠를 깎아 세운 듯
灘流奔長虹(탄류분장홍) : 여울 물결은 긴 무지개로 달리는 듯.
灘頭橫漁艇(탄두횡어정) : 여울머리에 낚싯배 빗겨 있고
灘上起茅宮(탄상기모궁) : 여울 위로 모궁이 우뚝히 솟아있다.
高人抱淸疾(고인포청질) : 높은 선비 청렴하여 병이 들어
歸來臥其中(귀래와기중) : 돌아와 그 안에 누워 있단다.
朝遊欣浩蕩(조유흔호탕) : 아침에 노면 콸콸 흐르고
夕眺驚明滅(석조경명멸) : 저녁에 바라보면 밝을락 말락하다.
天炎挹孤爽(천염읍고상) : 날 더우면 상쾌한 기운 감돌고
潦盡流皓月(료진류호월) : 흐린 물 다하면 밝은 달이 흐른다.
春水碧於藍(춘수벽어람) : 봄물은 쪽빛보다 더욱 푸르러
何如飄朔雪(하여표삭설) : 북녘 눈발 날릴 때 비하면 어떠한가.
燕坐玩奇變(연좌완기변) : 편히 앉아 기이한 변화 구경하니
逝者無停時(서자무정시) : 떠나가는 것은 머무를 때가 없구나.
獨有雙白鷗(독유쌍백구) : 다만 쌍쌍이 노니는 갈매기들
飛來長在玆(비래장재자) : 날아와 언제나 이곳을 나는구나.
嗟我不如鳥(차아불여조) : 어허 이내 신세는 새만도 못해
未去空相思(미거공상사) : 떠나지 못해 부질없이 생각만 한다.
유산사(遊山寺)-정도전(鄭道傳)
산사에 노닐며
霧重成微雨(무중성미우) : 안개 짙어져 이슬비 되니
山寒五月天(산한오월천) : 때는 오월이나 산이 차갑다.
林深數間屋(림심수간옥) : 깊은 숲에 두어 간 암자
僧住十餘年(승주십여년) : 중은 십여 년을 머물렀단다.
北壁玉燈火(북벽옥등화) : 북쪽 벽엔 옥 등잔이 밝고
西方金色僊(서방금색선) : 서쪽엔 금빛 신선이 앉아있다.
整襟相對越(정금상대월) : 옷깃을 여미고 멀리 대면하니
自覺思超然(자각사초연) : 번거롭던 생각 절로 초연해진다.
오호도조전횡(嗚呼島弔田橫)-정도전(鄭道傳)
오호도에서 전횡을 조상하다
曉日出海赤(효일출해적) : 아침 해 붉게 바다 위로 나와
直照孤島中(직조고도중) : 외로운 섬 안을 바로 비춘다.
夫子一片心(부자일편심) : 선생의 한 조각 붉은 마음은
正與此日同(정여차일동) : 바로 이런 바다의 아침 해 같구나.
相去曠千載(상거광천재) : 몇 천 년이나 아득히 서로 떨어졌지만
嗚呼感予衷(오호감여충) : 아아 나의 충정이 느껴지는구나.
毛髮竪如竹(모발수여죽) : 대나무 같이 머리털이 치솟고
凛凛吹英風(름름취영풍) : 늠름히 영명한 바람 불어오는구나.
자영오수1(自詠五首1)-정도전(鄭道傳)
스스로 노래하다
窮經直欲致吾君(궁경직욕치오군) : 임금께 올리려고 경서 연구하고
童習寧知歎白紛(동습녕지탄백분) : 어린 시절 학습에 머리 희어질 줄 알았으랴
盛代狂言竟無用(성대광언경무용) : 태평성대의 미친 이 말이 끝내 소용없어
南荒一斥離羣群(남황일척리군군) : 남방 거친 곳으로 쫓겨나 친구들과 헤어졌도다
자영오수2(自詠五首2)-정도전(鄭道傳)
致君無術澤民難(치군무술택민난) : 임금 도울 계책 없어 은택 베풀기 어려워
擬向汾陰講典墳(의향분음강전분) : 분음을 찾아가 책이나 읽으려 했었도다
十載風塵多戰伐(십재풍진다전벌) : 십 년이라 풍진에 전쟁이 너무 많아
靑衿零落散如雲(청금령락산여운) : 유생들은 뒤떨어져 구름같이 흩어졌도다
자영오수3(自詠五首3)-정도전(鄭道傳)
自知儒術拙身謀(자지유술졸신모) : 공자님 가르침, 알고 보면 자기 일에 무하니
兵畧方師孫與吳(병략방사손여오) : 병법에 뜻을 두어고 손자ㆍ오자를 배웠도다
歲月如流功未立(세월여류공미립) : 세월이 흘러가고 공은 끝내 못 세우니
素塵牀上廢陰符(소진상상폐음부) : 하얗게 먼지 낀 책상에 병법 책을 없앴다오
자영오수4(自詠五首4)-정도전(鄭道傳)
書劒區區兩未成(서검구구량미성) : 글공부 칼쓰기 구차하게 하나도 못 이루고
問歸田舍事躬耕(문귀전사사궁경) : 농사터로 돌아가 몸소 밭을 갈까 물어보았지요
不堪旱溢年來甚(불감한일년래심) : 한재 수해 해마다 너무도 심하여 견디지 못해
爭奈門前責地征(쟁내문전책지정) : 문앞으로 찾아오는 농지세금 독촉을 어찌하리오
자영오수5(自詠五首5)-정도전(鄭道傳)
今古都無百歲身(금고도무백세신) : 고금에 백 살 넘어 산 사람 도무지 없어
休將得失費精神(휴장득실비정신) : 득실을 가지고서 정신을 허비하지 말어라
只消不朽斯文在(지소불후사문재) : 다만 썩지 않는 공자님 학문
後日當生姓鄭人(후일당생성정인) : 후일에 반드시 정씨 인물 나올 것이니라
우부함주막도연포도중(又赴咸州幕都連浦途中) 정도전(鄭道傳)
또 함주막도연포로 이르는 중에
湖光天影共蒼茫(호광천영공창망) : 호수 물빛도 하늘 그림자도 가물거리고
一片孤城帶夕陽(일편고성대석양) : 외로운 한 조각 성곽은 석양을 띠었구나
忍向此時聞舊曲(인향차시문구곡) : 이때를 당해 차마 옛노래 들을 수 있을까
咸州原是國中央(함주원시국중앙) : 함주는 원래부터 이 나라의 중심부이로다
제함영송수(題咸營松樹)-정도전(鄭道傳)
함영 소나무에 제하여
蒼茫歲月一株松(창망세월일주송) : 아득한 세월 한 그루 소나무
生長靑山幾萬重(생장청산기만중) : 몇 만 겹 푸른 산에 생장하였구나
好在他年相見否(호재타년상견부) : 다른 해에 좋게 있어 서로 볼 수 있을까
人間俯仰便陳蹤(인간부앙편진종) : 인간이란 굽어보고 올려면 묵은 자취인 것을
과문천(過文川)-정도전(鄭道傳)
문천을 지나며
文州城外草靑靑(문주성외초청청) : 문천성 밖, 풀색은 파릇파릇하고
垂柳陰中百鳥鳴(수류음중백조명) : 능수버들 그늘 안에 온갖 새가 우짖는다
不識淸明寒食過(불식청명한식과) : 청명과 한식이 다 지난 줄도 모르고
日斜猶自向西行(일사유자향서행) : 지는 해도 오히려 서쪽을 향해 가노라
제함흥관(題咸興館)-정도전(鄭道傳)
함흥관에 제하여
三月三日發咸州(삼월삼일발함주) : 삼월이라 삼짇날, 함주를 떠나니
柳色搖黃草欲抽(류색요황초욕추) : 버들 빛 노랗게 흔들리고 풀싹 뾰죽하다
正値關東好時節(정치관동호시절) : 관동의 좋은 시절 바로 만나니
宦遊還是等閒遊(환유환시등한유) : 벼슬살이 도리어 한가한 놀이로구나
과철관문(過鐵關門)-정도전(鄭道傳)
철관문을 지나며
雲煙一道滄溟近(운연일도창명근) : 외길에 구름 연기, 푸른 바다가 가깝고
風氣千年地理分(풍기천년지리분) : 천 년 바람 기운 지리로서 나뉘었구나
自笑區區經國志(자소구구경국지) : 구구한 경국의 뜻을 스스로 비웃어
從戎又過鐵關門(종융우과철관문) : 군을 따라서 또 오늘 철관문을 지나는구나
철령(鐵嶺)-정도전(鄭道傳)
