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뱀사골 계곡'은 장대하고 웅장한 곳이다.
이 깊고 깊은 계곡 안에 무슨 마을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있었다.
'와운마을'이었다.
뱀사골 계곡 트레킹은 그야말로 횟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했지만
'와운마을'에 가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친동생의 소개 때문에 갔다.
동생의 입사 동기생이 서울생활을 접고 지리산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가장 깊고, 가장 후미진 곳에서 식당을 한다길래 찾아갔다.
그곳이 '와운마을'이었다.
말 그대로 구름도 한번에 산을 넘지 못하고 쉬어가는 곳이었다.
미리 예약을 해둔 까닭에 도착하자마자 직접 키운 토종닭에 각종 지리산 산 천연 버섯들과 약재를 넣고
두 시간 정도 끓여 낸 보양식을 먹었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지경이었다.
쥔장 부부는 초면이었지만 나에게 깍듯하게 '형님'으로 호칭하며 온갖 정성을 다했다.
동생이 따로 기별을 넣었던 모양이었다.
함께 간 8명의 고향친구들도 덩달아 행복지수가 꼭지점을 찍었다.
기막힌 식사를 끝내고 바로 그 뒷편에 자리잡고 있는 지리산의 영물, 千年松을 '알현'하러 갔다.
'보러' 간 게 아니라 '알현'하러 갔다.
정말이다.
천 년 간이나 한 자리에서 지리산을 오롯이 지켜낸 불변의 '수호신'이었다.
온갖 풍상에도 꼿꼿함과 결연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과연 기품이 청청했고 기골이 장대했다.
千年松 30미터 쯤 위에
아들 소나무 한 그루도 그 자리에서 수백 년을 지키며 살고 있었다.
광대한 지리의 품속.
지난 30여 년 간 수도 없이 탐방했어도 크고 작은 계곡 하나 하나,
작은 산골마을 하나 하나,
작은 언덕과 구릉, 고갯마루 하나 하나까지
어느 누구도 다 알 수 없고
볼 수 없으며, 느낄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만큼 지리의 자연은 크고, 깊고, 광막하다.
겨우 8-90년을 살다가는 인생들.
천년송 앞에 서보라.
누구든지 두 손 모으고 겸손하게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으리라.
대자연 앞에 서면 감동과 환희가 벅차오른다.
동시에 자복하는 기도문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그럴 수밖에 없다.
늘 강조하지만 위대한 자연은 인간의 영원한 스승이다.
또한 최후의 안식처다.
그저 감사의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노크할 뿐이다.
내 건강나이, 앞으로 15-20년 정도로 보고 있다.
신이 허락하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계획을 면빌하게 세워 한 번이라도 더 대자연을 찾고,
그곳에서 나도 온전히 자연의 일부가 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마음이 더 간절해 진다.
언젠가는 나도 영원히 자연으로 돌아가겠지만 말이다.
감사와 사랑을 바친다.
첫댓글 작년 봄인가 가족여행을 하면서 천년송을 보러 갔습니다. 마지막 오르막을 오를때 어린 조카들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달래며 갔는데 정말 장엄했습니다. 뱀사골의 한켠에 그런 곳이 있는줄 처음 알았지요. 형님 덕분에 저도 추억 한칸을 살며시 열어봅니다. ㅎㅎ