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5월 팔로군은 첫 번째 대규모 공격을 가하고, 이어 10월 다시금 공격해 온다. 도시 주변을 장악한 팔로군은 도시로의 곡물을 차단하고, 수력발전시절을 장악해선 전기를 차단한다. 본격적인 포위작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장춘에선 전등불빛이 사라지고, 공장의 기계소리가 멎더니, 건물의 벽시계까지 멈춰 선다. 곡물의 유입이 끊기면서 곡가가 앙등하고, 장춘의 시민들은 수수와 콩으로 연명한다. 아직 느슨한 팔로군의 포위망을 뚫고 많은 시민들이 곡물을 밀수하고 물자를 조달하자 팔로군은 모든 도로를 차단하고 도시 진입로에는 검문소를 설치한다. 특히 도시 주변의 농촌 마을은 철저한 감시 하에 놓이게 된다.
수차례 전투에서 국민당군의 거센 반격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자 임표는 1948년 5월 30일 마침내 20만 병력을 동원한 도시의 완전한 봉쇄를 명령한다. 일제가 “정원도시”라 칭송했던 이국풍의 도시 장춘에는 당시 공산군을 피해 갑작스레 유입됐다 못 빠져나간 피난민까지 합치면 인구 50만의 민간인이 모여 있었고, 10만의 국민당 병력이 주둔하고 있었다. 임표의 포위작전은 바로 그 장춘을 “죽음의 도시”로 만드는 잔혹한 전술이다. 보급을 완전히 차단해 10만의 국민당 병력과 함께 50만 민간인도 함께 말려 죽이는 "홀로코스트" 전술이다. 전국시대 <<손자병법>>의 손무(孫武)가 가장 잔인하고도 소모적인 전술이라 극구 경계했던 포위전(siege warfare)이 시작된 것이다.
1948년 5월에서 10월까지 5개월간 장춘은 20만의 팔로군에 완벽하게 포위된다. 팔로군은 처음엔 도시를 뺑 둘러 95 킬로미터의 철조망을 치지만, 이내 다시 바싹 조여 65 킬로미터로 포위망을 좁힌다. 도시를 둘러싼 두 겹의 높은 철조망에는 매 50미터마다 보초를 세운다. 밧줄이나 판자를 이용해 철조망 넘기를 시도하거나 밀수를 기도하는 시민들에 대해선 발포명령이 떨어진다. 팔로군에 도시의 공항을 점령당해 공수가 불가능해지자 국민당정부는낙하산을 이용한 공중투하로 간신히 보급을 이어간다.
6월 초 본격적인 포위작전이 시작되면서 생필품이 바닥나자 수만 명이 외부로의 도망을 시도하고 하루 평균 200-300명은 철조망을 빠져나간다. 굶주림을 못이긴 사람들은 팔로군의 보급창을 습격하거나 보초 앞에서 목을 매달거나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 빌기도 한다. 임표는 철조망을 더 촘촘히 감아 도주로를 완전히 차단해 버리고 더 좁은 간격으로 보초를 세운다. 그렇게 두 달 넘게 포위작전은 물샐 틈 없이 전개된다.
<1948년 장춘 포위작전, 울부짖는 여인>
만주의 한파가 닥치자 사람들은 집채를 떼어내서 불을 때우고, 아스팔트 조각을 석탄 대신 태우고, 땅속의 관을 꺼내 불을 지피기도 한다. 굶주린 사람들은 말, 개, 고양이, 쥐, 새를 잡아먹고도 모자라, 인간의 사체를 개에 먹이고는 그 개를 다시 잡아먹는다. 어린 소녀들은 죽 한 사발, 빵 한 조각에 팔려간다. 노인, 불구, 고아, 환자는 도시 외곽으로 추방되어 철망과 철망 사이에서 굶주리다 죽어간다.
두 겹의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팔로군 병력과 국민당 병력은 서로 대치한 상황이다. 도시를 뺑 두른 그 철조망 사이 50미터에서 1,000미터까지의 공간은 시체만 쌓여가는 무인지대(無人地帶)다. 바로 그 무인지대를 중국어론 “치아즈(卡子)”라 불렀다. 치아즈란 초소 혹은 검문소를 의미하는데, 생존의 한계상황에서 치아즈에 몰려간 사람들은 철망에 갇힌 채 무참히 죽어간다. 시체 위에 시체가 쌓이고, 시체를 뜯어 먹는 야생동물이 어슬렁거리고, 그 동물을 노리는 굶주린 인간이 몽둥이를 거머쥔다.
임표의 포위작전은 장장 5개월간 간단없이 지속된다. 15만의 인구가 피난민으로 떠돌다 도시를 탈출했고, 적게는 12만, 많게는 30만이 넘는 양민들이 장춘을 못 떠난 채 굶어죽었다. 물론 인민해방군의 지도부 역시 대규모 아사자의 속출을 목도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계속)
송재윤 (맥매스터 대학 교수)<참고문헌>
Harold M. Tanner, Where Chiang Kai-Shek Lost China: The Liao-Shen Campaign, 1948 (Indiana University Press, 2015).
Immanuel Hsü, The Rise of Modern China (Oxford University Press, 2000).
Jonathan Spence, The Search for Modern China (W.W. Norton & Company, 2013).
Jonathon Fenby, Chiang Kai-shek: China’s Generalissimo and the Nation He Lost Revolution 1945-1957 (Bloomsbury Press, 2013).
Niall Ferguson, The War of the World: Twentieth-Century Conflict and the Descent of the West (The Penguin Press, 2006).
Lionel Chassin, The Communist Conquest of China: A History of the Civil War, 1945-1949 (Harvard University Press, 1965)
(중국 및 일본 자료는 다음 편에 제시 예정)
출처 : 펜앤드마이크(http://www.pennmike.com)
첫댓글 중국 근현대사를 보는 재미가 솔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