鐵嶺山高似劒鋩(철령산고사검망) : 철령의 산은 높아 칼끝과 같은데
海天東望正茫茫(해천동망정망망) : 동해 하늘 바라보니 정말 망망하구나
秋風特地吹雙鬢(추풍특지취쌍빈) : 가을바람 유난히 두 귀밑으로 부는데
驅馬今朝到朔方(구마금조도삭방) : 말 몰아 오늘 아침에야 북방에 왔구나
과고동주1(過古東州1)-정도전(鄭道傳)
고동주를 지나며
遠隨戎旆過東州(원수융패과동주) : 장군기 멀리 따라 동주를 지나가시니
晝角聲高欲暮秋(주각성고욕모추) : 피리소리 높은데 가을도 저물려 하는구나
徃事奢華無處問(徃사사화무처문) : 호화스런 지난 일은 물을 곳이 없고
冷煙衰草鎻荒丘(랭연쇠초쇄황구) : 찬 연기 시든 풀이 거친 언덕에 얽혔있구나
과고동주2(過古東州2)-정도전(鄭道傳)
고동주를 지나며
曠野天低草木秋(광야천저초목추) : 넓은 벌 하늘 낮고 초목은 가을인데
長江女帶繞城流(장강녀대요성류) : 긴 강은 여자의 띠처럼 성을 둘러 흐른다
將軍此地摧强虜(장군차지최강로) : 장군은 이 땅에서 강한 오랑캐 무찌르고
仗節重來尙黑頭(장절중래상흑두) : 병절을 갖고 다시 왔는데 아직도 검은 머리로다
문중자(文中子)-정도전(鄭道傳)
문중자 왕통
紛紛天下事兵爭(분분천하사병쟁) : 천하는 어지러워 전쟁만을 일삼는데
尙爲時君策太平(상위시군책태평) : 지금도 현 임금 위해 태평을 획책한다
講道汾陰從白首(강도분음종백수) : 백수가 다 되도록 하분에서 도를 강하니
一時諸子盡名卿(일시제자진명경) : 한때의 제자들은 모두 다 이름난 고관이도다
도중(途中)-정도전(鄭道傳)
도중에
曉入城門向夕還(효입성문향석환) : 새벽에 성을 들어, 저녁에 돌아오니
蒼茫星月動前山(창망성월동전산) : 아스라이 별과 달 앞산에 어른거린다
家童不睡遙相望(가동불수요상망) : 집 아이 잠 못자고 멀리 서로 바라보며
松下苔扉猶未關(송하태비유미관) : 솔 아래 사립문은 아직도 열려 있도다
수원도중망금총랑가(水原途中望金摠郞家) 정도전(鄭道傳)
수원 도중에서 김총랑의 집을 바라보며
半嶺疎松夕照明(반령소송석조명) : 산허리 성긴 솔에 낙조가 밝고
孤村深樹斷煙生(고촌심수단연생) : 외로운 마을, 깊은 숲에 간간히 연기 난다
茅茨處處多相似(모자처처다상사) : 여기 저기 새집이라 서로 같아서
爲問君家止復行(위문군가지부행) : 그대 집을 묻으려고 멈췄다 갔었도다
야좌(夜坐)-정도전(鄭道傳)
밤에 앉아서
小屋如舟月似波(소옥여주월사파) : 배와 같은 작은 집에는 물결같은 달빛
淸風一陣滿烏紗(청풍일진만오사) : 한 가닥 맑은 바람 비단 모자에 가득찬다
都城五月江湖興(도성오월강호흥) : 오월의 도성에 강호의 흥이 나니
露坐中庭放浩歌(로좌중정방호가) : 뜰 가운데 나와 앉아 마음껏 노래 부른다
만권녕해(挽權寧海)-정도전(鄭道傳)
권영해 만사
鑑湖秋水倍澄淸(감호추수배징청) : 거울 같은 호수, 물보다 곱절이나 맑고
夜夜湖山月正明(야야호산월정명) : 밤마다 호산에는 달빛이 정녕 밝아요
疑是先生舊顔色(의시선생구안색) : 이게 바로 선생의 옛 얼굴인가 싶어
臨流對月獨傷情(림류대월독상정) : 물가에서 달을 보니 유독 마음이 아프지요
송리호연부진변막(送李浩然赴鎭邊幕) 정도전(鄭道傳)
이호연이 진변막에 부임함을 전송하다
十萬貔貅氣勢獰(십만비휴기세영) : 십만 날랜 군사 기세가 사나운데
從容談笑一書生(종용담소일서생) : 종용하고 담소나누는 한 사람의 서생
遙知檄罷高臺臥(요지격파고대와) : 격문 다 짓고 아득히 고대에 누우면
蒼海無風月正明(창해무풍월정명) : 푸른 바다에 바람 없고, 달 막 밝아진다
송등암상인귀단속(送等庵上人歸斷俗)-정도전(鄭道傳)
등암 상인이 단속사로 돌아감을 전송하며
等庵上人無住着(등암상인무주착) : 등암 스님은 본시 한 곳에 머물지 않아
秋風北來春又歸(추풍북래춘우귀) : 가을 바람에 왔다 봄에는 또 돌아가신다
臨分不用苦惆悵(림분불용고추창) : 이별에 다달아도 서글퍼하지 않아
予亦從今當拂衣(여역종금당불의) : 나도 이제부터 옷을 털고 따라 가리라
촌거우송은어서회사정(村居友送銀魚書懷謝呈) 정도전(鄭道傳)
시골 친구가 은어를 보내와 소회를 적어 사례하다
映湖樓下有銀魚(영호루하유은어) : 영호루 아래에 은어가 있어
千里來傳故舊書(천리래전고구서) : 천리 먼리 보내온 친구의 편지
金章紫綬徒爲爾(금장자수도위이) : 금도장 자색 인끈 모두 부질없어
淸夢時時繞草廬(청몽시시요초려) : 맑은 꿈은 때때로 초가집을 둘러싼다
방고헌화상도중(訪古軒和尙途中)-정도전(鄭道傳)
고헌 스님을 심방하며
荒坡不盡路無窮(황파불진로무궁) : 황량한 언덕, 가도가도 끝없는 길
雪滿山深落日風(설만산심락일풍) : 깊은 산, 눈이 가득 지는 해에 바람 분다
始聽鍾聲知有寺(시청종성지유사) : 종소리를 듣고서야 절 있는 줄 알았으니
房櫳隱約碧雲中(방롱은약벽운중) : 푸른 구름 저 가운데 법당이 숨어있으리라
증백정유방(贈柏庭遊方)-정도전(鄭道傳)
수행하러 가는 백정에게 주다
流水浮雲任所之(류수부운임소지) : 흐르는 물, 떠가는 구름처럼 가는대로 맡겨두어
淸風明月獨相隨(청풍명월독상수) : 맑은 바람, 밝은 달이 유독 서로 따라가는구나
遠遊畢竟終何得(원유필경종하득) : 먼 구경 마치는 날, 끝내 얻은 것은 무엇인가
早早歸來慰我思(조조귀래위아사) : 어서어서 돌아와 내 마음 위로해 주려무나
기증백정선(寄贈柏庭禪)-정도전(鄭道傳)
백정 선사에게 기증하다
三冬秀色連空翠(삼동수색련공취) : 삼동 겨울 빼어난 빛은 하늘까지 푸르고
六月淸風滿地寒(륙월청풍만지한) : 유월 여름날도 맑은 바람 땅에 가득 차갑다
此是柏庭奇絶處(차시백정기절처) : 이곳이 바로 백정의 경치 좋은 곳이니
登攀何日好相看(등반하일호상간) : 어느날에야 올라가 서로 좋게 바라볼 수 있을까
제영호루(題映湖樓)-정도전(鄭道傳)
영호루에 제하여
飛龍在天弄明珠(비룡재천롱명주) : 나는 용이 하늘에서 밝은 구슬 희롱하다
遙落永嘉湖上樓(요락영가호상루) : 안동 영호루로 멀리 떨어뜨렸도다
夜賞不須勤秉燭(야상불수근병촉) : 밤 구경엔 부지런히 촛불 켤 것 없으니
神光萬丈射汀洲(신광만장사정주) : 만 길 신령한 빛이 정주를 비추어 주노라
도금강(渡錦江)-정도전(鄭道傳)
금강을 건너며
扁舟一葉在中流(편주일엽재중류) : 일엽편주 강 복판에 떠 있는데
北去南來集頭(북거남래집도두) : 남북을 오가자고 나루터에 모였구나
日暮路長爭競涉(일모로장쟁경섭) : 해 저물고 길 멀어 서로 건려하여
無人回首見沙鷗(무인회수견사구) : 고개 돌려 갈매기 보는 사람 하나 없다
