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내가 주님의 사랑을 받는 소중한 사람인지 말입니다.
어릴 때부터 저는 성격이 조용했고, 자신감이 없는 모습으로 지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은 물론 대학 때도 이런 성격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남 앞에 서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할 때는 항상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속상해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꾹 참았습니다.
이런 성격은 나를 더욱 위축시켰습니다.
이런 나에게 예수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대품 피정 때, 조용한 성당에서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기도를 하다가
두 팔 벌려 나를 기다리시는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연평도 포격 사건을 통해서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피난을 가다가 성전을 지키는 것이 본당 신부인 나의 소명임을 깨닫고
죽음을 각오하며 성전을 지키러 돌아갔습니다.
순간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견디기 힘든 생활 여건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을 포기해야 한다는 안타까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나의 목숨과 부모님을 하느님께 맡긴 후로는 두려움이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예수님께서 함께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PRH(Personnalité et Relations Humaines.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본성을 회복하는
심리교육 프로그램. 프랑스 안드레아 호세 신부님 창시)를 접하면서
주님께서 주신 은총에 대한 확신이 들었고, 내가 주님께 소중한 사람 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제가 된 지 10여 년만의 일입니다.
그 이후에는 두렵거나 부끄러운 것이 없었고 새로운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제 생활이 참 평화롭고 행복했습니다.
기쁘고 자유로웠습니다.
기도하는 것도 의무감에서 벗어나 사랑의 기도와 살아 있는 기도를 모두 바치게 되었습니다.
말씀에 담긴 사랑이 보이기 시작했고, 미사의 은총과 성체를 통해서 주시는 은총도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내가 예수님의 사랑을 받는 아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은총의 체험은 주도권이 전적으로 주님께 있었습니다.
내가 잘해서 그리된 것이 아니라 나의 부족함을 예수님께서 채워 주셨던 겁니다.
하느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딸,
내 마음에 드는 아들· 딸이다.’라고 장엄하게 선포하십니다.
우리가 당신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일깨우시려고 우리 내면을 흔들어 대십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내세울 것이 별로 없어도 그 자체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오히려 부족한 우리 가슴을 당신의 사랑으로 채워 주시면서 우리를 살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임을 알 때 예수님께서 어느새 우리 앞으로 다가오시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끔 힘들고 어려울 때, 하느님을 만난 때를 떠올리며 힘을 얻곤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리가 당신의 사랑을 받는 아들딸임을 들려주시면서
우리가 겪는 어떤 어려움과 고통도 이겨낼 힘을 주십니다.
이제 힘을 내서 다시 시작합시다.
언제나 든든한 후견자로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이 계십니다.
주님의 사랑을 받는 아들·딸임을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가시기를 기도합니다.
김태헌 요셉 신부 주안5동 주임
주님세례축일 주보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