송설부령안강릉1(送偰副令按江陵1)-정도전(鄭道傳)
강릉 안렴사로 부임하는 설부령을 전송하며
文星昨夜動光芒(문성작야동광망) : 문곡성이 어제밤에 광망을 움직이니
玉節遙臨碧海傍(옥절요림벽해방) : 옥절이 멀리 저 바닷가로 가네가는구나
提學先生遺愛在(제학선생유애재) : 제학 선생님 남긴 은덕 이 고을에 있어
送君今日更霑裳(송군금일경점상) : 그대 보내는 오늘 눈물이 옷을 적시는구나
송설부령안강릉2(送偰副令按江陵2) 정도전(鄭道傳)
강릉 안렴사로 부임하는 설부령을 전송하며
關東風氣接蓬瀛(관동풍기접봉영) : 관동의 풍류와 기운 영주ㆍ봉래 접하여
草木生成地自靈(초목생성지자령) : 풀과 나무 자라나니 땅은 절로 신령스럽다
若得異書須寄我(약득이서수기아) : 좋은 책 얻으면 나에게 부쳐 주어서
免敎雙鬢變星星(면교쌍빈변성성) : 희어 가는 두 귀밑머리 다시 검게 해주오
이판서제차권대사성운(李判書第次權大司成韻) 정도전(鄭道傳)
이판서 집에서 권 대사성의 시에 차운하여
睡起昏昏眼不開(수기혼혼안불개) : 잠 깨어도 가물가물 눈 안 뜨이고
扶頭正㤼更臨杯(부두정겁경림배) : 그 술 다시 입에 대기도 겁이 나는구나
主人爲解餘酲在(주인위해여정재) : 주인은 취한 뒤를 풀어 주려고
復到槽牀已上醅(부도조상이상배) : 다시 밑술을 걸러 놨다 말을 하는구나
춘설방최병부(春雪訪崔兵部)-정도전(鄭道傳)
봄눈 속에 최병부를 찾아
街頭楊柳欲春風(가두양류욕춘풍) : 거리의 버드나무 봄바람 일려하니
無奈朝來雪滿空(무내조래설만공) : 아침에 눈이 펄펄 날리니 어찌할꺼나
走向君家急呼酒(주향군가급호주) : 그대 집으로 달려와 급히 술을 찾으니
衰顔憔悴尙能紅(쇠안초췌상능홍) : 초췌하고 시든 얼굴 아직도 붉어지는구나
춘일즉사(春日卽事)-정도전(鄭道傳)
봄날의 일
春到園林淑景明(춘도원림숙경명) : 동산에 봄이 오니, 날은 밝고 맑아
遊絲飛絮弄新晴(유사비서롱신청) : 아지랑이 버들솜은 갠 볕을 희롱한다
鳥啼聲裏無人到(조제성리무인도) : 산새는 우짖는데 오는 사람 아무도 없어
寂寂雙扉晝自傾(적적쌍비주자경) : 쓸쓸한 두 사립대문에 낮이 절로 기운다
차윤대사성시운효기체1(次尹大司成詩韻效其體1) 정도전(鄭道傳)
윤대사성 시에 차운하고 체를 본받아
拙學誠難箋國風(졸학성난전국풍) : 모자란 학문 국풍을 이해하기도 어려워
只吟柳綠與花紅(지음류록여화홍) : 다만 푸른 버들과 붉은 꽃을 읊기만 하노라
百年天地知音少(백년천지지음소) : 이 세상 백년동안 참된 친구 적으니
却恐終隨朽壤同(각공종수후양동) : 썩은 흙과 같이 될까 두렵기만 하도다
차윤대사성시운효기체2(次尹大司成詩韻效其體2) 정도전(鄭道傳)
윤대사성 시에 차운하고 체를 본받아
龍起雲從虎嘯風(룡기운종호소풍) : 구름은 용 따르고, 바람은 범 따라 부니
萬民皆覩日昇紅(만민개도일승홍) : 만백성들 모두가 둥실 뜬 해를 바라본다
兩間充塞皆生意(량간충새개생의) : 둘 사이에 가득 찬 것은 오직 생기뿐
自是蒸蕕器不同(자시증유기불동) : 이래서 좋고 나쁜 것은 그릇부터 다르단다
이판서석상동포은부시(李判書席上同圃隱賦詩) 정도전(鄭道傳)
이판서 자리에서 포은과 함께 시를 짓다
庭院深沈樹色微(정원심침수색미) : 정원은 깊숙하여 나무빛 은은하고
駁雲漏日兩霏霏(박운루일량비비) : 얼룩 구름 속, 햇빛 새고 비는 부슬부슬
一聲瑤瑟美人唱(일성요슬미인창) : 미인 노래하니 소랫소리 드려오고
酒滿金尊客未歸(주만금존객미귀) : 술동이 넘치는 술, 손님 돌아가지 않았다
서응봉사벽(書應奉司壁)-정도전(鄭道傳)
응봉사 벽에 적다
內溝流水漾漣漪(내구류수양련의) : 대궐 도랑에 흐르는 물 넘실거리고
柳線無風直下垂(류선무풍직하수) : 실버들 바람 없는데 아래로 늘어졌구나
白鳥一雙相對立(백조일쌍상대립) : 한 쌍의 흰 새는 마주 보고 서있는데
滿園纖草雨晴時(만원섬초우청시) : 동산에 가득한 가는 풀, 비가 개었구나
입직(入直)-정도전(鄭道傳)
당직을 서며
雪壓宮墻面面重(설압궁장면면중) : 궁궐 담장에 눈이 눌려 면면이 쌓여
煙光暝色暗相籠(연광명색암상롱) : 안개빛, 어두운 색 몰래 서로 어려있다
直廬靜坐銀屛擁(직려정좌은병옹) : 은병풍 끼고 당직실에 고요히 앉으니
南寺時聞第一鐘(남사시문제일종) : 남쪽 절간의 제일종소리 때때로 듣고 있다
제평양부벽루(題平壤浮碧樓)-정도전(鄭道傳)
평양 부벽루에 제하다정도전
永明山下大江流(영명산하대강류) : 영명산 아래로 큰 강 흐르는데
畫舸來尋浮碧樓(화가래심부벽루) : 배를 타고 부벽루를 찾아왔노라
風篴正高天欲暮(풍적정고천욕모) : 피리소리 드높고 날은 저물어
煙波渺渺使人愁(연파묘묘사인수) : 자욱한 물안개는 사람을 수심케 한다
산거춘일즉사(山居春日卽事)-정도전(鄭道傳)
봄날 산에 살면서
一樹梨花照眼明(일수리화조안명) : 한 그루 배꽃는 눈부시게 밝은데
數聲啼鳥弄新晴(수성제조롱신청) : 지저귀는 산새는 갠 볕을 희롱한다
幽人獨坐心無事(유인독좌심무사) : 숨어 사는이 홀로 앉으니 마음 한가하여
閒看庭除草自生(한간정제초자생) : 뜨락 끝에 저로 돋는 풀만을 바라본다
도평양1(到平壤1)-정도전(鄭道傳)
평양에 이르러
玉節煌煌遠有華(옥절황황원유화) : 옥절은 번쩍거리며 멀리 빛나고
三行紅粉一聲歌(삼행홍분일성가) : 늘어선 기생들 한결같은 노래소리
使君風采江山勝(사군풍채강산승) : 사신의 풍채에다 강산 빼어나니
酒滿金觴不飮何(주만금상불음하) : 잔에 가득한 술 마시지 않고 어찌할까
도평양2(到平壤2)-정도전(鄭道傳)
평양에 이르러
道里悠悠歲又華(도리유유세우화) : 길은 아득하고 이 해도 화려한데
臨分更聽柳枝歌(림분경청류지가) : 헤어지려는데 다시 들리는 유지가 소리
年年此地多離別(년년차지다리별) : 해마다 이 땅에는 이별도 많은데
爭奈紅顔老去何(쟁내홍안로거하) : 어쩌자고 홍안은 늙어만 가나
영물(詠物)-정도전(鄭道傳)
사물을 노래하다
嬋姸玉質近人傍(선연옥질근인방) : 곱고 고운 옥바탕 사람 곁에 가까워
一片丹霞染素裳(일편단하염소상) : 한 조각 붉은 노을 흰 치마를 물었다
今日始知眞隱逸(금일시지진은일) : 오늘에야 참으로 숨어사는 멋 알았으니
自將貞白鬪氷霜(자장정백투빙상) : 스스로 지조를 지녀 얼음 서리에 견주는가
의진역(儀眞驛)-정도전(鄭道傳)
의진역에서
細雨如煙水似天(세우여연수사천) : 연기 같은 가랑비, 하늘 같은 물
儀眞湖裏泛官船(의진호리범관선) : 의진호 안에다 관가의 배를 띄운다.
可憐鷗鷺渾相識(가련구로혼상식) : 사랑스런 갈매기 서로 알아보고서
故故飛來近客邊(고고비래근객변) : 일부러 날아들어 내 곁에 다가오는구나.
두관참야영(頭館站夜詠)-정도전(鄭道傳)
두관역에서 밤에 읊다
朔風淅瀝吼枯枝(삭풍석력후고지) : 북풍 불어와 마른 가지 울리고
馬困無聲客臥遲(마곤무성객와지) : 말은 지쳐 소리도 없고, 나그네 잠도 오지 않는다
明日又從遼海去(명일우종료해거) : 내일이면 또 요해를 떠날 것이니
驛亭何處是晨炊(역정하처시신취) : 역의 정자 어느 곳이 새벽밥 지어 먹지을 곳인가
윤십이월이십일도광릉억하정사
(閏十二月二十日到廣陵憶賀正使) 정도전(鄭道傳)
윤 12월 20일 광릉에 도착하여 하정사를 생각하며
水色煙光鎻暮天(수색연광쇄모천) : 연기 빛, 물빛은 저문 하늘에 갖혀
故人先上廣葭船(고인선상광가선) : 친구는 나보다 먼저 광릉 배에 올랐다
汀洲一樣簾葭色(정주일양렴가색) : 정주에는 언제나 발처럼 우거진 갈대
定宿沙鷗阿那邊(정숙사구아나변) : 갈매기는 언덕 어느곳에서 잠을 잘까
회음역립춘(淮陰驛立春)-정도전(鄭道傳)
입춘날 회음역에서
淮陰驛裏逢立春(회음역리봉립춘) : 회음역에서 입춘을 맞으니
客子盤中生菜新(객자반중생채신) : 나그네 밥상에 생채 올랐구나
今日故園誰辦酒(금일고원수판주) : 지금 고향에선 누가 술 마련하여
尊前應說遠遊人(존전응설원유인) : 술동이 앞에서 길 떠난 날 말하리라
사은일봉천문구호(謝恩日奉天門口號) 정도전(鄭道傳)
사은하던 날 봉천문에서 구호하다
五漏聲高閭闔開(오루성고려합개) : 오경 알리는 소리 높아 대궐문 활짝 열고
金璫玉佩共徘徊(금당옥패공배회) : 옥패랑 무리와 금당들이 어울려 서성인다
君王尙軫宵衣慮(군왕상진소의려) : 임금께선 더욱더 선정하실 생각 간절하여
中使頻催奏事來(중사빈최주사래) : 중사를 자주 불러 사건 아뢰기를 제촉한다
한식(寒食)-정도전(鄭道傳)
한식날
寒食淸明客路中(한식청명객로중) : 나그네 길에서 보내는 한식 청명 날
一番煙雨一番風(일번연우일번풍) : 한 번은 안개와 비, 한 번은 바람이었다
故園芳草應初綠(고원방초응초록) : 고향 땅 고운 풀은 한창 푸르리라
萬里人廻遼海東(만리인회료해동) : 만리 먼 곳 있는 사람, 요동으로 돌아가리라
御駕遊長湍作 계유추(御駕遊長湍作 癸酉秋) 정도전(鄭道傳)
임금님 모시고 장단에 노닐며 짓다
秋天澄澄碧似天(추천징징벽사천) : 가을 물 맑고 맑아 하늘같이 짙푸른데
君王暇日御樓船(군왕가일어루선) : 우리 임금 휴가일에 유람배에 오르셨다
篙師莫唱長湍曲(고사막창장단곡) : 사공은 장단곡을 부르지 말라
此是朝鮮第二年(차시조선제이년) : 지금이 바로 조선 건국 이년 째로다
신궁량청시연작(新宮凉廳侍宴作)-정도전(鄭道傳)
신궁 서늘한 마루에서 잔치를 모시며 짓다
禁院春深花正繁(금원춘심화정번) : 금원에 봄이 깊어 꽃이 한창 화사한데
爲招耆舊置金尊(위초기구치금존) : 옛 신하 위해 초대하여 잔치를 베푸신다
天工忽放知時雨(천공홀방지시우) : 하느님도 때맞춰 문득 비를 내리시니
便覺渾身雨露恩(편각혼신우로은) : 온몸에 내리신 비와 이슬의 은혜를 알도다
자조(自嘲)-정도전(鄭道傳)
操存省察兩加功(조존성찰량가공) : 조심하고 성찰하는 일에 공력 다 기울여
不負聖賢黃卷中(불부성현황권중) : 책 속의 성현들을 아직 저버리지 않았노라
三十年來勤苦業(삼십년래근고업) : 삼십 년 이래에 부지런함과 고통 다한 업
松亭一醉竟成空(송정일취경성공) : 송정에 한 번 취하니 끝내 허사가 되었도다
산중2(山中2)-정도전(鄭道傳)
산속에서
弊業三峯下(폐업삼봉하) : 삼봉 아래 하찮은 나의 터전
歸來松桂秋(귀래송계추) : 돌아오니 소나무와 계수나무의 가을
家貧妨養疾(가빈방양질) : 집안이 가난하여 병 조리 어려운데
心靜定忘憂(심정정망우) : 마음이 고요하니 근심 잊기 충분하리라
護竹開迂徑(호죽개우경) : 대나무를 가꾸자고 길을 돌려내고
憐山起小樓(련산기소루) : 예쁜 산에 작은 누대 지었다오
隣僧來問字(린승래문자) : 이웃 중이 찾아와 글자 물으며
盡日爲相留(진일위상류) : 하루 해가 다 지도록 머물러 있었다네
봉래각(蓬萊閣)-정도전(鄭道傳)
風急扁舟一葉輕(풍급편주일엽경) : 조각배에 바람 부니 나뭇잎처럼 빠르고
八僊祠下是州城(팔선사하시주성) : 팔선사 아래가 바로 고을의 성이로구나
晩登高閣還南望(만등고각환남망) : 늦어 높은 누각에 올라 다시 남녘을 보니
此去金陵復幾程(차거금릉부기정) : 이곳 떠나 금릉땅까지는 얼마나 가야하나
춘풍(春風)-정도전(鄭道傳)
봄바람
春風如遠客(춘풍여원객) : 봄바람은 먼 곳 손님과 같아
一歲一相逢(일세일상봉) : 한 해에 한 차례 만나는구나
澹蕩原無定(담탕원무정) : 맑고 넓어 원래 정함이 없지만
悠揚似有蹤(유양사유종) : 유양하여 그 자취가 있는 듯하다
暗添花艶嫰(암첨화염눈) : 가만히 꽃의 고운 눈 더 보태 주고
輕拂柳絲重(경불류사중) : 늘어진 버들가지 가볍게 스쳐간다
獨惜吟詩客(독석음시객) : 홀로 애닲아서 시 읊는 나그네는
還非昔日容(환비석일용) : 지금은 도리어 옛날 모습 아니어라
우일(雨)-정도전(鄭道傳)
비
雨聲偏好處(우성편호처) : 빗소리 유달리 좋은 곳은
茅屋午眠中(모옥오면중) : 초당에서 낮잠 중일 때로다
亂灑侵寒浦(란쇄침한포) : 좍좍 흘러 개울을 모여들고
斜飛逐細風(사비축세풍) : 비껴 날아 살랑 바람에 흩날린다
柳低含晩翠(류저함만취) : 버들은 늘어져 늦 푸른빛 머금고
花重濕鮮紅(화중습선홍) : 꽃은 무거워 선홍이 젖어있다
田父笑相對(전부소상대) : 늙은 농부들 웃고 마주보며
家家望歲功(가가망세공) : 집집마다 풍년들기 바라고 있다
운(雲)-정도전(鄭道傳)
구름
浮雲多變態(부운다변태) : 뜬 구름 변한 모습 너무도 많아
舒卷也飄然(서권야표연) : 걷히고 펴지는 모습 날씬하도다
閒繞遙岑上(한요요잠상) : 한가로이 먼 봉우리 둘러보고
纖籠淡月邊(섬롱담월변) : 가늘게도 맑은 달을 감싸기도 한다
迢迢風共遠(초초풍공원) : 아련히 바람과 함께 멀어지고
漠漠雨相連(막막우상련) : 아득아득 비와 서로 잇대기도 한다
亦解尋逋客(역해심포객) : 숨어사는 선비 찾을 줄도 알아
朝來入侗天(조래입동천) : 아침에 큰 하늘로 떠 오는구나
송인2(送人2)-정도전(鄭道傳)
사람을 보내며
祇愛嶺頭雲(기애령두운) : 언덕마루 구름은 정려운데
生憎山下水(생증산하수) : 산아래 흐르는 물은 야속하여라
雲去復回山(운거부회산) : 날아간 구름은 산에 다시 오지만
水流無回沚(수류무회지) : 흘러간 강물은 물가로 결코 오지 않는다
송인1(送人1)-정도전(鄭道傳)
蕭蕭海上風(소소해상풍) : 쓸쓸하다, 바다 위 바람
杳杳山頭雨(묘묘산두우) : 아득하다, 산마루에는 비
風雨無休時(풍우무휴시) : 비바람은 개이지 않는데
行人發前浦(행인발전포) : 길손은 앞 포구를 떠나간다
야우(夜雨)-정도전(鄭道傳)
밤비
昨夜前山雨(작야전산우) : 어젯밤 앞산에 비 내려
溪村水半扉(계촌수반비) : 개울 가 마을 사립문 반쯤 잠겼다
漁翁新理艇(어옹신리정) : 늙은 어부 새로 거룻배 손질하고서
却向海門歸(각향해문귀) : 도리어 바다 어귀를 향하여 돌아간다
입성균관(入成均館)-정도전(鄭道傳)
성균관에 들며
十年重到此(십년중도차) : 십 년만에 또 여기를 오니
門外尙盤桓(문외상반환) : 오히려 문밖에서 머뭇거린다
猶是舊司藝(유시구사예) : 여전히 곧 예전의 관예이나
今爲新敎官(금위신교관) : 지금은 새로 교관이 되었도다
齋居閉風雨(재거폐풍우) : 집들은 비바람에 닫혀 있고
廟貌肖衣冠(묘모초의관) : 묘 모습과 의관은 다름없구나
獨愛後凋樹(독애후조수) : 뒷켠에 지는 나무 사랑스러워
中庭過歲寒(중정과세한) : 뜰 한 가운데에서 추위를 견뎌왔구나
피구(避寇)-정도전(鄭道傳)
도적을 피하여
避寇離吾土(피구리오토) : 도적을 피하여 내 땅을 떠나
攜家走異鄕(휴가주이향) : 가족을 이끌고 타향으로 왔도다
荊榛行自蔽(형진행목폐) : 가시덩굴 걷자니 앞을 가리고
桑梓耿難忘(상재경난망) : 고향이 눈에 선해 잊기 어렵도다
世險憐兒少(세험련아소) : 세상이 험난하니 아이들이 가엾고
家貧仗友良(가빈장우량) : 집안 가난하여 좋은 벗에게 신세지나
乾坤空自濶(건곤공자활) : 천지는 부질없이 넓기만 하여
獨立興蒼茫(독립흥창망) : 홀로 서니 내 감회에 아득하기만 하다
숙원당사(宿原堂寺)-정도전(鄭道傳)
원당사에 묵으며
古寺何年構(고사하년구) : 어느 해 지은 옛 절인지
殘僧寄此生(잔승기차생) : 늙은 스님 이곳에 사는구나
石峯危欲墜(석봉위욕추) : 아슬아슬 돌봉우리 넘어질 듯
樵徑細難行(초경세난행) : 나무 길은 좁아서 가기도 어렵구나
松雪晴猶落(송설청유락) : 소나무에 쌓인 눈, 날 개어도 떨어지고
苔扉晝尙傾(태비주상경) : 이끼 낀 사립문은 낮에도 닫혀 있구나
禪窓報初日(선창보초일) : 절 방 창가에 해가 갓 오르니
山下午鷄鳴(산하오계명) : 산 아래는 낮 닭이 우는구나
추림(秋霖)-정도전(鄭道傳)
가을장마
秋霖人自絶(추림인자절) : 가을장마라 사람 절로 끊어지고
柴戶不曾開(시호불증개) : 사립문 일찍이 열지를 않았구나
籬落堆紅葉(리락퇴홍엽) : 울 밑엔 붉은 낙엽 쌓였느나
庭除長綠苔(정제장록태) : 뜰에는 푸른 이끼 길게 끼었구나
鳥寒相並宿(조한상병숙) : 새들도 추워 몸을 맞대고 잠들고
鴈濕遠飛來(안습원비래) : 몸 젖은 기러기 멀리서 날아온다
寂寞悲吾道(적막비오도) : 적막하니 우리 도가 슬프니
惟應泥酒杯(유응니주배) : 오직 마땅히 술에 빠져 지낸다오
등주대풍(登州待風)-정도전(鄭道傳)
등주에서 바람을 맞으며
高閣臨靑峭(고각림청초) : 누각은 푸른 가파른 언덕에 있고
洪濤接遠空(홍도접원공) : 큰 물결은 먼 공중까지 치오르는구나
沙痕問潮水(사흔문조수) : 모랫 자국 살펴서 조수를 묻고
雲氣占天風(운기점천풍) : 구름 기운 바라보며 바람을 점쳐보노라
客路春將半(객로춘장반) : 나그네 길은 봄이 장차 다 왔는데
鄕關日出東(향관일출동) : 해 돋는 동쪽이 내 고향이로다
何當好歸去(하당호귀거) : 어찌해야 마땅히 탈 없이 돌아가
尊酒故人同(준주고인동) : 친구들과 동잇술을 함께 나눌까
조행(早行)-정도전(鄭道傳)
아침 일찍 걷다
月落參橫欲曙天(월락참횡욕서천) : 달 지고 별 비끼어 날은 새려는데
飛霜如雪濟氷堅(비상여설제빙견) : 눈같이 서리는 나는데 굳은 얼음 건넌다
行穿林莽疎還密(행천림망소환밀) : 숲 속 뚫고 가니 길 트였다 다시 빽빽하고
望盡雲峯斷復連(망진운봉단부련) : 구름 봉우리 바라보니 사라졌다 다시 보인다
擾擾身前多謬計(요요신전다류계) : 어지러운 이 몸 이전엔 그릇된 계획 많고
悠悠馬上帶殘眠(유유마상대잔면) : 아득한 말 위에 앉으니 단잠이 드는구나
一年四過楊川水(일년사과양천수) : 일 년에 네 번이나 양천 물을 건너자니
不待陳蹤却惘然(불대진종각망연) : 묵은 자취 안 찾아도 갑자기 아득해진다
철령(鐵嶺)-정도전(鄭道傳)
鐵嶺山高似劍鋩(철령산고사검망) : 철령 높은 봉우리 칼날 같아
海天東望正茫茫(해천동망정망망) : 동쪽으로 바다와 하늘 망망하기만 하다
秋風特地吹雙鬢(추풍특지취쌍빈) : 가을바람 별나게도 귀밑머리로 불어와
驅馬今朝到朔方(구마금조도삭방) : 말 몰아 오늘 아침 북녘 변방에 왔도다
자영(自詠)-정도전(鄭道傳)
스스로 읊음
致君無術澤民難(치군무술택민난) : 임금 도울 재주 없고 백성 위함도 어려워
欲向汾陰講典墳(욕향분음강전분) : 분향 땅에 은거하여 경전이나 가르치고 싶어라
十載風塵多戰伐(십재풍진다전벌) : 십 년 풍진에 싸움이 많기도 하여
靑衿零落散如雲(청금영락산여운) : 선비들은 영락하여 흰구름처럼 흩어졌도다
우제(偶題)-정도전(鄭道傳)
우연히 짓다
零落唯餘方寸心(령락유여방촌심) : 영락한 신세지만 생각은 남아
年來憂患又相尋(년래우환우상심) : 연래에 근심 걱정 또다시 찾아든다
冬寒冽冽風霜苦(동한렬렬풍상고) : 겨울 추위 차갑고 바람 서리 괴롭고
春暖昏昏瘴霧深(춘난혼혼장무심) : 어둑한 봄은 따뜻하고 안개 자욱하구나
山上豺狼長怒吼(산상시랑장노후) : 산에선 시랑이 오래 성내어 으렁대고
海中寇賊便凌侵(해중구적편릉침) : 바다에선 도적이 수시로 얕보고 침략한다
思歸却是閒中事(사귀각시한중사) : 돌아가자는 생각이 도리어 한가한 일
一夜安眠直萬金(일야안면직만금) : 하룻밤 편안한 잠값 만금이나 되는구나
봉춘(逢春)-정도전(鄭道傳)
봄맞이
錦城山下又逢春(금성산하우봉춘) : 금성산 아래서 또 봄을 맞으니
轉覺今年物象新(전각금년물상신) : 금년에도 물상이 새롭도다
風入柳條吹作眼(풍입류조취작안) : 가지로 바람 불어 버들눈 트이고
雨催花意濕成津(우최화의습성진) : 비는 꽃을 재촉하여 진액 만든다
水邊草色迷還有(수변초색미환유) : 물가라 풀색은 없는 듯 있고
燒後蕪痕斷復因(소후무흔단부인) : 묵정밭 불탄 자국 끊어졌다 이어진다
可惜飄零南竄客(가석표령남찬객) : 가련하여라, 남방에 귀양 온 나그네
心如枯木沒精神(심여고목몰정신) : 마음은 고목처럼 정신이 빠졌도다
초사(草舍)-정도전(鄭道傳)
초가집
茅茨不剪亂交加(모자불전란교가) : 이엉 끝 자르지 않아 처마는 너절한데
築土爲階面勢斜(축토위계면세사) : 흙을 쌓아 뜰 만드니 형세는 기울어져있다
棲鳥聖知來宿處(서조성지래숙처) : 깃든 새는 슬기로워 자는 곳 찾아오고
野人驚問是誰家(야인경문시수가) : 들사람은 놀래어 이곳이 뉘 집인가 묻는다
淸溪窈窕緣門過(청계요조연문과) : 맑은 시내 그윽하게 문 거쳐 지나고
碧樹玲瓏向戶遮(벽수령롱향호차) : 푸른 숲은 영롱하게 문을 향해 가렸구나
出見江山如絶域(출견강산여절역) : 나가보면 강산은 다른 곳과 같은데
閉門還似舊生涯(폐문환사구생애) : 문 닫으면 도리어 옛날 살던 때와 같구나
일모(日暮)-정도전(鄭道傳)
해는 지는데
水色山光淡似煙(수색산광담사연) : 물빛 산빛 연기처럼 맑아
羈情日暮倍悽然(기정일모배처연) : 해 저무니 나그네 마음 더욱 처량하다
蓬蒿掩翳村墟合(봉호엄예촌허합) : 잡풀이 우거져 마을터에 가득하고
籬落欹斜地勢偏(리락의사지세편) : 울타리는 비스듬 하고 땅 형세 외지도다
遠燒無人延野外(원소무인연야외) : 멀리 타는 불은 사람 없어 들밖으로 뻗어가고
傳烽何處照雲邊(전봉하처조운변) : 어디서 오른 봉화인지 구름가에 비치는구나
但看暮暮還如此(단간모모환여차) : 저물 때마다 보이는 것 이와 같은데
不覺流光過二年(불각류광과이년) : 어느덧 세월은 이 년이나 지나갔구나
관산월(關山月)-정도전(鄭道傳)
一片關山月(일편관산월) : 한 조각 관산 달
長天萬里來(장천만리래) : 높은 하늘 만 리를 둥실 떠오른다
塞風吹不盡(새풍취불진) : 변방 바람 불어 그칠 줄 모르고
冷影故徘徊(랭영고배회) : 찬 그림자 일부러 돌고 도는구나
蘇武何時返(소무하시반) : 소무는 어느 때 돌아올런지
李陵亦未廻(리릉역미회) : 이릉도 역시 가고 돌아오지 않는다
蕭疎白旄節(소소백모절) : 성기고 쓸쓸한 깃대 위의 흰 털
寂寞望鄕臺(적막망향대) : 망향대는 마냥 적막하기만 하다
豈無南飛雁(기무남비안) : 남으로 나는 기러기 어찌 없으랴 마는
音信何遼哉(음신하료재) : 소식이 이다지도 요원한 것인가
見月三歎息(견월삼탄식) : 달 쳐다보며 세 번 탄식하며
搔首有餘哀(소수유여애) : 머리를 긁으니 가슴에 슬픔만 남는다
문금약재재안동이시기지2(聞金若齋在安東以詩寄之2) 정도전(鄭道傳)
김약재가 안동에 있음을 듣고 시를 부치다
贈君詩語苦(증군시어고) : 자네에게 주는 시 말하기 괴로워
臨別不堪吟(림별불감음) : 이별에 임하여 차마 읊기도 어렵다
書劍遠遊客(서검원유객) : 글과 칼은 멀리 노는 손님이요
乾坤歲暮心(건곤세모심) : 천지는 한 해가 저물어가는 마음이로다
路長黃葉下(로장황엽하) : 길은 먼데 누른 단풍잎은 지고
鄕近白雲深(향근백운심) : 고향 가까우니 흰 구름이 깊어진다
獨立離亭畔(독립리정반) : 이별의 정자 둑에 혼자 서니
秋天易夕陰(추천역석음) : 가을 하늘에 저녁 그늘이 쉬이 내린다
문금약재재안동이시기지1(聞金若齋在安東以詩寄之1) 정도전(鄭道傳)
김약재가 안동에 있음을 듣고 시를 부치다
滄海三年別(창해삼년별) : 창해에 삼 년 동안 떨어져
平原一笑同(평원일소동) : 평원에서 한 번 같이 웃어보았다
風塵將歲晩(풍진장세만) : 세상풍진에 세월은 늦어가고
天地盡途窮(천지진도궁) : 천지간에 가던 길이 다 막혀버렸다
苦句難成讀(고구난성독) : 어로운 글귀는 읽기도 어렵고
深情默自通(심정묵자통) : 깊은 정은 말하지 않아도 절로 통한다
襄陽有山簡(양양유산간) : 양양에는 산간 있어
共醉習池中(공취습지중) : 습지에서 함께 술에 취해보노라
티
순흥부사좌상부시(順興府使座上賦詩) 정도전(鄭道傳)
순흥 부사 좌상에서 시를 부하다
路長山有雪(로장산유설) : 길 멀고 산에는 눈이 있고
村暝水生煙(촌명수생연) : 마을 어둑하매 물에서 안개가 인다
乘興尋安道(승흥심안도) : 흥을 타서는 대안도를 찾고
吟詩似浩然(음시사호연) : 시를 읊음에는 마치 맹호연과 같도다
別離三載外(별리삼재외) : 이별한 지 삼 년이 지났는데
談笑一尊前(담소일존전) : 웃고 말하며 한 술병 앞에 앉아있다
此曲難堪聽(차곡난감청) : 이 곡을 차마 듣기 어려우니
蒼茫歲暮天(창망세모천) : 창망하도다, 한 해가 저무는 날이구나
중추가(中秋歌)-정도전(鄭道傳)
歲歲中秋月(세세중추월) : 해마다 보는 한가위 달
今宵最可憐(금소최가련) : 오늘밤만은 더욱 애처로워라
一天風露寂(일천풍로적) : 온 하늘은 바람과 이슬로 적막하고
萬里海山連(만리해산련) : 만리 멀리 바다와 산이 이어져 있도다
故國應同見(고국응동견) : 고향 땅에서도 같이 볼고 있으려니
渾家想未眠(혼가상미면) : 온 집안 식구들 아마도 잠들지 못하리라
誰知相憶意(수지상억의) : 서로 그리는 뜻을 누가 알리오
兩地各茫然(량지각망연) : 두 곳에서 모두들 시름으로 마음이 망연한 줄을
계축정조봉천전구호(癸丑正朝夆天殿口號) 정도전(鄭道傳)
계축년 정조에 봉천동 구호-
春隨細雨度天津(춘수세우도천진) : 봄에 부슬비 따라 천진을 건너가니
大掖池邊柳色新(대액지변류색신) : 대액의 연못가에 버들빛이 새롭도다
滿帽宮花霑鍚宴(만모궁화점양연) : 궁에서 사모에 꽃을 가득 꽂고 잔치에 젖어들어
金吾不問醉歸人(금오불문취귀인) : 취해서 돌아가는 사람을 금오도 묻지 않는다
내주성남역관병유부인금기서화사도희제기상4( 箂州城南驛館屛有婦人琴碁書畵四圖戱題其上4) 정도전(鄭道傳)
내주성남역관에 부인의 금,기,서,화가 있어 희롱삼아 짓다
可憐雲雨夢中人(가련운우몽중인) : 어여쁘다, 운우의 꿈속의 사람
又向瓊臺寄此身(우향경대기차신) : 또 선녀 사는 경대를 향해 이 몸을 붙이었다
思入丹靑終不應(사입단청종불응) : 생각이 단청에 들어갔으나 응하지 않아
謾勞心力喚眞眞(만로심력환진진) : 부질없이 마음만 괴롭히고 진진을 부른다
내주성남역관에 부인의 금,기,서,화가 있어 희롱삼아 짓다 정도전(鄭道傳)
美人如玉罷粧梳(미인여옥파장소) : 옥 같은 미인이 단장을 마치고
盡日凝眸讀底書(진일응모독저서) : 종일토록 곁눈질 해보지 않고 무슨 책 읽고 있나
下女相看亦不語(하녀상간역불어) : 하녀도 서로 보고 말을 하지 않으니
無由得近遺瓊琚(무유득근유경거) : 가까이 하여 선물로 경거를 보낼 길이 없도다
(箂州城南驛館屛有婦人琴碁書畵四圖戱題其上2) 정도전(鄭道傳)
내주성남역관에 부인의 금,기,서,화가 있어 희롱삼아 짓다
檻外花枝轉午陰(함외화지전오음) : 헌함 밖에는 꽃가지에 낮 그늘 짙어 가는데
閑敲玉子逞芳心(한고옥자령방심) : 한가로이 바둑을 두며 꽃다운 마음을 풀어보노라
輸來莫賭黃金百(수래막도황금백) : 지더라도 백 냥 황금 줄 피요가 없노니
一笑還應直百金(일소환응직백금) : 한 번의 웃음이 도리어 백 냥 황금 값어치로다
(箂州城南驛館屛有婦人琴碁書畵四圖戱題其上1) 정도전(鄭道傳)
내주성남역관에 부인의 금,기,서,화가 있어 희롱삼아 짓다
芳園春到日初長(방원춘도일초장) : 꽃다운 동산에 봄이 와 비로소 해가 길어지고
懶整雲鬟倚綉牀(라정운환의수상) : 구름 같은 머리를 게을리 손질하고 비단 평상에 기대어있다
彈罷一聲無限恨(탄파일성무한한) : 거문고 한가락 타고 나니 무한히 한스럽도다
不知誰賦鳳求凰(불지수부봉구황) : 누가 숫봉이 암봉을 구하는 것을 시로 지어줄지 모른다
사월초일일(四月初一日)-정도전(鄭道傳)
사월 초하루
山禽啼盡落花飛(산금제진락화비) : 산새 울음 그치고 지는 꽃 바람에 날아도
客子未歸春已歸(객자미귀춘이귀) : 나그네는 돌아가지 못하고 봄은 이미 가렸구나
忽有南風情思在(홀유남풍정사재) : 홀연히 남풍 부니 정이 일어
解吹庭草也依依(해취정초야의의) : 뜰의 풀에 불어와 우거져 늘어지는구나
우중방우(雨中訪友)-정도전(鄭道傳)
빗 속에 친구를 찾아서
門掩人家笑語稀(문엄인가소어희) : 문 닫힌 인가에 웃음소리, 말소리 드물고
靑靑楊柳雨交飛(청청양류우교비) : 푸른고 푸른 버드나무 숲에 비가 휘날린다
披簑偶爾尋柴戶(피사우이심시호) : 비옷 차려입고 우연히 싸리문 찾아드니
還似漁村煙暮歸(환사어촌연모귀) : 도리어 저녁 연기 이는 어촌에 온 것 같구나
방리좌랑숭인(訪李佐郞崇仁)-정도전(鄭道傳)
좌랑 이숭인을 찾아가다
獨騎款段似騎驢(독기관단사기려) : 느린 말 관단마 홀로 타니 당나귀 같아
醉睡垂鞭任所如(취수수편임소여) : 채찍 내리고 졸며 가는 대로 맡겨 두었다
馬欲駐時仍睡覺(마욕주시잉수각) : 말이 멈추려고 할 때, 잠도 깨니
毁垣柴戶是君盧(훼원시호시군로) : 무너진 담 사립문이 바로 그대 집이로다
출성갑진춘(出城甲辰春)-정도전(鄭道傳)
갑신년 봄에 성을 나오며
出城南望路悠悠(출성남망로유유) : 성을 나와 남쪽을 바라보니 길은 아득하고
正是東風二月頭(정시동풍이월두) : 봄바람 불어와 때는 바로 이월 초순이로다
誰向都門種楊柳(수향도문종양류) : 누가 도성문을 향새 버드나무 심어두어
年年飛絮使人愁(년년비서사인수) : 해마다 날리는 버들솜이 시름 더해 주는구나
난후환송경(亂後還松京)-정도전(鄭道傳)
홍건적의 난리 후에 개성으로 돌아와서
天水門前柳色靑(천수문전류색청) : 천수문 앞 버들빛은 푸르고
眼明驚見舊都城(안명경견구도성) : 눈앞이 밝아지니 옛 도성 놀라서 바라본다
僕童不識中興事(복동불식중흥사) : 어린 종은 흥망의 옛일은 알지 못하고
猶說年前喪亂行(유설년전상란행) : 아직도 지난해 난리의 피난길만을 이야기한다
영매12(詠梅12)-정도전(鄭道傳)
매화를 읊다
明牕橫棐几(명창횡비궤) : 밝은 창에 빛난 책상 비껴있으니
不許素塵侵(불허소진침) : 흰 먼지 앉는 것 조차도 허하지 않는다
燕坐讀周易(연좌독주역) : 조용히 앉아 주역을 읽어보노라니
端的見天心(단적견천심) : 그야말로 하늘의 마음 속을 보고 있도다
영매11(詠梅11)-정도전(鄭道傳)
매화를 읊다
婆娑廣寒夜(파사광한야) : 파사함이 광한전의 밤이면
冷淡楚澤秋(랭담초택추) : 냉담함은 초택의 가을이로다
一般淸氣味(일반청기미) : 기미가 맑기야 같다지마는
獨自占風流(독자점풍류) : 풍류는 나혼자 차지했노라
영매10(詠梅10)-정도전(鄭道傳)
매화를 읊다
夜靜雪初霽(야정설초제) : 밤은 고요한데 눈이 처음 개니
淡月橫半天(담월횡반천) : 맑은 달이 하늘 공중에 비끼었구나
腸斷江南客(장단강남객) : 애간장 다 끊어진 강남 나그네
哦詩獨不眠(아시독불면) : 시를 읊으며 홀로 잠 못 이룬다
영매9(詠梅9)-정도전(鄭道傳)
매화를 읊다
縷玉製衣裳(루옥제의상) : 옥을 누벼서 옷을 만들고
啜氷養性靈(철빙양성령) : 얼음을 마시어 성령 기른다
年年帶霜雪(년년대상설) : 해마다 눈서리 펴고 우워 있으니
不識韶光榮(불식소광영) : 봄빛의 영화를 알지 못한다
영매8(詠梅8)-정도전(鄭道傳)
매화를 읊다
遠使何時發(원사하시발) : 먼 곳 사신이 언제 떠났는가
初從萬里廻(초종만리회) : 만 리 밖에서 이제야 오셨시는구나
春風也情思(춘풍야정사) : 봄바람이야 정다운 것이라
吹入手中來(취입수중래) : 불어 들어 손아귀로 찾아드는구나
영매7(詠梅7)-정도전(鄭道傳)
매화를 읊다-
久別一相見(구별일상견) : 오랜 세월, 이제야 와 보니
草草著緇衣(초초저치의) : 초라하게 검정 옷을 입었구나
但知風味在(단지풍미재) : 다만 풍류 있음을 알되는 것
莫問客顔非(막문객안비) : 나그네 옛 얼굴 아니라고 묻지 마오
영매6(詠梅6)-정도전(鄭道傳)
매화를 읊다
嶺外疊峯巒(령외첩봉만) : 고개 너머 첩첩 봉우리
巖邊足冰雪(암변족빙설) : 바위가엔 얼음눈이 많기도 하다
玉魂落遐荒(옥혼락하황) : 옥혼이 아득한 곳에 떨어져 있어
相看兩愁絶(상간량수절) : 서로 보고 둘이서 수심이 태산이로다
영매5(詠梅5)-정도전(鄭道傳)
매화를 읊다
一曲溪流淺(일곡계류천) : 한 굽이 개울물 맑고 얕은데
三更月影殘(삼경월영잔) : 깊은 밤에 달그림자 저물었구나
客來吹玉篴(객래취옥적) : 나그네 이리 와서 옥피리 불어라
獨立不勝寒(독립불승한) : 나홀로 서서는 추위를 못이기 겠구나
영매4(詠梅4)-정도전(鄭道傳)
매화를 읊다
著屐踏殘雪(저극답잔설) : 나막신 신고 잔설을 밟아라
行此江之濱(행차강지빈) : 이 강물 가를 거닐어 보자구나
忽然逢粲者(홀연봉찬자) : 뜻밖에 아름다운 이를 만나고 보니
聊可慰幽人(료가위유인) : 숨어사는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구나
영매3(詠梅3)-정도전(鄭道傳)
매화를 읊다
窮陰塞兩間(궁음새량간) : 천지를 궁한 음기가 막으니
何處覔春光(하처멱춘광) : 어디서 봄빛을 찾아보겠나
可憐枯瘦甚(가련고수심) : 마르고 여위어 가련하다지만
亦足欲冰霜(역족욕빙상) : 얼음과 눈을 이기기에 충분하다오
영매2(詠梅2)-정도전(鄭道傳)
매화를 읊다
泠泠孤桐絲(령령고동사) : 맑고 청명한 소리 나는 거문고
裊裊水沈煙(뇨뇨수침연) : 한들한들 물에 잠긴 연기로구나
皎皎故人面(교교고인면) : 희고 희도다, 벗님의 옥 같은 얼굴
忽到夜牕前(홀도야창전) : 밤 되어 창문 앞에 홀연히 나타났구나
영매1(詠梅1)-정도전(鄭道傳)
매화를 읊다
渺渺江南夢(묘묘강남몽) : 아득하고 아득하다 강남의 꿈
飃飃嶺外魂(표표령외혼) : 날리고 날리눈구나, 성 밖의 넋이여
想思空佇立(상사공저립) : 생각에 잠겨 부질없이 서 있노라니
又是月黃昏(우시월황혼) : 또다시 곧 달 떠오르는 황혼이로구나
영류(詠柳)-정도전(鄭道傳)
버들을 읊다
含烟偏裊裊(함연편뇨뇨) : 안개 머금고 마음대로 너거려
帶雨更依依(대우경의의) : 비 맞아 더욱 더 무성해졌구나
無限江南樹(무한강남수) : 그 많은 강남 땅 버드나무로
東風特地吹(동풍특지취) : 봄바람이 유난히도 불어오는구나
山中(산중)-鄭道傳(정도전)
護竹開迂遲(호죽개우지) : 대나무 심어 놓고 길둘러 내고
憐山起小樓(연산기소루) : 산을 사랑하여 작은 누각하나 지었다네
隣僧來問字(인승래문자) : 이웃 스님 찾아와 글자를 물어
盡日爲相留(진일위상류) : 날이 다하도록 함께 있었네
敝業三峰下(폐업삼봉하) : 삼봉산 아래서 학업을 폐하고
歸來松桂秋(귀래송계추) : 소나무 계피나무 우거진 가을 이곳으로 왔네
家貧妨養疾(가빈방양질) : 집이 가난하여 병에 약도 못 쓰나
心靜足忘憂(심정족망우) : 마음이 한가하여 시름 잊기 족하네.
重九(중구)-鄭道傳(정도전)
중양절에
故園歸路渺無窮(고원귀로묘무궁) : 옛 고향 가는 길은 아득하고 끝이 없고
水繞山回復幾重(수요산회부기중) : 물 둘러 산을 돌아 다시 또 몇 겹인가
望欲遠時愁更遠(망욕원시수갱원) : 아득한 지난 일 생각하면 수심은 더욱 깊어
登高莫上最高峰(등고막상최고봉) : 높은 곳에 올라도 최고봉은 오르지 마오.
草舍(초사)-鄭道傳(정도전)
초가집
茅茨不剪亂交加(모자부전난교가) : 이엉을 자르지 않아 너절하기 그지없고
築土爲階面勢斜(축토위계면세사) : 흙을 쌓아 뜰 만드니 그 모양 비스듬하네.
棲鳥聖知來宿處(서조성지래숙처) : 깃던 새는 지혜롭게 사는 곳 찾아들고
野人驚問是誰家(야인경문시수가) : 시골 사람 놀라며 누구 집이냐고 묻네.
淸溪窈窕綠門過(청계요조녹문과) : 맑은 개울물 고요히 푸른 문 지나고
碧樹玲瓏向戶遮(벽수영롱향호차) : 푸른 나무 영롱히 문 향해 막혀있네.
出見江山如絶域(출견강산여절역) : 나와 보면 자연은 세상과 떨어진 곳인데
閉門還似舊生涯(폐문환사구생애) : 문 닫고 앉아보면 도리어 옛 생활 그대로네.
山中2(산중2)-鄭道傳(정도전)
弊業三峰下(폐업삼봉하) : 하찮은 나의 가업 삼봉 아래 있어
歸來松桂秋(귀래송계추) : 돌아와 소나무와 계수나무의 가을을 맞네.
家貧妨養疾(가빈방양질) : 집이 어려워 병 수발도 어려우나
心靜足忘憂(심정족망우) : 마음이 고요하니 근심 잊기 족하다네.
護竹開迂徑(호죽개우경) : 대나무 가꾸려고 길 돌려내고
憐山起小樓(연산기소루) : 산이 좋아 작은 누각 세웠다네.
隣僧來問字(인승래문자) : 이웃 중이 찾아와 글자를 물으니
盡日爲相留(진일위상류) : 하루해가 다하도록 머물러있네.
山中1(산중1)-鄭道傳(정도전)
山中新病起(산중신병기) : 산 속, 병석에서 처음 일어나
稚子道衰客(치자도쇠객) : 어린 아이는 나를 야윈 손님이라 부르네.
學圃親鋤藥(학포친서약) : 농사 배워서 직접 약초도 가꾸고
移家手種松(이가수종송) : 이사와 손수 소나무도 심었다네.
暮鐘何處寺(모종하처사) : 어느 절에서 들리는 저녁 종소리인가
野火隔林舂(야화격림용) : 숲 건네 방앗간에서 불빛 번쩍이네.
領得幽居味(영득유거미) : 산에 사는 그윽한 맛 알아
年來萬事慵(년래만사용) : 올해는 모든 일에 게으르다네.
村居卽事(촌거즉사)-鄭道傳(정도전)
시골에 살면서
茅茨數間屋(모자수간옥) : 띠로 지은 두어 간 집
幽絶自無塵(유절자무진) : 그윽하고 외져서 속진이 없네.
晝永看書懶(주영간서나) : 낮이 길어 글 보기가 지루하고
風淸岸幘頻(풍청안책빈) : 바람이 맑아 두건을 자주 벗네.
靑山時入戶(청산시입호) : 푸른 산은 때때로 방안에 들어오고
明月夜爲隣(명월야위린) : 밝은 달은 밤이면 이웃이 되네.
偶此息煩慮(우차식번려) : 우연히 여기서 번뇌를 식히는 것이지
原非避世人(원비피세인) : 원래 세상을 피하려는 사람 아니라오.
四月初一日(사월초일일)-鄭道傳(정도전)
山禽啼盡落花飛(산금제진낙화비) : 산새는 울고, 떨어진 꽃잎 휘날리는데
客子未歸春已歸(객자미귀춘이귀) : 나그네 돌아가지 못하는데 봄은 이미 다 지나가네
忽有南風情思在(홀유남풍정사재) : 홀연히 남풍 불어 정다운 마음 생겨나
解吹庭草也依依(해취정초야의의) : 시원하게 불어와 뜰의 풀이 하늘하늘
訪金益之(방김익지)-鄭道傳(정도전)
김익지를 찾아서
墟烟暗淡樹高低(허연암담수고저) : 고을은 연기로 흐릿하고 나무는 울창한데
草沒人蹤路欲迷(초몰인종노욕미) : 사람들 발자국 풀에 묻혀 길 잃어버리겠네
行近君家猶未識(행근군가유미식) : 걸어서 그대 집 가까이 가도 알아내지 못하니
田翁背指小橋西(전옹배지소교서) : 늙은 농부 등 뒤에서 작은 다리 서쪽을 가리키네
방김거사야거(訪金居事野居)-정도전(鄭道傳)
김거사의 시골 집을 방문하다
秋陰漠漠四山空(추음막막사산공) ; 가을 구름 어둑하고 온 산이 비었는데
落葉無聲滿地紅(락엽무성만지홍) ; 낙엽은 소리 없이 땅에 가득 붉어라
立馬溪橋問歸路(립마계교문귀로) ; 시내 다리 위에 말을 세우고 갈 길을 물으니
不知身在畵圖中(불지신재화도중) ; 내가 그림 속에 있는 듯
방금거사야거(訪金居事野居)-정도전(鄭道傳)
김 거사의 시골집을 찾아서
秋陰漠漠四山空(추음막막사산공) ; 가을 구름 아득하고 사방 산은 고요한데
落葉無聲滿地紅(락엽무성만지홍) ; 낙엽은 소리 없이 땅에 가득 붉어라
立馬溪橋問歸路(립마계교문귀로) ; 개울가 다리에 말을 세우고 갈 길을 물으니
不知身在畵圖中(불지신재화도중) ; 길 묻는 나도 그림 속에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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